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모바일 게임 '탕탕특공대'가 지난 3개월 동안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게임업계에선 입을 모아 '표절게임'이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향후 유사한 게임들이 국내 시장에 다수 등장할 전망이다.
'탕탕특공대'는 중국 대학생들이 설립한 싱가포르 소재 게임사 하비(Habby)의 캐주얼 슈팅게임이다. 이 게임은 지난 8월 9일 국내 출시, 9월초 국내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10위권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켰다.
앱 통계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탕탕특공대는 지난달 4주차(24일~30일) 기준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5위, 주간활성이용자 87만명으로 1위를 기록하는 등, 3개월 가까이 장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국내 게임업계 관계자 상당수는 이 게임이 '표절작'이라고 지적했다. 이 게임을 직장 동료에게 추천 받아 플레이해봤다고 밝힌 한 게임 개발사 직원은 "작년부터 스팀에서 이용 중인 '뱀파이어 서바이버'와 너무 똑같아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뱀파이어 서바이버'는 영국의 개발자 '폰클'이 1인 개발해 작년 3월 선보인 PC 인디 게임이다. 두 게임은 탑뷰 시점 도트 그래픽, 투사체로 적을 물리치는 진행 방식, 레벨이 오를 때마다 3개의 파워업 요소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구조 등 상당히 많은 면에서 유사하다.
폰클은 이 게임을 개발함에 있어 한국의 1인 개발자 리미(LEME)가 지난 2019년 선보인 모바일 인디 게임 '매직 서바이벌'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탕탕 특공대의 영문명이 '서바이버(Survivor.io)'라는 점 또한 이 게임이 매직 서바이벌 등을 참고했다는 의혹을 받는 요소다.
국내 한 인디 게임사 대표는 "창작계에서 '모방이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이 통용되듯, 게임계에서 이런 사례는 비일비재하다"면서도 "적어도 개발자 공식 멘트로 '어떤 게임을 참고했다'는 말이라도 한 줄 써주는 것이 상도덕인데 그런 것도 없더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하비 측은 공식 홈페이지에 "게임을 작업함에 있어 다른 이의 아이디어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전적으로 반대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홈페이지·SNS·스토어 안내문 등 어디에도 탕탕특공대가 타 게임을 참고했다는 것은 명시해두지 않았다.
문제는 이러한 '표절작'들에 규제나 법에 의해 책임을 묻는 사례는 적다는 것이다. 불법 사설 서버 등 기존 게임을 그대로 본뜬 사례는 처벌로 이어진 사례가 다수 있으나 원작과 별도로 개발된 게임은 참고·모방·표절을 엄밀히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귀책을 받는 사례가 드물다.
모 게임사 기획 담당자는 "기획자 입장에서 바라본 탕탕특공대는 기존 인디 게임에 강력한 과금 유도 요소를 얹은, 전형적인 '수익성'만을 노리고 만든 게임"이라며 "이런 게임은 규제 영향권 밖에 있는 해외 소규모 게임사들이 도전하기 적합한 유형"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국내 게임사는 표절 문제가 법정 공방으로 가지 않더라도, 구설수에 휘말렸다는 것만으로 이미지에 타격이 올 수 있다"며 "반면 해외 게임사들은 피해를 받아도 게임의 플랫폼 퇴출 정도에 그치는 게 대부분인 만큼 부담 없이 이런 게임을 '양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게임시장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탕탕특공대는 현재 중화권 게임계에서 새로운 '성공방정식'으로 통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그는 "머지 않아 수많은 중소 게임사들이 '제2의 하비'가 되기 위해 한국을 타깃으로 두고 밀려들어올 것"이라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