
캐나다가 미국산 술을 사실상 보이콧하면서 미국의 와인과 증류주 업계가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이하 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온타리오를 비롯한 캐나다의 각 주 유통공사가 미국산 제품 주문을 중단하고 나서면서 매장 진열대에서 잭다니엘스와 메이커스마크 같은 대표 브랜드가 사라진 대신에 캐나다산 판매가 늘고 있다.
미국 증류주 업계단체 디스틸드 스피리츠 카운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미국의 캐나다행 증류주 수출은 4340만 달러(약 600억6907만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나 줄었다. 미국 와인 수출도 같은 기간 67% 감소했다.
캐나다는 지난해 미국 와인의 최대 수출시장으로 전체의 35%를 차지했지만 보이콧 이후 매장과 시음회에서 미국산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확산했다. 오타와 소재 위스키 전문매체 더 위스키익스플로러를 운영하는 마이크 브리즈부아는 “손님들 사이에ㅔ 미국산을 보이콧하는 것이 일반적인 분위기”이라고 전했다.
온타리오주 유통공사인 온타리오주주류판매공사는 688개 매장을 통해 지난해에만 미국산 주류를 7억 달러(약 9688억5600만 원) 넘게 팔았지만 지금은 판매량이 전무한 수준으로 급감했다. 온타리오 재무부 대변인은 “보이콧 이후 캐나다산 주류 매출이 14% 늘었다”고 밝혔다. 온타리오주주류판매공사는 지난 3월 정부 지시에 따라 미국산 주류 판매와 수입을 제한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업계 피해도 구체화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파소 로블스의 호프 패밀리 와이너리는 올해 캐나다 판매가 약 10% 줄었고 제품 상당수가 캐나다 현지 창고에 묶였다. 와인 인스티튜트는 올해 6개월 동안 미국 와이너리의 수출 손실이 1억7300만 달러(약 2394억4584만 원)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볼티모어의 크래프트 증류소 새가모어 스피리트의 로버트 컬린스 최고경영자는 “캐나다 시장 승인을 받는 데만 3년가량 걸리는데 수출이 중단됐다”며 올해 매출 손실이 약 200만 달러(약 27억6816만 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치적 신경전도 거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초 캐나다를 상대로 관세를 부과하면서 관계가 급랭했고 피트 훅스트라 주캐나다 미국 대사는 지난달 워싱턴주에서 열린 행사에서 미국산 주류 보이콧을 두고 “캐나다를 다루기가 힘들다”고 비판했다.
다만 앨버타주는 지난 6월 미국산 주류 구매를 부분 재개했고 미국산에 25% 관세를 매긴 상태에서도 매장 판매가 다시 살아나는 것으로 전해졌다. 캘거리에 있는 플라티나 리쿼를 운영하는 자스민 그레월은 “미국산이 다시 사라질까 걱정한 손님들이 캘리포니아 ‘조시 셀러스’와 ‘브레드 앤 버터’ 와인을 대량 구매하고 있다”며 최근 미국산 와인은 30%, 버번은 7%가 늘었다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