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차담회가 2시간 만에 끝났다. 이날 차담회에는 이 회장을 비롯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이해욱 DL그룹 회장, 정기선 현대중공업그룹 사장 등이 참석했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빈 살만 왕세자는 오전 윤석열 대통령과의 접견과 회담을 가진 후 오후 3시경에 숙소인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 돌아왔다. 재계 총수들과의 회담이 저녁에 예정돼서다.
재계 총수들은 오후 6시로 알려진 차담회 참석 1~2시간 전에 롯데호텔에 도착해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에 대한 PCR검사를 받았다. 사우디 측의 요청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6시경 시작된 빈 살만 왕세자와 재계 총수들의 차담회는 1시간 30분 정도 계속됐다. 오후 7시30분경 이재용 회장을 시작으로 총수들이 한꺼번에 나오면서 취재진들로 인해 일대가 소란스러워지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이날 빈 살만 왕세자들과 재계 총수들의 차담회 과정에서 '네옴시티' 사업 관련 협력 요청들이 오갔을 것으로 보고 있다. 네옴시티 사업은 사우디 정부가 추진 중인 700조원 규모의 스마트시티 개발프로젝트로 사우디 반도와 이집트 사이의 아카바만동쪽에 건설되는 첨단도시 개발사업을 뜻한다.
현재까지 공개된 바에 따르면 삼성은 삼성물산·현대건설 컨소시엄을 통해 네옴시티 '더라인' 터널공사를 수주했다. 또한 삼성물산은 포스코건설과 함께 네옴시티 내에 3D 모듈러 주택을 공급할 예정이다.
최태원 SK그룹과는 배터리, 바이오, 반도체 분야에서 협력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미국의 SMR(소형모듈형원자로) 테라파워에 3000억원 이상을 투자 중인데, 네옴시티 내 에너지 밸류체인 인프라 관련 사업을 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모빌리티 사업 분야와 스마트시티 구축에 대한 협력방안을 논의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앞서 사우디 국영기업 아람코는 현대차그룹과 친환경 내연기관 엔진과 연료를 개발하는 공동연구 협약을 맺었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과는 태양광 관련 사업을 논의한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솔루션 큐셀부문은 현재 미국 주거·상업용 태양광 시장에서 1위에 올라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문화사업과 관련 협력 논의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사우디 수소사업 관련 논의가 있었을 것이란 게 재계의 추측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사우디 정부와 국내 기업들간 대규모 사업협력에 대한 MOU를 체결한 만큼 관련사업들과 향후 미래산업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을 것으로 보인다"며 "빈 살만 왕세자의 순방 일정이 아직 남은 만큼 향후 행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종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eojy7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