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년 새해를 맞아 유통업계 소띠 최고경영자(CEO)들의 활약에 기대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글로벌이코노믹은 소띠 수장들의 경영 전략, 향후 과제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 주>
1973년생 소띠 출신 경영인인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은 김재철 명예회장의 2남 2녀 중 차남이다. 김 부회장은 일반적인 2세 기업경영인들과 달리 ‘거북이 승진’을 통해 오랜 기간 실무를 경험하고 능력을 인정받아 후계자 수업을 받는 모범적인 경영인이다.
김 부회장은 1996년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졸업 후, 동원산업에 입사해 경남 창원의 참치캔 공장 생산직으로 근무를 시작했다. 참치캔 포장과 창고 야적 등의 일을 하면서 혹독한 현장 수업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청량리 권역을 담당하는 사원으로서 경동시장과 청과물시장 등을 주 무대로 2년 넘게 영업 직무를 경험했다.
그는 동원산업 식품사업본부(현 동원F&B)의 마케팅팀에서 ‘양반김’ 담당 마케터로 일하다 기획팀으로 일터를 옮겼다. 이외에도 동원F&B 마케팅전략팀장, 동원산업 경영지원실장, 동원시스템즈 경영지원실장, 동원시스템즈 건설본부(현 동원건설산업) 부본부장 등 직책을 거치며 철저하게 경영 감각을 닦은 후 2011년 동원엔터프라이즈의 부사장으로 취임했다. CEO에 자리에 오르기까지 무려 16년이 걸렸다는 것은 2세 기업경영인으로서 매우 이례적 사례다.
특히 김 부회장은 부사장이었던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스타키스트’의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아 브랜드를 키우는 데 기여했다. 스타키스트는 모 기업인 델몬트의 구조조정과 함께 동원그룹에 인수됐다. 김 부회장은 재무구조부터 제조‧유통 등 모든 영역에 걸쳐 본격적인 경영 효율화를 시도했다. 이후 매년 실적개선을 이뤄낸 스타키스트는 현재 미국 시장 점유율 40%를 상회하는 알짜기업으로 성장했다.
2014년 부회장으로 승진한 이후에도 현장 감각을 잃지 않으며, 평직원들과도 스스럼없이 잘 어울리는 소탈한 성격으로 동원그룹 임직원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다고 회사 한 관계자는 전했다.
그동안 수산에만 치중해온 동원그룹은 김 부회장의 공격적인 M&A로 수산·식품·포장재·물류 등 4대 부문으로 사업분야를 재편했다.
김 부회장은 2015년 미국 캔·유리 제조업체 '아르다사모사', 베트남 포장재 기업 '탄티엔패키징(TTP)', '미잉비에트패키징(MVP)' 등 해외기업을 연달아 인수했다. 2016년에는 스타트업체였던 가정간편식(HMR) 유통업체 ‘더반찬’을 인수해 온라인 사업을 강화했고 같은 기간 당시 국내 3위 물류기업이었던 '동부익스프레스'를 사들이면서 물류영역으로까지 발을 넓혔다.
김 부회장은 경영의 본질도 잊지 않는 CEO다. 올해 초 신년사에서 “고객에게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는 물론, 고객과의 소통 방식, 일하는 방식과 업무 절차, 나아가 사업의 구조까지 전반적으로 혁신해 ‘경영의 격’을 높이자”고 당부했다.
이를 몸소 시범 보이듯 김 부회장은 지난 19일 국내 최대 유리병 생산기업인 테크팩솔루션(동원시스템즈의 자회사)이 전북 군산공장의 용해로에서 화입식을 진행하는 현장에 방문해 용해로 가동 상황과 질소 배출량 등을 꼼꼼히 점검했다. 그는 앞서 2014년 포장재 회사인 테크팩솔루션을 인수했으며, 지난해 용해로 설비 확장 공사 때도 현장을 직접 방문해 실무자들과 개선 방향을 논의하는 등 친환경 유리병 시장 선점에 힘써왔다.
이와 함께 동원그룹은 각 계열사와 사업부로 분산 운영되던 온라인 조직을 통합 운영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조직개편에서 식품 전문 쇼핑몰인 ‘동원몰’, 온라인 장보기 마켓인 ‘더반찬&’, 국내 최대 축산 온라인몰인 ‘금천미트’ 등이 동원홈푸드의 온라인 사업 부문으로 합쳐졌다. 이를 통해 앞으로 동원그룹 온라인몰 사업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손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jizz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