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창립 40주년(9월 23일)을 맞은 이랜드그룹은 코로나19가 촉발한 위기에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하며 방어 태세를 갖췄다. 유통·패션·외식‧건설 등 전 사업부가 실적 타격을 입은 가운데 재무건전성을 끌어올리며 신사업 발굴에 속력을 내고 있다.
유통부문을 담당하는 이랜드리테일은 올해 8월 25일부터 ▲부실·적자점포 철수 ▲온라인 중심의 사업구조 설계 ▲관리직 대상 무급휴가를 골자로 하는 비상경영체제를 시행 중이다. 이랜드리테일의 올 1분기 매출은 3907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3.1%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321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영업흑자 310억 원)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외식사업 계열사 이랜드이츠의 경우, 올해 1분기에만 매출이 40%가량 감소했다.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시행 이후 고위험시설군에 해당하는 뷔페 영업이 전면 중단되면서 애슐리·자연별곡 등 수도권 100여 개 매장이 문을 닫은 상태다. 이에 이랜드이츠는 7월부터 9월까지 전 직원 대상 주 1회 이상 자율적 무급휴가를 실시했다. 지난해 7월 분사하면서 SG프라이빗에쿼티(SG PE) 컨소시엄으로부터 유치한 1000억 원의 투자금도 조기 상환했다.
◇ 비대면‧온라인 기반 실험과 체질 개선 동시에
이랜드그룹이 전개하는 신사업의 중심에는 ‘비대면’과 ‘온라인’이라는 키워드가 있다.
이랜드리테일은 9월 11일 서울시 구로구 옛 AK플라자 부지에 NC백화점 신구로점을 오픈했다. NC백화점 신구로점은 온·오프라인의 장점을 모은 옴니 특화 점포로, 비대면 쇼핑 환경이 구축돼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홈쇼핑처럼 집에서 모바일로 실시간 쇼핑할 수 있도록 점포에 상주하는 쇼호스트를 채용했고, 온라인 판매에 특화된 판매사를 채용해 전 매장에서 라이브쇼핑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또 점포 2㎞ 이내에 거주하는 고객에게 NC식품관의 상품을 30분 이내에 배송이 가능하도록 기획한 ‘오늘 즉시 배송’ 서비스를 도입했다.
언택트 소비의 인기를 고려해 패션 등 주력 사업은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됐다.
이랜드그룹은 온라인 사업 성장의 선봉장으로 패션 명품 플랫폼 ‘럭셔리 갤러리’ 앱을 내세우고 있다. 올해 6월 개설된 럭셔리갤러리는 ‘메종키츠네’, ‘아미’, ‘메종 마르지엘라’ 등 20~30대 좋아하는 브랜드를 포함해 이랜드가 인수한 ‘코치넬레’, ‘수토 만텔라시’ 등 유럽 명품 브랜드들을 차별화 콘텐츠로 제공한다. 동명의 오프라인 편집매장과 럭셔리 갤러리 앱의 시너지로 3년 안에 매출 5000억 원을 낼 계획이라고 회사 측은 밝혔다.
이랜드몰사업부는 올해 매출 2000억 원 달성을 목표로 아동복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환경을 조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4월에는 이랜드리테일 자체 브랜드를 주로 판매하는 아동복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키디키디’를 출시했고 8월에는 육아 커뮤니티 ‘키디캔디’를 대중에 공개했다.
이랜드월드는 올해 7월 스타트업 기업인 ‘컬쳐히어로’에 20억 원 규모의 지분 투자계약을 체결하며 비대면 사업에 진출했다. 컬쳐히어로는 음식 콘텐츠 제작과 먹거리 상품 개발에 전문화된 미디어 커머스 기업이다. 이랜드그룹은 이번 투자로 외부 미디어 커머스 플랫폼을 활용한 신규 가치 창출과 이랜드이츠의 가정간편식 사업 확장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마곡 R&D(연구개발) 센터를 오는 2022년 12월 준공할 계획도 있다. 마곡 R&D센터는 ▲친환경식품 원료 생산 기술 ▲특수 영양식품 ▲스마트 섬유 ▲스마트 유통관리 시스템 ▲친환경 홍보 콘텐츠 등 개발로 이랜드그룹의 사업 영역을 한 단계 넓힐 계획이다.
마곡 R&D센터에는 세계 최대 수준의 패션연구소와 패션 박물관, 첨단 F&B(식음료) 연구소 등이 들어선다. 이랜드리테일·이랜드파크·이랜드건설 등 10개 계열사 인력 입주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그룹 전반의 사업역량을 한데 모아 성장동력 발굴은 물론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이랜드그룹은 신사업 발굴 외에도 체질 개선을 위한 노력에 총력을 다 하고 있다.
이랜드리테일은 경영 효율화 차원에서 신설법인을 만들어 킴스클럽 일부 점포를 분할시키기로 했다. 이랜드리테일은 킴스클럽 전국 매장 50여 개 중 5개 매장(목동, 구로, 부평, 천호, 평택)을 10월 1일 ‘엠패스트’라는 신설법인으로 독립시켰다. 회사 측은 9월 1일부터 5개 지점을 순회하며 직원들 대상의 설명회를 개최했으며 5개 지점 외에는 추가 분할 계획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랜드그룹은 이랜드리테일의 점포 주차장 자산 유동화로 1200억 원을 조달하기도 했다. 이랜드리테일의 21개 유통 점포의 주차장 운영권을 맥쿼리자산운용이 운용 중인 컨세션펀드에 제공하고, 그 댓가로 선급 임대료를 받는 방식이다. 국내 유통사 중 주차장을 유동화해 자금을 조달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랜드그룹의 부채비율은 2016년 315%로 정점을 찍었지만 잇단 매각과 자산 유동화로 현재 160% 수준으로 낮아진 상태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꾸준히 부채비율 개선을 진행하고 있다. 하반기에도 부실한 매장을 과감히 철수하고, 경쟁력 있는 브랜드를 재편하는 방식으로 생존을 위한 체질 개선에 나설 것이다”라고 말했다.
◇ 최종양 이랜드그룹 부회장, 30년 경력 발판 위기 속 ‘히어로’될까?
이랜드그룹은 지난해 박성수 회장(68)과 동생인 박성경 부회장(64)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전문경영인인 최종양 이랜드월드 부회장과 김일규 이랜드건설 부회장의 투톱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주역할을 하는 이랜드월드를 중심으로 이랜드리테일과 이랜드파크, 이월드, 엘칸토, 이랜드서비스 등 주요 계열사들의 독립 경영 체제가 강화됐다.
1962년생인 최종양 부회장은 1986년 이랜드에 입사했다. 이후 이랜드 구매·생산 총괄본부장, 이랜드중국 대표이사, 뉴코아 대표이사, 이랜드중국 총괄 대표이사 등 주요 요직을 두루 거쳤다. 최 부회장은 ‘중국통’으로 알려졌으며 이랜드그룹이 중국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데 기여한 인물로 꼽힌다.
이랜드리테일 부회장으로 선임된 지 1년 만에 이랜드월드로 보직이 변경돼 현재 이랜드그룹의 주력사업인 패션, 유통 사업과 그룹 전반을 맡고 있다. 그는 박 회장의 숙원사업인 마곡 R&D 센터 완공과 이랜드리테일의 상장을 위해 달리고 있다.
손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jizz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