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업계 안팎의 이목이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에 집중돼 있지만 올 한 해 꾸준히 성장한 '국산 신약'이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LG화학 '제미글로 패밀리'와 보령제약의 '카나브 패밀리' 그리고 HK이노엔의 '케이캡정'이 그 주인공이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는 총 30개 의약품이 신약으로 허가를 받은 후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를 제외한 29개가 신약 목록에 등재돼 있다. 그중 20여 개 제품에서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다양한 제품 중 가장 눈에 띄는 제품은 LG화학의 당뇨병 치료제 제미글로 패밀리다. 제미글로는 LG화학이 2003년 개발을 시작해 2012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산 신약 19호로 허가받은 의약품이다. 이후 LG화학은 제미글로에 '메트포르민' 성분을 더한 '제미메트'와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성분을 더한 '제미로우'를 선보였다.
출시 후 2016년 연간 매출 500억 원을 넘긴 제미글로 패밀리는 지난해 1008억 원을 달성했다. 특히 올해는 이미 지난달 1000억 원 실적을 돌파했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UBIST)의 원외처방 집계 기준 제미글로 제품군의 올해 11월까지 누적 매출 1062억원이다. 국산 신약 가운데 1000억 원을 넘긴 브랜드는 제미글로가 유일하다.
손지웅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장은 "제미글로의 성공적인 기록은 우리의 혁신을 인정한 고객 덕분이다. 환자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혁신적인 신약개발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국산 신약 막내인 케이캡정도 순항 중이다.
케이캡정은 지난 해 3월 HK이노엔이 국내에 출시한 위식도역류질환 신약이다. 기존 약물 대비 약효가 나타나는 시간이 빠르고 지속성이 우수하며 식전, 식후에 상관없이 복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원외처방실적을 기준으로 지난해 264억 원의 실적을 올린 케이캡정은 올해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0월까지 케이캡정은 577억 원의 매울을 올리며 국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 1위에 안착했다.
여기에 HK이노엔은 케이캡정의 경쟁력을 한껏 키우기 위해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등 4개의 적응증 외에도 기타 위식도역류질환 환자들에도 사용될 수 있도록 적응증 확대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경쟁 약물 대비 특장점을 발굴하기 위한 차별화 임상연구도 별도로 추진 중이다.
HK이노엔은 이런 케이캡정을 글로벌 블록버스터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현재 케이캡정은 우리나라 외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중남미 17개 국가 등에 기술수출이나 완제품 수출 형태로 진출해 있다. HK이노엔은 미국과 유럽 등 제약 선진국에서도 제품을 출시하기 위한 임상시험을 전개할 예정이다.
보령제약의 카나브 패밀리도 빼놓을 수 없다. 카나브는 보령제약이 자체 기술로 개발한 ARB(안지오텐신II수용체차단제) 계열 고혈압 치료제다. 보령제약은 지난 2011년 3월 카나브를 국내 시장에 내놓은 후 카나브 기반의 다양한 복합제를 연이어 출시하면서 시장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유비스트 자료를 보면 지난 3분기까지 카나브 패밀리의 누계 처방액은 총 757억 원이다. 월별 처방 규모는 6월 89억 원, 7월 91억 원, 8월 88억 원, 9월 91억원이며 이 추세를 유지하면 올해 카나브 페밀리는 1000억 원 이상의 실적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동아에스티의 당뇨병 치료제 '슈가논 패밀리'와 종근당의 당뇨병 치료제 '듀비에 패밀리' 등도 주목받고 있다. 슈가논 패밀리는 올해 176억 원의 누적 실적을 기록 중이며 듀비에 패밀리는 172억 원의 누계 처방액을 올렸다. 일양약품의 항궤양제 '놀텍'도 3분기까지 261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은 국산 신약이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의 신약과의 경쟁에서 밀렸지만 제미글로, 케이캡정, 카나브 등이 선전하며 국산 블록버스터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재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oul3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