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가 미디어 콘텐츠 스트리밍 서비스 확장의 야심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자사 채널을 이용하는 넷플릭스에 광고를 막는 조치에 들어간다.
월스트리트저널, 안드로이드헤드라인 등은 4일(현지시각) 월트 디즈니가 다음달 12일 자사의 ‘디즈니플러스’ 서비스를 앞두고 이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디즈니는 폭스를 인수한 이후 가치 있는 미디어 콘텐츠 관련 자산을 대거 확보하게 됐는데 여기엔 훌루, ABC, ESPN, A&E, 히스토리채널, 라이프타임 등에 대한 완전한, 혹은 실질적인 지배력도 포함돼 있다.
보도에 따르면 디즈니는 넷플리스가 자사 채널내에서 광고를 못하게 막았으며 유일하게 스포츠채널 ESPN에만 광고를 허용했다. 디즈니는 다른 회사와는 사업 관계를 갖고 있지만 넷플릭스와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넷플릭스는 스포츠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이에따라 디즈니는 ESPN을 제외한 자사의 모든 채널에서 경쟁사로 간주되는 넷플릭스의 광고를 막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디즈니 네트워크를 사용하는 넷플릭스의 광고 수익이 줄 수 밖에 없다.
■디즈니, 디즈니플러스 앞두고 넷플릭스 견제 들어갔다
그러나 디즈니는 넷플릭스를 제외한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 경쟁자들에게는 계속해서 자사 TV 채널에서 앱을 보여주면서 광고를 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여기엔 디즈니와 이들 업체와의 상호 사업협력과 광고 관계가 엮여있다.
넷플릭스에 광고가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디즈니가 넷플릭스에서 광고를 할 수 없다면 넷플릭스도 디즈니 채널에서 광고를 할 수 없는 게 일견 당연해 보인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이뿐만이 아니다. 배경에는 두 회사 간 스트리밍 서비스 전쟁이 끼어 있다. 디즈니는 이것이 스트리밍 서비스인 디즈니플러스를 위한 조치라고 직접적으로 말하고 있지는 않지만 누가봐도 경쟁자 견제로 해석될 수 밖에 없다. 특히 디즈니가 이 일반적인 경쟁으로 인식되는 것에 대해 매우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디즈니는 앞서 지난 2017년 넷플릭스에 일부 쇼와 영화만 남겨두고 대부분의 콘텐츠 라이선싱을 중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넷플릭스는 '제시카 존스'와 같은 마블 쇼를 제작하기도 했지만, 올해 2월 새로운 시즌 제작을 중단할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디즈니사와의 관계를 끝냈다.
디즈니 플러스는 11월에 출시되는데 월 6달러 99센트(약 8400원)에 스트리밍 서비스 예약을 시작했다. 이 서비스 가입자에게는 수백 개의 오래된 쇼와 영화는 물론 디즈니의 다양한 오리지널 콘텐츠가 제공된다.
일반소비자 대상의 이 직접적인 비즈니스는 디즈니에게 호재가 됐다. 디즈니 최근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이 부문의 성장은 디즈니의 전체 수익을 전년보다 33%나 증가시킨 202억달러(약 24조2000억원)까지 올려주었다.
미국의 다른 네트워크들도 뒤질세라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하고 있거나 이미 보유하고 있다. 디즈니가 ESPN플러스와 훌루 등을 보유하고 있는가 하면 CNN을 소유한 워너미디어는 HBO 맥스를 출시했고, NBC는 피콕을 준비하고 있다. CBS는 All액세스를 보유하고 있다.
■디즈니, 아마존 파이어TV에도 견제구...아마존과 광고수익 공유 않겠다는 의지 분명히
하루 전인 3일에는 디즈니플러스가 아마존의 파이어 TV에 진출하지 않는다는 게 분명해졌다. 이에따라 아마존 파이어TV시청자는 디즈니,픽사,마블,스타워즈, 내셔널지오그래픽 콘텐츠를 다음달 10일 이후 못 보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디즈니는 이미 지난 8월 아마존 파이어TV와의 관계를 시사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새로운 디즈니플러스 서비스를 지원하는 기기에 대다수 일반 단말기들이 포함됐지만 아마존의 파이어TV OS는 빠져있어 주목받은 것이다. 디즈니는 이 조치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의식한 때문이라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아마존 서비스가 더 잘 되는 것을 제한하려는 시도라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디즈니는 디즈니플러스를 광고없이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아마존과 아마존 파이어TV에 디즈니플러스 콘텐츠를 제공하는 협상과정에서는 기존 앱 제공 조건을 재조명하며 이 전략을 재평가해 광고를 제공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월스트리트 저널은 두 회사 간에 콘텐츠 제공시 광고 공간을 두기 위한 논의가 한창 진행중이라고 보도했다. 기본적으로 아마존은 디즈니 앱을 이용한 광고 공간을 팔고 싶어 하지만 디즈니는 아마존과 이를 공유하길 원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즈니는 새로운 스트리밍 서비스의 매력을 확신하고 있으며, 가능하다면 자사가 할 수 있는 가장 낮은 광고공간 점유율을 아마존에 제공하고싶어 하는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에 따르면 아마존은 디즈니가 자사 플랫폼의 통상 광고 공간 가운데 20~30% 점유율을 요구하고 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과거 아마존이 다른 서비스에서 광고 공간을 요구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아마존의 새로운 움직임이다. 아마존은 스트리밍서비스 시장 호황과 함께 현재 광고 공간, 특히 자사 플랫폼에서 디즈니플러스의 광고 공간을 줄일 권리가 있다고 느낄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다른 플랫폼에도 일정한 광고공간을 점유할 수 있도록 요구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소식통들은 현재 두회사가 협상의 초점을 10% 정도로 잡고 있다고 전한다.
물론 아마존도 이 업계에서 마이너는 아니다. 프라임 비디오와 무료 IMDb TV 서비스 외에, 파이어 TV 자체가 중요한 하드웨어 플랫폼이다. 사실 아마존 파이어TV는 로쿠TV와 함께 미국의 주요 스트리밍 셋톱 박스와 단말기 공급 업체다. 따라서 디즈니-아마존 간 거래가 깨진다면 양측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두 회사의 거래를 낙천적으로 보고 있기도 하다.
그동안 콘텐츠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들은 통상 경쟁 상대에게도 광고를 허용하는 거래에 동의해 왔다.
이런 가운데 디즈니가 넷플릭스와 아마존을 상대로 ‘거의 아무 것도 거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확고히 한 것처럼 보여 이것이 다른 서비스 회사들에게까지 전례를 따르게 만드는 전환점이 될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이는 TV 산업 발전뿐만 아니라 스트리밍 서비스까지 재편되는 또 다른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k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