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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욱이 전하는 글로벌성장통]두 번의 고난도 업무가 준 역설적 ‘행운'

제3국 공장 설립 경험과 코로나19에 따른 인력감축으로 극강 인재가 되다

박희준 기자

기사입력 : 2020-10-09 14:41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부총장(전무)이미지 확대보기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부총장(전무)
'전무님! 다른 나라로 가서 1년간 근무하게 생겼습니다'라는 인사말을 들었을 때가 엊그제 같다. 취업하자마자 쉽지 않은 제3국의 공장 설립 요원으로 파견된다는 것이었다. 신입사원이 뭘 안다고? 3년전의 일이다.

주인공인 허태현 주임(가명)은 대우세계경영연구회 글로벌청년사업가(GYBM)양성과정 베트남반 7기로 지난 2017년 8월부터 1년간 연수를 마치고 다음 해 8월에 지금의 회사인 T&K(가칭)에 입사했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명품 브랜드 생활용품을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제조해 글로벌 기업에 공급하는 회사다. 베트남 하노이, 호치민 등 몇 군데 공장을 가동하고 있으며 동남아시아의 다른 국가에도 사업장이 있다.
제3국에서 나라에서 1년간 무난히 근무하고 지난해 말 베트남 호치민 공장으로 돌아오자 회사는 그에게 인사업무 실무 총괄을 맡겼다. 그런데, 불과 3개월 여가 지난 올해 2월부터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라는 듣도 보도 못한 상황에서 대규모 인력조정 작업이라는 역시 듣도 보도 못한 작업을 해내야 하는 상황을 마주했다. 그것도 베트남 노동법 기준을 따라야 했다.오래 전부터 베트남으로 와서 근무하고 있는 한국인 상사조차 힌트 한 마디도 줄 수 없는 업무였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대기업에서 30년, 40년을 근무해도 한 번 접하기 어려운 일을 두 번이나 경험하는 것이다. 통화하는 내내 그 긴장감이 묻어났다.

올해 2월이 지나면서 미국, 유럽의 도시들과 관광지 등이 봉쇄되면서 현지 시장의 판매가 급격히 줄어드는 소식이 속속 전해졌다. 기존 주문이 취소되고 거래하는 회사의 주문도 끊겼다. 이미 수출, 공급한 제품의 대금 입금도 지연됐다. 회사의 자금사정도 어려울 게 뻔해졌다.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세계적 전염병인 팬데믹 수준으로 심각해지면서 시장 정상화는 예측조차 할 수 없었던 것은 우리도 익히 아는 바다. 머뭇거리다가는 자칫 회사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팽하게 돌았다. 당연히 인력조정이라는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좋은 말로 '조정'이지 회사에게는 숙련 인원의 감축이고, 당사자에게는 '해고'가 되는 생계에 대단히 민감한 사안이었다. 대상자는 무려 1만8000명 규모의 직원이다. 물론 한국인 관리자도 모두 대상이었다.

세 가지를 고려해야 했다. 첫째는 퇴사와 무급 휴직의 두 가지 트랙이었다. 회복되면 공장을 정상화하는 것과 직원 개개인의 숙련도를 봐야 한다. 둘째는 회복가능성과 시기였다. 브랜드를 가진 주문자(바이어)의 제품 특성에 따라 그동안 운영한 생산라인별 인원을 고려해야만 했다. 셋째는 베트남의 노동법과 공장별로 차이가 미묘한 노동조합으로 가장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었다. 그 와중에도 직원들의 동요를 최소화해 일부 물량의 라인을 돌리면서 생산은 차질이 없어야 했다
그렇기에 신속하게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며 직원들에게 믿음을 잃지 않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기약은 없지만 정상으로 돌아갈 때를 대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맨 먼저 노동법을 정리해 한국인 경영진과 같이 이해하며, 공장별 현지 인사업무 담당자들과는 문제의 심각성을 공유하는 것부터 해 나갔다.

그렇게 단계별로 조정하고 나니 9000명 수준이 됐다 무려 절반을 줄인 것이다. 다행히 9월이 되면서 조금씩 주문이 늘어나고 정상 가동으로 가면서 다시 인원을 불러들여 생산성도 이전수준으로 회복되어가고 있다고 했다.

이런 혹독한 업무를 그나마 무난히 해낸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제3국의 공장 설립에 참여해 생산과 자금, 회계, 통관, 인력업무 등의 실무를 맡은 경험이 기초가 됐다. 어려운 고난도의 업무 경험이 다음에 닥치는 위기를 헤쳐 나가는 힘이 된 것이다.

소감을 물었더니 한술 더 떴다. "신입 사원이 제3국에서 신규 공장 설립업무를 하다보니 회사의 모든 업무를 커버해야 하는 고난도 업무의 행운(?)이 있었습니다. 전대미문의 코로나19로 회사 폐업까지도 될지 모르는 위기와 인력 감축이라는 절대적 상황이라는 또다른 행운(?)을 만난 것입니다. 정말 돈 주고도 하지 못할 경험을 3년 사이에 두번이나 했습니다."

행운이라는 역설적 표현에서 비장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인사관리를 담당 현지인 매니저들이 잘 이해하고 따라준 게 제일 고마웠습니다. K-MOVE와 GYBM프로그램, 무엇보다 김우중 회장님 덕분에 공부한 현지어 실력 덕을 톡톡히 보았다고 생각합니다. 후배들도 베트남 언어만 아니라 베트남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교육을 많이 시켜주면 좋겠습니다"고 말했다.

한국에 취직했으면 시키는 것만 겨우 해내고 조금만 힘들면 그냥 회사를 떠나며 '워라밸'만 찾고 있을 게 뻔하다. 일의 중요도를 따져 경영진의 의사결정에 중요한 정보와 실무판단을 보고하고, 때로는현장에서 의사결정을 직접하는 매니저의 경험은 글로벌 사업가가 되겠다는 꿈에 다가가는 데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그가 써낸 3년 전의 교육연수과정 지원서를 꺼내 보았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라도 해야 한다. 더 높은 꿈을 향해 마땅히 고생을 감내하겠습니다.'였다. 자기와 주변에 약속을 지킨 믿음이라는 선물이 하나 더 주어졌다.


박희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cklondon@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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