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대표하는 빅테크 텐센트가 게임 분야에 있어 '강온양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중국 게임업계 라이벌들과는 강하게 경쟁하고 해외 게임사와는 파트너십 등 온건한 관계를 쌓아 선도기업의 입지를 확고히 다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텐센트는 올해 들어 중국 내 라이벌들과 '표절 전쟁'을 벌이고 있다. 올 5월과 11월, 각각 라이엇 게임즈와 본사 차원에서 문톤 테크놀로지를 고소했다. 문톤의 '모바일 레전드 뱅뱅'이 라이엇의 '리그 오브 레전드(LOL)과 텐센트의 '왕자영요'를 베꼈다는 것이 이유였다.
세 게임은 5:5 MOBA(Multiplayer Online Battle Arena) 장르라는 공통점이 있다. LOL은 지난 2009년, 왕자영요는 2015년, 모바일 레전드는 2016년 출시됐다. 라이엇 게임즈가 텐센트에 인수된 시점은 2011년이다.
아울러 라이엇 게임즈는 이달 들어 텐센트에 이은 중국 내 게임계 매출 2위 기업 넷이즈를 상대로도 소송전에 나섰다. '하이퍼프론트'가 자사 슈팅 게임 '발로란트'를 베꼈다는 이유로 영국·독일·브라질·싱가포르 등 세계 각국에서 다각도로 공세에 나섰다.
법정공방 외에도 텐센트가 올해 발굴한 히트작 '승리의 여신: 니케(이하 니케)' 역시 중국 내 라이벌들과의 경쟁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니케'는 국내 게임사 시프트업이 개발하고 텐센트 산하 브랜드 레벨 인피니트가 출시를 맡은 게임이다. 출시 후 1개월 동안 세계적으로 1억달러(약 13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거두며 글로벌 서브컬처 히트작으로 떠올랐다.
국내외 네티즌들 사이에선 '니케'가 성공한 이후 텐센트가 해당 IP를 취득했다는 루머가 계속되고 있다. 시프트업 측은 이를 두고 "근거 없는 헛소문"이라고 일축했으나 인터넷 커뮤니티 일각에선 텐센트가 게임에 크게 관여할 것이라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이를 두고 "게이머들의 '텐센트가 중국 내 라이벌들을 상대로 서브컬처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싶을 것'이란 시선이 루머를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구체적인 라이벌로는 '원신' 개발사 미호요와 문톤의 모회사 바이트댄스를 제시했다.
바이트댄스는 유명 SNS '틱톡'을 운영하는 업체다. 문톤 외에도 게이밍 브랜드 뉴버스를 통해 모바일 게임 사업을 추진 중이다. 뉴버스는 올해 출시된 마블 코믹스 IP를 활용한 '마블 스냅', 일본 보컬로이드 IP 기반 게임 '프로젝트 세카이 컬러풀 스테이지' 등의 개발에 참여했다.
'원신'은 현재 중국산 게임 중 가장 세계적으로 성공한 게임으로 손꼽히며 텐센트는 그간 '원신'의 성공을 경계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례로 중국 매체 신랑과기(新浪科技, Tech Sina)에 따르면 2020년 9월 출시된 '원신'은 지난해 9월까지 약 1년간 텐센트 앱 스토어에서 서비스되지 않았다.
텐센트의 중국 내 업체들과의 경쟁은 퍼블리셔 사업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워크래프트', '디아블로' 등으로 큰 인기를 끈 게임사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와의 파트너십이다.
블리자드는 그간 중국 현지 퍼블리셔사로 텐센트의 업계 라이벌 넷이즈와 함께해 왔다. 그러나 올 11월 돌연 "넷이즈와의 파트너십이 내년 1월부로 종료된다"고 발표했다. 이 때문에 텐센트가 블리자드의 유력한 차기 파트너로 꼽히고 있다.
중국 매체 판데일리에 따르면, 블리자드와 넷이즈 간 파트너십이 결렬된 이유는 블리자드가 △수억 달러대 계약금 선불 △지분 투자 등 재무적 요구를 했기 때문이다. 업계인들은 넷이즈 이상의 재무적 기반과 중국 내 게임 퍼블리셔 역량 갖춘 업체는 사실상 텐센트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텐센트가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모회사가 될 것을 앞두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도 우호적 관계를 쌓고 있는 것 또한 긍정적 변수다. MS는 올 6월, 자사 월 정액 구독제 게임 패스에서 라이엇 게임즈의 게임을 서비스하는 내용의 파트너십을 발표, 이달 8일 실제로 적용했다. 게임패스 이용자는 현재 LOL·발로란트 등 라이엇 게임즈 작품들의 모든 캐릭터를 별도 구매 없이 이용하는 등 여러 혜택을 누릴 수 있다.
MS 외에도 텐센트는 여러 해외 업체들과 파트너십을 구축해왔다. 올 9월, MS의 콘솔 기기 라이벌이자 일본 최대 빅테크인 소니와 일본 게임사 프롬 소프트웨어에 총 364억엔(약 3518억원)을 합작투자했다. 프롬 소프트웨어는 올해 최대 히트작으로 꼽히는 '엘든 링'을 개발한 유명 게임 개발사다.
연달아 프랑스 최대 게임사인 유비소프트에도 3억유로(약 4130억원)을 투자, 지주사 기예모 형제 유한회사의 지분 49.9%를 취득했다. 유비소프트는 이번 투자가 경영권과는 무관하며 장기적 파트너십을 위한 조치라고 발표했다.
로이터 통신은 텐센트의 이러한 해외 파트너십 행보가 '세계적으로 1위에 오를 만한 강력한 차기작'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텐센트가 이후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지분 확보부터 인수합병까지 폭넓은 투자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