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의 위터 인수를 확정지은 결과가 결국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게 반가운 소식으로 이어졌다.
상장기업인 트위터를 개인회사로 전환할 예정이어서 트위터를 마음대로 경영할 수 있게 된 머스크가 지난해 트위터에서 영구퇴출된 트럼프를 복권시키겠다는 뜻을 지난 10일(이하 현지시간) 밝혔기 때문이다.
트위터는 지난해 1월 6일 트럼프를 지지하는 극우세력의 미 의사당 난입 사태와 관련해 트럼프가 트위터에서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등 폭력을 조장한 것을 문제 삼아 그의 트위터 계정을 영구적으로 폐쇄한 지 1년 4개월만의 일이다.
그러나 사실은 저간의 사정을 깊이 들여다보면 머스크가 트럼프의 계정을 되살려주겠다고 밝힌 것 때문에 트럼프가 딜레마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고 CNN이 11일 분석했다.
◇트럼프 앞에 놓인 두가지 선택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팔로워 추이. 사진=트래컬리틱스닷컴
트위터의 새 주인이 된 머스크가 트럼프에 내려진 영구퇴출 결정을 번복하겠다고 밝힌 이상 트럼프 앞에는 머스크의 결정을 환영하고 복귀하는 일과 고맙지만 복귀하지 않겠다고 밝히는 일 등 두가지 선택지가 놓였다.
트럼프가 머스크의 결정을 환영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보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는 지난 2009년 3월부터 트위터를 이용하기 시작한 그가 대통령 재임 시절 트위터를 무대로 전세계적으로 최고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1인 미디어’로 맹활약한 사실 때문이다.
트위터 전문 블로그인 트위트바인더닷컴에 따르면 트위터가 지난해 1월 8일 트럼프의 트위터 계정에 대한 영구정지 조치를 내리기 전까지 트위터에서 트럼프를 팔로우한 사람은 8900만명에 달했다.
주로 연예인들이 팔로워 상위 순위를 휩쓸고 있지만 팔로워만 많고 트윗을 자주 올리지 않는 경우가 흔한데 비해 트럼프는 대통령 시절 하루가 멀다하고 트윗을 올릴 정도로 트위터를 매우 적극 활용했다.
트위터로부터 짧게 제재를 받았다면 사정이 달라졌겠지만 지구상에서 누구보다 트위터를 열심히 이용한 트럼프가 독자적인 소셜미디어를 차릴 수 밖에 없던 이유는 영구적으로 퇴출 당했기 때문이었다.
트위터로 복귀할 수 있는 길이 사라졌는데 머스크가 되살려주겠다니 트럼프 입장에서는 반갑지 않을 이유가 없는 셈이다.
◇트루스소셜이나 트위터냐
트루스소셜의 스마트폰 화면. 사진=로이터
그러나 CNN에 따르면 덥썩 머스크의 방침을 환영하지 못하고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그 사이에 독자적으로 보수성향의 새로운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을 이미 만들었을뿐 아니라 바로 최근에 운영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트루스소셜은 지난 2월 서비스에 들어가 시장에 선보인지 얼마되지 않은 ‘따근한’ 소셜미디어 플랫폼이다.
트럼프가 트위터로 무대를 다시 옮겨갈 경우 가장 큰 문제는 그를 믿고 트루스소셜을 설립한 측근들과 트럼프를 보고 트루스소셜 설립에 관여한 투자자들은 물론이고 트럼프만 믿고 이제 첫걸음을 뗀 트루스소셜로 소셜미디어를 갈아탄 지지자들에게 내세울 명분이 없다는 점이다.
명분을 떠나 트럼프가 트위터로 복귀하는 순간 트루스소셜로 몰려온 보수성향의 소설미디어 이용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당장 존폐위기에 놓일 것이 확실하다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CNN은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절차가 공식적으로 마무리되려면 좀더 시간이 필요한만큼 트럼프 입장에서도 당장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그의 선택에 많은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지난달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확정 소식이 알려진 직후 “트위터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고 CNN은 지적했다. 트럼프만큼 말을 많이 바꾸거나 입장을 번복한 정치인도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트럼프의 한 측근은 CNN과 최근 가진 인터뷰에서 “현재로서 트럼프가 트루스소셜을 떠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은 맞다”면서도 “트위터로 복귀하는 문제에 대해 주변 인사들에게 의견을 청취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오는 2024년 열리는 미국의 차기 대통령선거도 이 문제와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다.
차기 대선에 재출마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트럼프 입장에서는 영향력 있는 소셜미디어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에서 트루스소셜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 커지는지 좀더 지켜본 뒤 결정을 내릴지, 아니면 그 전에 이미 탄탄한 기반을 닦은 트위터로 복귀하는 선택을 S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