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을 등지는 러시아 부호들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가운데 글로벌 금융 중심지 런던을 둬 이민 오는 전세계 백만장자들로 가장 많이 북적였던 영국이 브렉시트 여파에다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백만장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는 흐름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아랍에미리트(UAE)가 백만장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이민 희망국으로 새롭게 급부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의 글로벌 투자이민 컨설팅 전문업체 헨리앤파트너스가 최근 대대적으로 조사를 벌인 결과의 골자다.
헨리앤파트너스는 ‘2022년 2분기 글로벌 시민 리포트’라는 제목으로 펴낸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보고서에서는 백만장자를 ‘고액순자산보유자(HNWI)’로 표현했다. 백만장자의 또다른 이름인 HNWI는 통상 부동산을 제외한 금융자산이 100만달러(약 13억원) 이상인 개인을 말하는 것으로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프라이빗뱅킹(PB)의 주요 고객이다.
◇글로벌 백만장자들, 이주 대상국으로 UAE 가장 선호
헨리앤파트너스 보고서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전세계 백만장자들의 해외 이주 현황을 파악한 결과 이들 사이에서 세계 금융의 중심지 역할을 해온 미국, 영국, 홍콩이 퇴조하는 흐름이 뚜렷한 반면, UAE, 호주, 싱가포르 등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헨리앤파트너스가 백만장자들의 최근 이민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 한해동안 러시아를 빠져나가는 백만장자들이 가장 많을 것으로 전망됐다. 보고서는 올해 안에 약 1만5000명의 백만장자가 다른 나라로 이주할 것으로 예상했다. 조사 대상국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러시아 다음으로 백만장자의 탈출 움직임이 강한 곳은 아직까지 고강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방역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중국으로 약 1만명이 올해 중 다른 나라로 근거지를 옮길 것으로 전망됐다.
인도가 약 8000명, 홍콩이 약 3000명, 러시아의 침공을 당한 우크라이나가 약 2800명, 브라질이 약 2500명, 영국이 1500명 등으로 백만장자의 해외이주가 많을 것으로 예상됐다.
보고서는 특히 영국과 관련해, “영국은 백만장자들이 몰리는 국제 금융중심지로서 위상을 급격하게 상실하는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외국기업의 천국으로 불리며 대표적인 신흥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UAE에는 올 한해동안 약 4000명의 백만장자가 새로 이주할 것으로 예상됐다.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규모다.
UAE 다음으로 호주가 올해 중에 약 3500명의 외국인 백만장자를 새로 맞을 것으로 예상됐고 싱가포르가 약 2800명, 이스라엘이 약 2500명, 스위스가 약 2200명 등으로 백만장자가 올해 중 크게 늘어나는 대표적인 나라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러시아 백만장자 15%, 올해중 다른 나라로 이주할 듯
보고서는 그동안 나온 관련 통계를 기반으로 분석한 결과 러시아 백만장자의 무려 약 15%가 올 연말까지 다른 나라로 이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헨리앤파트너스의 보고서 작성에 관여한 글로벌 자산 조사업체 뉴월드웰스의 앤드루 아모일즈 조사본부장은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백만장자들을 다른 나라로 거의 방출하는 수준”이라면서 “그동안의 국가 흥망사를 되돌아보면 먼저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부자들이 빠져나가는 것으로 국가의 멸망이 시작되는 경우가 흔하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멸망의 수순을 밟고 있다는 주장인 셈이다.
우크라이나의 백만장자들은 사정이 더 심각하다.
올해 중 다른 나라로 이주할 것으로 점쳐지는 우크라이나의 백만장자는 약 2800명으로 러시아에 비해서는 적지만 우크라이나 전체로 따지면 이들의 비중이 42%나 되기 때문이다. 절반에 가까운 우크라이나 백만장자들이 전쟁 중인 조국을 떠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