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 개발사 시프트업의 서브컬처 게임 '승리의 여신: 니케(이하 니케)'가 글로벌 시장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8월 크래프톤의 코스피 상장 이후 1년 넘게 기업공개(IPO) 소식이 없던 게임업계에서 시프트업은 새로운 기대주로 떠오르고 있다.
'니케'는 시프트업이 개발해 텐센트 산하 레벨 인피니트가 퍼블리셔를 맡은 지난 4일 국내를 포함한 글로벌 전역에 출시됐다. 출시 9시간 만에 애플 앱스토어 매출 1위,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선 9일간 매출 1위를 차지하는 등 히트작 반열에 올랐다.
해외에서도 '니케'의 반응은 뜨겁다. 일본 애플 앱스토어 매출 1위, 대만과 태국 구글 플레이스토어 등에선 2위에 올랐다. 국산 게임의 불모지였던 서구권에서도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 기준 캐나다·호주 1위, 미국 3위, 영국 7위, 독일 15위 등 인기를 끌고 있다.
모바일시장 통계 분석 플랫폼 앱매직에 따르면 '니케'는 출시 일주일 만에 글로벌 누적 1000만 다운로드, 매출 5000만달러(약 678억원)를 기록했다. 매출의 47%가 일본, 30%가 한국, 16%가 미국에서 나왔다.
글로벌 시장에선 서브컬처 팬덤 사이에서 고품질 라이브 2D 그래픽과 매력적인 캐릭터 디자인 등이 호평을 받고 있다. 서브컬처 수집 장르에선 다소 보기 힘들었던 건슈팅 장르와의 결합 역시 슈팅 게임에 대한 호응도가 높은 서구권 시장 공략의 열쇠로 평가된다.
시프트업의 글로벌 성공은 세계인들의 이목을 끌었고 이는 투자 확대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17일 한국을 방문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국내 26개 프로젝트 관련 업무협약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며 게임사 중에선 유일하게 시프트업이 포함됐다.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 국부펀드 PIF(퍼블릭 인베스트먼트 펀드)를 앞세워 넥슨·엔씨소프트·닌텐도·캡콤·EA·액티비전 등 국내외 게임 대기업에 각 1조원 이상을 투자한 게임계 '큰 손'이다.
이에 니케의 성공과 투자 유치는 시프트업의 IPO와 증권시장 상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지스타에 참여했던 김형태 시프트업 대표는 "시프트업의 IPO는 '니케'의 성공을 전제로 한다"며 상장 가능성을 열어뒀다.
상장에 대해 시프트업 측은 "김형태 대표가 1년 전 언급했던 것과 같이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최근 거둔 성과들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진지하게 IPO와 증권시장 상장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프트업이 마지막으로 투자를 유치한 것은 지난 2020년 9월 라인게임즈로부터 유치한 150억원대 투자였다. 당시 시프트업의 기업가치 추산치는 약 2000억원이었다. 그러나 '니케'의 성공 후 시프트업의 가치는 유니콘의 기준점인 1조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니케는 거래 목적의 비상장주가 활발히 유통되진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시장에 나온다면 '오딘' 개발사 라이온하트 스튜디오에 버금갈 것"이라고 평했다. 라이온하트가 지난달 초 제시한 공모가 기준 시가 총액은 최소 3조원, 최대 4조5000억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니케'의 성공과 시프트업의 급부상에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는 게이머들도 있다. '니케' 출시 직후 지속적으로 핵(비인가 프로그램) 이용자가 보고되거나 상점에서 무료 재화를 무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버그가 발생하는 등 기술적 문제가 연달아 일어났는데 이러한 문제가 흥행 장기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오래 전 '데스티니 차일드'를 즐겼다고 밝힌 게임 이용자는 "모 커뮤니티 관리자가 개인방송에서 대놓고 핵을 사용하는 온라인 시위를 벌였으나 방송이 끝날 때까지 조치가 이뤄지지 않더라"며 "소규모 게임사다보니 데스티니 차일드 시절에도 대형 개발사들에 비해 유독 핵이나 운영 등에 취약점을 보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또 현재 서비스하는 '데스티니 차일드'와 '니케' 모두 서브컬처 수집형 장르 게임으로 장르가 다양하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될 수 있다. 크래프톤이 상장할 당시에도 매출 대부분이 '배틀그라운드' 시리즈에 집중돼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지난달 13일 상장을 철회한 라이온하트 역시 데뷔작 '오딘' 외 서비스 작품이 없다는 점이 문제로 거론됐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