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면세점이 실시간 온라인 방송인 라이브커머스로 중국 MZ세대 고객 잡기에 나섰다.
신세계면세점은 지난 18일 오후 7시부터 11시까지 중국 최대 규모 모바일 메신저인 '위챗'과 ‘틱톡’으로 라이브커머스를 진행했다고 21일 밝혔다.
라이브 방송 촬영은 신세계면세점 본점 아이코닉존에 설치돼 카스텐 휠러의 작품 ‘Y’ 앞에서 진행됐다.
해당 방송에서는 겐조(Kenzo), 베네피트(Benefit), 펜티뷰티(Fenty Beauty), 프레쉬(Fresh), 메종 프란시스 커정(Maison Francis Kurkdjian) 등 유명 글로벌 패션‧뷰티 브랜드의 제품들이 소개됐다.
신세계면세점은 일정 금액 이상 제품 구매 고객에게 펜티뷰티 가죽 파우치, 겐조 에코백 등 사은품을 선착순으로 지급하고, 새해맞이 홍빠오(세뱃돈‧용돈) 증정 행사도 마련해 쇼핑에 소소한 재미를 더했다.
이번 신세계면세점의 라이브커머스가 여타 라이브커머스와 차별성을 띠는 것은 ‘왕홍’(중국 인플루언서)을 방송 호스트로 섭외했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에이전시(중개사)가 인플루언서를 연결해 방송이 성사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에 라이브커머스를 활용한 마케팅 열풍이 부는 가운데, 중국은 현재 900개 이상의 라이브 스트리밍 사이트를 보유하고 있을 만큼 라이브커머스 시장이 발달한 국가로 꼽힌다. 특히 유명 왕홍과의 협업을 기반으로 한 홍보‧판매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의 라이브 방송에는 찰나(刹那), 이수혜(李书慧) 등 틱톡이나 웨이보 등 SNS에서 팬덤을 형성해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얻고 있는 이들이 출연해 시청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했다. 특히 겐조의 상품들이 언급될 때는 전문 모델이 등장해 제품 시연을 했다.
또 앞서 현대백화점면세점‧롯데면세점이 라이브커머스를 선보인 적이 있으나 중국 MZ세대를 겨냥해 방송이 기획되는 것은 드문 일이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지난해 10월 우수중소기업 상품을 라이브 방송으로 판매하는 ‘후후 상생마켓’을 열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7월 코로나19로 막힌 판로를 개척하기 위해 최초의 면세품 라이브커머스 방송인 ‘LDF 라이브’를 진행했다.
신세계면세점의 행보가 시선을 끄는 또 하나의 이유는 면세업계에서 세력을 확대하는 중국을 직접 겨냥했기 때문이다.
2019년까지만 해도 세계 면세점 순위는 듀프리, 롯데면세점, 신라면세점 순이었지만 중국이 치고 올라오면서 지난해 순위가 바뀌었다. 지난해 9월 면세전문지 무디데이빗리포트에 따르면 중국면세품그룹 CDFG는 상반기 기준 매출 28억 5500만 달러(약 3조 3000억 원)를 기록해 스위스와 한국을 제치고 중국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반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국내 면세점 매출은 14조 3210억 원으로 2019년 같은 기간 대비 42% 줄었다. 외국인 고객 수는 2019년 대비 85% 급감했다.
한국 면세업체들은 코로나19 발발 이전까지 중국 보따리상(따이궁) 덕을 보면서 매년 사상 최대 매출을 경신했다. 2019년 따이궁 매출 비중은 전체의 80% 수준, 지난해에는 90%대였다고 전해진다. 롯데면세점의 경우, 중국 매출 비중은 2017년 66%, 2018년 75%, 2019년 82%, 2020년 93% 등이다.
그러나 따이궁의 매출비중이 높아질수록 업체들의 수익성은 하락했다. 이는 면세점이 중국 여행사에 따이궁을 유치해준 대가로 송객수수료를 지불하고 면세 상품을 대량으로 구매하는 일부 따이궁들에게 제품 할인 혜택을 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4년 9.9%였던 롯데면세점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1~11월) -5.1%를 기록했다.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의 경우 누적 적자가 각 1107억 원, 898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중국은 지난해부터 한국 등 해외로 외화가 반출되는 걸 막기 위해 따이궁 단속을 강화해왔다. 실제로 올해 초 중국 정부는 자국의 면세업 진흥을 위해 한국산 면세품 거래되는 선전시 화창베이 상업구역에 위치한 밍퉁 시장을 집중적으로 단속했다.
신세계면세점은 이번 라이브 방송을 기점으로 앞으로 쇼핑의 편의성을 극대화하고, 시공간을 넘어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채널을 강구해 나갈 계획이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지금은 비대면으로 언제 어디서나 소비자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구매‧판매하는 것이 일상이 된 시대다. 이번 라이브 방송이 아주 이례적인 사례라고 할 수는 없지만, 면세품의 판로를 넓히는 시도 중 하나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jizz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