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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띠 CEO 리더십] 허영인 SPC그룹 회장, 품질·디지털 중시 '뉴노멀 시대' 대비

2004년 SPC그룹 출범…72세 나이에도 현역으로 굳건히 현장경영
품질 최우선·책임경영·변화와 혁신 강조…배송 서비스 도입 '박차'

손민지 기자

기사입력 : 2021-02-16 10:54

신축년 새해를 맞아 유통업계 소띠 최고경영자(CEO)들의 활약에 기대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글로벌이코노믹은 소띠 수장들의 경영 전략, 향후 과제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 주>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1949년생 소띠다. 사진=SPC그룹이미지 확대보기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1949년생 소띠다. 사진=SPC그룹


1949년생인 허영인 SPC그룹 회장(72)은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 함께 유통업계 최연장자 소띠 CEO로 자주 거론된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허 회장은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에서 소규모 제빵회사를 업계 1위 기업으로 키워낸 주인공의 모티브가 된 실존 인물로 유명하다. 허 회장은 부친의 삼립식품에 입사한 이후 성남 소재 작은 빵 공장을 맡아 '샤니'라는 이름으로 빵 사업을 시작했고 ‘국진이 빵’, ‘포켓몬스터 빵’ 등 히트상품을 만들었다.

이후 1986년, 당일에 빵을 생산·판매하는 ‘파리크라상’을 선보였고 1988년에는 베이크오프 시스템을 도입한 프랜차이즈 브랜드 ‘파리바게뜨’를 내놨다. 당시 흔한 빵집 이름이 ‘뉴욕제과’, ‘OO당’ 등이었는데 파리바게뜨는 다소 파격적인 네이밍으로 마치 파리에서 생산되는 빵을 판다는 인식을 소비자들에게 심어줬다.

파리바게뜨 매장은 기술이 없어도 신선한 빵을 팔 수 있다는 장점을 등에 업고 전국적으로 가맹점이 늘어났고 최근에는 본고장 파리까지 진출하기도 했다.
허 회장은 프랜차이즈 브랜드 사업에서도 능력을 발휘했다. 1985년부터 ‘배스킨라빈스’를 성공적으로 운영한 점을 높이 평가받아 던킨그룹으로부터 1993년에 '던킨도너츠'의 사업을 위탁받았고 최근에는 뉴욕의 명물 '쉐이크쉑', '에그슬럿' 사업도 펼치고 있다.

현재의 SPC그룹은 삼립식품 고(故) 허창성 창업주의 차남인 허 회장이 2004년 삼립식품과 샤니, 파리크라상, 비알코리아 등을 묶어 출범한 회사다.

그룹의 유일 상장사인 SPC삼립의 2020년 영업이익과 매출액은 모두 2019년 대비 증가한 가운데 특히 온라인 매출이 크게 성장했다.
지난 9일 금융감독원 전자금융시스템에 공시된 자료에 따르면 SPC삼립의 영업이익(연결기준)은 2019년 대비 8.8% 늘어난 511억 2326만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매출액은 2019년 대비 1.7% 증가한 2조 5427억 원이다.

SPC삼립은 지난해 6월 이커머스 쿠팡과 협업해 홈 델리 브랜드 '얌'을 론칭하고 베이커리류 새벽배송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지난해 4분기 SPC삼립이 온라인 채널을 통해 거둬들인 매출액은 100억 원을 돌파했다.

SPC그룹은 그룹 차원의 상생 경영과 친환경 경쟁력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2011년부터 SPC행복재단을 설립해 상생을 위한 복지사업을 시작했고 이듬해부터 장애인 제과제빵 직업교육 사업을 전개했다.

현재는 ‘푸드뱅크’와 ‘행복한 펀드’, ‘행복한 베이커리&카페’ 등을 기반으로 복지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SPC행복재단이 올해 설정한 예산은 20억 원 규모로, 지난해 예산인 21억 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파바 딜리버리'를 운영하는 파리바게뜨 매장은 2800여 점에 이른다. 파리바게뜨 매출은 해당 서비스 출시 초기 대비 15배 이상 늘었다. 사진=SPC그룹이미지 확대보기
'파바 딜리버리'를 운영하는 파리바게뜨 매장은 2800여 점에 이른다. 파리바게뜨 매출은 해당 서비스 출시 초기 대비 15배 이상 늘었다. 사진=SPC그룹


허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임직원들에게 '뉴노멀 시대'를 맞아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미래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성장할 것을 주문하며 품질 최우선·책임경영·변화와 혁신 등 세 가지 경영 키워드를 제시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종합적 품질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구성원 모두가 스스로 권한과 책임을 갖고 거침없이 도전해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사업 영역에 디지털 전환을 이루는 게 그의 목표다.

매년 신년사에 ‘글로벌’이 빠지지 않고 등장했으나, 올해는 이전과 달리 사업 전 영역에 걸친 디지털 전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실제로 허 회장은 최근 파리바게뜨‧던킨도너츠‧배스킨라빈스‧에그슬럿·라그릴리아 등 브랜드에 배달 서비스를 도입하며 비대면 서비스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그 중 하나인 '파바 딜리버리’는 2018년 9월 선보일 당시 서비스 가능 점포 1100여 점에서 시작해 현재 2800여 점으로 확대됐다. 같은 기간 취급 제품은 200여 종에서 520여 종으로 증가했다. 배달 서비스에 힘입어 파리바게뜨의 월 평균 딜리버리 매출은 배달 서비스 운영 초기 대비 15배 이상, 평균 배달 주문량은 13배 이상 신장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CJ그룹에서 ICT 전략을 총괄한 이경배 CJ올리브네트웍스 전 대표를 영입해 SPC네트웍스 수장을 맡긴 것, 통합 마케팅 솔루션 전문 계열사인 '섹타나인(Secta9ine)'을 공식 출범시킨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SPC그룹 관계자는 “품질 최우선 경영을 펼치겠다는 게 올해 허 회장의 가장 큰 계획이다. 그에 맞춰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미래 성장엔진을 발굴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손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jizzang@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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