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커피 원두 가격이 지난해부터 가파르게 치솟은데다 국내 우유 가격 인상이 겹치면서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커피 가격인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직은 커피 원두 중심으로 가격 인상의 움직임이지만, 업계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커피음료 제품의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4일 커피 음료업계에 따르면, 대형 프랜차이즈들은 원두와 우유를 대규모 계약을 통해 공급하고 있어 인상 요인이 발생하더라도 비축 물량이 많아 가격을 올리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원가 부담 비중이 높은 소규모 커피 전문점들은 가격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4일 식음료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국제 원두가격 기준이 되는 커피C 선물(장래 현물을 넘기는 조건으로 거래하는 매매계약 형태) 가격은 최근 파운드당 190달러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과 연초 대비 약 50% 상승한 수준이며 6년 만에 달성한 최고치다.
커피 원두 가격이 가파른 상승 그래프를 그리는 이유는 세계 원두 생산 1~2위 국가인 브라질과 베트남에서의 공급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100년 만에 가장 추운 날씨를 맞은 브라질의 경우 커피 농장 20만 헥타르(축구장 약 33만 개 면적) 규모가 망가져 세계 원두 생산량의 12% 장사를 망쳤고, 내년 원두 공급도 불확실하다.
베트남의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봉쇄조치가 커피 생산량 감소로 이어졌다. 커피 농장에 노동자들을 투입하기 어려워졌고 수확을 한 원두를 이동시키는 물류 시스템도 마비돼 수출이 지난해 대비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 커피빈코리아, 커피값 인상 신호탄 쐈나
수입 원두의 원가 상승에 따른 여파로 커피빈코리아는 최근 자사 공식 홈페이지에 “지난 1일부터 온라인몰에서 1만 7000원에서 판매하던 8oz(227g) 원두를 종류에 따라 각각 1만 8000원, 1만 9000원으로 올린다”는 내용의 공지를 했다.
커피빈코리아 관계자는 “팩원두 가격이 오른 건 사실이며 바리스타 제조 음료값이 오른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외에 스타벅스, 이디야, 투썸플레이스 등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커피 원두 가격 상승에 따른 음료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한 상황을 알고 있지만 “현행 가격 수준을 유지하겠다”라는 입장이다.
스타벅스의 경우 브라질, 베트남 등을 포함한 30여 개 국가 현지 농가와 직접 계약을 맺고 커피 원두를 공급받고 있어 원두 가격 상승에 따른 여파가 다른 기업 대비 적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디야, 투썸플레이스 등 업체들도 커피 원두 가격 상승 이전에 사들인 후 비축해 놓은 커피 원두가 많아 이를 활용해 상황을 타개한다는 계획이다.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판매해온 소규모 커피전문점의 경우 커피 원두 가격이 안정세를 찾지 못할 경우 인상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업계에 지배적이다.
국내 유업계의 우유 가격 상승도 커피 프랜차이즈 가격 인상의 또 다른 요인이 될 수 있다. 우유의 원재료인 원유 가격이 1ℓ당 926원에서 947원으로 21원(2.3%) 인상되자 유업계는 지난 10월 서울우유협동조합을 필두로 남양유업, 매일유업 등이 제품 가격 인상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에 우유 제품이 사용되는 라떼 제품군을 중심으로 우유가 들어가는 다양한 제품 판매가격이 오를 수 있다.
커피업계의 가격 인상이 현실화될 경우 반사이익은 RTD(Ready To Drink) 음료 또는 커피 머신을 판매하는 업체, 홈카페 제품 등이 누릴 것으로 보인다. 비싼 돈을 지불하지 않고 저렴한 가격에 커피를 즐기는 이들이 늘어날 수 있어서다.
음료업계 한 관계자는 “MZ세대가 선호하는 비건 음료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RTD 음료 중에서도 관련 제품의 매출 상승세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손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jizz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