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빠지는 영화 상영회가 열립니다.”
지난 17일 시작된 CJ CGV의 ‘심박수 요동! 칼로리버닝 상영회’(이하 칼로리버닝 상영회)는 공포‧스릴러 영화를 관람할 경우 최대 184㎉가 소모된다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진행하는 이색 콘셉트의 여름 행사다.
지난 16일 개봉한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2’와 함께 게임 ‘아라하: 이은도의 저주’를 숏폼 무비로 별도 제작해 4DX 상영관에서 선보인다.
다이어트를 시작한 지 몇 개월이 지나도 몸무게가 크게 줄지 않아 고민이었던 기자에게 이 제안은 ‘악마의 유혹’처럼 달콤하게 들렸다. 기획전의 아이디어는 2000년대 초 방송된 실험적인 예능프로그램 '호기심천국'에서나 나올 것처럼 허무맹랑하게 들렸지만,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상영회를 체험해보기로 했다.
17일 오후 5시 CGV 용산아이파크몰 기준 객석 점유율은 약 70%이었다. 관객들은 일행 사이에 3칸정도의 간격을 두고 앉아있었는데, 상영관을 통째로 빌린 것처럼 텅 비어있던 지난해 극장 상황과는 달리 제법 북적였다.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소리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괴생명체의 공격에서 살아남기 위해 소리없이 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2018년 개봉한 시즌1은 아빠 ‘리’가 가족들 대신 죽음을 선택하며 끝났는데 이번 시즌2는 또다시 위험에 노출된 가족들의 사투를 담았다.
영화 시작 전, 광고를 보면서 로비에서 받은 기프트 패키지를 구경했다. 정감가는 갈색 종이봉투 안에는 ‘소리 내면 죽는다’는 영화의 설정과 ‘칼로리버닝’이라는 상영회의 주제를 반영한 무소음‧무칼로리 패키지가 들어있었다.
‘#소리_내면_죽는다’라는 문구가 인쇄된 특별 제작 마스크, 다이어트 건강기능식품 ‘팻다운’, 다이어트 보조제 ‘메타그린 슬림’, 소리를 내지 못하게 입을 막기 위한 ‘이지숨’ 테이프 등 영화관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굿즈 구성이 흥미로웠다.
“관객들에게 어떻게 하면 더 큰 재미를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상영회를 준비했어요. 4DX에 최적화된 상영회인 만큼, 의자의 움직임에 몸을 맡기고 영화를 보세요.”
상영회를 기획한 CGV 마케팅팀 관계자의 조언을 곱씹으며 몸에 긴장을 풀었다. 안락한 의자에 몸을 기대니 상영관에 불이 꺼지고 화면에 폐병원이 등장했다.
본격적으로 칼로리 태우기에 앞서 공포심을 예열하기 위해 만든 콘텐츠라는데, 영상 속 공간을 직접 거니는 듯한 카메라 움직임이 인상적이었다. 그래픽으로 제작돼 그런지 현실감이 와닿지는 않았다.
‘나 공포영화 잘 보는구나. 별거 아니네’ 싶어 은근한 자신감이 생겼다. 해당 영상이 끝나고 바로 메인 이벤트에 해당하는 ‘콰이어트 플레이스2’ 상영이 이어졌다.
영화 속 위기요소는 4DX의 효과와 적절히 버무려졌다. 괴생명체가 차에 달라붙어 공격할 때 바람이 ‘칙’하고 나오고 총에 맞은 괴생명체가 입을 벌리고 피를 토해낼 때 전면에서 물이 튀어나온다. 그때마다 극 중 인물에 동화돼 몸을 움찔했다. 의자의 진동과 상하좌우 움직임이 꽤나 섬세하고 영상과 잘 맞아떨어진다는 인상을 받았다.
덫에 다리를 다치는 아들, 산소가 부족한 공간에 갇힌 갓난아기...시즌2의 주인공들에게 닥친 상황은 시즌1 때보다 훨씬 극적이다. 이는 오히려 상영회의 재미를 배가시키는 요인이 됐다.
특히 인물들은 소리를 최소화하기 위해 수화나 속삭임으로 소통하는데, 귀가 안 들리는 딸의 입장에 이입할 수 있도록 음향을 아예 삽입하지 않은 부분들이 여럿 등장한다. 이는 공포심을 극대화하기 위한 연출로서 유용하게 작용한다.
영화가 끝나고 짐을 정리하는데 온 몸이 뻐근했다. 그제서야 영화를 보는 내내 몸에 잔뜩 힘을 주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정말 칼로리가 소모된 것인지는 아직도 ‘긴가민가’ 싶지만 실망스럽지 않은 시간이었다는 점 하나는 확실했다.
칼로리버닝 상영회는 오는 20일까지 CGV용산아이파크몰, 영등포, 왕십리, 여의도, 중계, 수원, 일산, 센텀시티, 대전, 광주터미널, 대구스타디움에서 펼쳐진다. 티켓가는 2만 원이다.
정재영 CGV 마케팅커뮤니케이션팀장은 “지난 3월 제주항공과 협업해 진행한 여행 콘셉트 상영회가 관객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얻으면서 관객들이 체험형 콘텐츠에 환호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라면서 “이번 공포 스릴러 콘셉트의 상영회를 비롯해 앞으로도 CGV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선보여 나갈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손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jizz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