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각변동이 특별한 이유는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AI) 기술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사진은 오로지 사람이 찍어 만드는 인간 고유의 창작물이라는 오랜 통념을 깨뜨리는 사업에 미국의 한 기업이 착수하고 나선 때문이다.
그 기업은 이미지 편집 소프트웨어 ‘포토샵’으로 널리 알려진 회사이자 세계적인 스톡사진 판매업체이기도 한 어도비로 AI의 도움을 받아 만든 사진, 즉 ‘생성형 AI’ 기술을 접목시킨 스톡사진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상품을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밝히면서 글로벌 스톡사진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글로벌 스톡사진 업계 현황
스톡사진이란 말 그대로 비축된 사진을 말하는 것으로 스톡사진 전문업체들이 사진 작가나 개인으로부터 구매해 전용 플랫폼에 올려 놓은 다양한 형태의 사진을 저작권이나 초상권에 대한 염려 없이 구매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스톡사진 서비스다.
신문과 잡지 등 언론매체에서 이 서비스를 통해 구입한 사진을 자료사진으로 쓰거나 기업들이 홍보물을 만들 때 사용하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어도비의 운영하는 ‘어도비스톡'은 물론이고 '게티이미지' '셔터스톡' '123RF' 등이 전세계적으로 사용자가 많기로 유명하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코히어런트마켓인사이츠에 따르면 글로벌 스톡사진 시장은 지난 2020년 현재 33억달러(약 4조3000억원) 규모로 그 이후 연평균 5.2%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오는 2028년께 48억달러(약 6조3000억원) 규모로 더 커질 전망이다.
◇어도비 “생성형 AI 기술 적용된 스톡사진 서비스 출시 계획”
다만 생성형 AI 기술이 적용된 스톡사진이 사람의 손을 전혀 거치지 않은 사진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업계에서 그동안 판매했던 사진은 사람이 촬영한 것을 토대로 제작된 인간의 창작물로 국한됐지만 어도비는 생성형 AI 기술로 ‘수정하거나 보완한’ 사진도 판매하겠다는 것.
어도비는 생성형 AI 기술이 적용된 스톡사진의 판매로 기존에 스톡사진을 공급해왔던 전문 작가나 개인의 일자리가 줄어들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의식한 듯 “AI는 어디까지나 사진 작가의 보조역할을 하는 것이지 작가 자체를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어도비가 ‘AI 지원’ 사진 수용한 이유
어도비는 생성형 AI 기술의 조력을 받은 스톡사진을 AI 기술이 적용된 사진임을 명시하는 것을 조건으로 최근부터 작가나 개인으로부터 구입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어도비스톡의 사라 카질라스 콘텐츠 담당이사는 악시오스와 인터뷰에서 AI 기술이 들어간 스톡사진을 판매하기로 한 배경에 대해 “우리가 정한 사진 품질 요건을 충족할뿐 아니라 본격 출시전 시범 서비스 과정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다른 업체들은 아직 관망 분위기
그러나 어도비의 이같은 과감한 시도가 업계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될 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특히 글로벌 스톡사진 업계에서도 선도주자로 통하는 게티이미지의 경우 생성형 AI 기술이 적용된 사진은 아직 수용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게티이미지를 비롯해 다수 업체들이 신중한 입장을 피력하고 있는 배경에는 AI 기술이 접목된 사진 작품의 저작권을 어느 범위까지 적용하고 어느 범위까지 보호해야 하는지를 비롯한 법률적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어도비의 경우 이 문제를 금전적 보상으로 돌파하는 방식으로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어도비는 “기본적으로 생성형 AI 기술이 적용된 스톡사진을 구입할 경우 저작권을 어도비 측이 갖는 조건으로 구입하되 이 사진을 구입한 소비자가 저작권 문제에 혹시 휩싸일 경우 어도비 측이 배상금을 지급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