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침체에 빠진 면세업계에서 중국인 보따리상 ‘따이궁(代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30일 한국면세점협회의 산업총괄 통계자료에 따르면 면세업계는 코로나19 여파로 1조 원대 매출이 깨진 지난 4월(9867억 원) 이후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9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1조 4840억 원으로 지난해 9월(1조 4841억 원)보다 33.8% 감소했다. 그러나 8월(1조 4441억 원)보다는 2.8% 증가하면서 5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흥미로운 것은 9월 한 달 매출은 외국인이 내국인의 33배를 기록한 데 반해 면세점 이용객은 내국인이 외국인보다 5배가량 많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 기간 국내 면세점을 이용한 외국인 수는 6만 6081명으로 8월(7만 5037명) 대비 11.9% 하락했지만 매출은 4.2% 상승한 1조 4441억 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국내 면세점을 이용한 내국인 수는 35만 8854명으로 8월(51만 7508명) 대비 30.7% 하락했다. 매출도 607억 원에서 431억 원으로 29% 감소했다.
또 같은 달 국내 면세점의 외국인 1인당 구매액은 직전 월별 최고치인 1843만 원(8월)을 제친 2180만 원으로 월별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에 대해 면세업계 관계자들은 따이궁 의존도가 코로나19로 급격히 높아졌다고 해석했다. 따이궁은 본국에서 재판매할 목적으로 국내에 들어온 이들을 지칭한다. 관세법상 국내인과 달리 외국인은 면세 구매액에 한도가 없다. 여기에 최근 2주간의 격리 조치 등으로 항공 여건이 어려워지자, 따이궁이 국내에 한번 들어왔을 때 많은 상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외국인 1인당 구매액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
따이궁은 사실상 국내 면세산업의 성장을 지탱해주는 중심축이다. 국내 면세점 매출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70%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신규 사업자로 등장하면서 대기업 면세점 4사가 경쟁을 벌여야 했던 지난해에는 따이궁을 유치하기 위한 송객 수수료가 40%까지 치솟기도 했다.
또 지난 14일 장제원 국민의 힘 의원실이 법무부에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4685명이던 중국인 입국자는 8월 1만 7638명으로 3.76배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에선 아직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출국을 꺼리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오히려 국내로 들어오는 중국인은 늘어나는 모양새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최대 쇼핑 행사인 광군제(11월 11일)를 앞두고 있어 2주간의 자가격리 부담에도 따이궁이 한국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광군제와 관세청의 면세업계 지원(재고 면세품 시중 판매 연장, 제3자 반송) 기간 연장 등으로 국내 면세업계는 연말까지 월 1조 원 이상의 매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손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jizz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