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반이민 정책에 더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까지 터진 결과 미국의 고용시장이 대책 없이 경색되고 있다는 것.
트럼프 행정부에 이은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을 되돌리는 노력을 일부 기울이고 있으나 제한적인 조치에 머물고 있는데다 코로나19 사태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근본적인 정책 전환이 없다면 구인 대란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미국 경제계에서 나오고 있다.
◇미국 이민 얼마나 줄었나
10일(이하 현지시간) CBS뉴스에 따르면 미국으로 이민 온 사람의 규모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지난 2020년 기준으로 2016년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한 상황이다.
매년 100만명 수준으로 들어와 미국 경제를 원활히 돌게 하는 주요 동력이었던 이민자가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이민 규제 정책으로 급격히 감소한 결과다.
인구조사국의 최근 집계에 따르면 이민자 규모는 2020년 이후에도 하락세를 그치지 않아 2020년부터 지난해 사이에 들어온 이민자 규모는 24만7000명으로 더 쪼그라들었다. 2019년과 2020년 사이에 들어온 이민자 47만7000명의 거의 절반 수준이다.
그러나 이에 앞서 미국으로 오는 이민자가 급격히 줄기 시작한 시점은 2017년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1월 취임하자마자 예고한대로 미국 근로자들을 보호하겠다면서 강력한 반이민 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다.
JP모건펀드의 데이빗 켈리 선임 전략가는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강도 높은 이민 규제 정책에다 코로나19 사태까지 닥치면서 별 수 없이 고국으로 되돌아간 해외 근로자들이 급증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자리 못채우는 일자리 200만명
이민자의 급감이 미국 경제에 미친 영향은 결정적이었다. 최근 이민자(연간 기준)가 20여만명으로 급감한 가운데 미국 산업현장에서 당장 채워야 하지만 사람이 없어 채우지 못하는 일자리는 500만개에 육박한다.
미상공회의소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미국 기업들이 필요한데도 채우지 못하고 있는 인력은 475만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CBS뉴스는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이 아니었다면 현재 미국 노동시장에 유입된 해외 근로자들의 규모는 200만명에 이르렀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전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구인대란의 상당 부분이 이민자의 미국 유입을 차단한 결과로 빚어졌다는 뜻이다.
특히 저임금 사업장이 몰려 있는 접객 및 외식업계, 교육 및 의료서비스 분야, 전문직 분야, 건설업계의 구인대란이 심각한 것은 이민자가 급격히 줄어든 것과 직결된다고 CBS는 전했다. 이들 분야가 이민 온 해외 근로자들이 주로 종사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윌리엄스칼리지의 타라 왓슨 경제학과 교수는 CBS와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일하는 간호사 5명 중 한명이, 가정부 두명 가운데 한명이 이민자였을 정도”라고 밝혔다.
◇쉽게 개선되기 어려운 이유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의 데인 린 이민담당 부사장은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현재의 이민 정책을 대대적으로 고쳐야 한다는 의견이 재계에서는 지배적”이라면서 “미국 내에서 인력을 늘리는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해외 근로자를 적극 유입시키는 강력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미국 200대 대기업의 협의체로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익단체다. 그러나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음에도 개선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트럼프발 반이민 정책에다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미국 이민자 신청건수가 역대급으로 적체되면서 단기간에 해소될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CBS는 “이민을 신청해놓고 심사를 기다리는 대기자만 현재 수백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