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는 “이상민 의원의 발의법안은 4차산업시대의 대표적 칸막이 법이라고 할 수 있는 악법”이라고까지 표현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소프트웨어(SW) 설계는 기술사만 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이 법안(기술사법 일부개정법률안, 의안 번호 2016678)은 지난달 19일 이상민의원 등 14명 명의로 국회에 발의됐다. 발의자는 이상민 의원 외에 송희경, 신용현, 김경진, 이종구, 김중로, 고용진, 이종걸, 안민석, 정성호, 이명수, 이찬열, 송언석, 이완영 의원 등이다.
◆법안 내용과 통과시 파장은?
지난달 19일 이상민의원은 “설계도서 등은 기술사가 아니면 작성하거나 제작할 수 없다”는 내용이 포함된 기술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를 위반할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는 벌칙 조항도 신설됐다. 문제는 '설계도서 등'에 SW가 포함된다는 점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술사가 아니면 SW를 계획·연구·설계·분석 등을 못하게 된다. 사실상 기술사 없이 SW 개발이 불가능한 독소조항이 새로 추가됐다.
SW 및 코딩 기능이 4차산업혁명의 핵심으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조항이 신설된 법개정안에 대해 ICT업계와 SW업계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법개정안에는 이 법안의 취지가 ‘안전을 위한 것’이라고 못박고 있지만 재난 등과 관련된 법안은 행안부 관련 부분이라서 법발의 취지도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이 법안에 대한 회원사들이 거센 반발에 직면한 한국SW산업협회는 법안 철회를 통한 회원사 반발 진화에 나섰다.
정우철 SW산업협회 팀장은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기술사가 없는 중소업체는 기술사를 신규 채용하거나 기존 인력에게 기술자 자격 취득을 강요하는 등 부담이 크다”면서 “기술사에게 독점권한을 부여할 경우 기술사 자격이 없는 종사자 생존권까지 위협한다”고 말했다. 협회는 이 법안 발의 기한 마지막날인 6일 이상민의원실을 방문, 법안 철회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은 앞서 지난 2011년, 2012년, 2015년 세 차례 걸쳐 발의된 후 모두 폐기됐다. SW뿐 아니라 엔지니어링협회 등 관련 협·단체가 역시 법 개정안 반대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법안 통과시 당장 기술사가 없는 SW업체는 SW를 제작할 수 없게 된다. SW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SW기술자 평균임금조사 기업(1021개사) 가운데 기술사를 보유한 기업은 41개(4%)에 불과하다. SW기술자신고자(약 16만명) 중 기술사자격 보유자는 546명으로 0.4% 수준이다.
◆법률개정안 대체 뭐길래...주요 내용은?
발의안 원문 가운데 특히 IT업계로부터 문제의 조항으로 지적된 부분에는 “제5조의6(기술사 직무수행의 대가) 국가·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5조에 따른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은 기술사가 제3조에 따른 직무와 관련하여 설계도서(設計圖書)·평가서·감정서·시험제품·주형물(鑄型物) 및 소프트웨어 등(이하 “설계도서등”이라 한다)을 작성하거나 제작하는 경우에는 그 품질을 보장할 수 있도록 적정한 대가를 지급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는 대목이 꼽힌다 .
IT업계는 이에 대해 "기술사가 SW의 설계뿐만 아니라 "계획, 연구, 설계, 분석 등......... 기술중재와 자문 업무"를 소수 기술사만 할 수 있게 만들게 함으로써 창의적인 IT기업 관련 종사자와 대표 대부분이 범법자로 만들 소지가 크다"고 우려한다. 또한 “법대로라면 기술사가 없는 외국기업에서 설계한 SW도 쓰면 안될 것”이라는 지적까지 할 정도다.
업체의 한 관계자는 “기술사 자격증이 있어야 4차산업혁명이 완성이 되는지 정말 궁금하다. SW산업의 경우 매우 창의적인 산업분야다. 자격증이 품질과 성능을 담보하지 않는다”고 전제하면서 “오히려 얼마나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는지 현장의 기술자들이 훨씬 잘 대응하는 경우가 많다. 산업현실과 동떨어지고 창의적인 SW산업 발전과 거리가 먼 규제장벽을 만드는 이런 법안은 폐기되어 마땅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상민 의원이 발의한 법률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o (안 제3조의3 신설) ‘기술사법’을 기술사의 직무 관련 타 법률에 우선하여 적용한다.
o (안 제3조의4 신설) ‘설계도서등*’은 기술사가 아니면 작성하거나 제작할 수 없도록 한다.
* 설계도서등: 기술사 직무관련 설계도서, 평가서, 감정서,시험제품, 주형물 및 소프트웨어
* 기술사직무: 계획,연구,설계,분석,조사,시험,시공,감리,평가,진단,시험운전,사업관리,기술판단,기술중재 또는 이에 관한 기술자문과 기술지도(기술사법 제3조)
o (안 제21조제5호 신설) 기술사가 아닌 자가 ‘설계도서등’을 작성하거나 제작한 경우1년이하의 징역 또는1천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함
o (안 제15조 신설) 기술사는 기술사회 회원가입 의무화
2. 개정 시 주요 이슈 (비 기술사와 중소기업 측면)
o 기술사가 없는 중소업체는 부담(기술사 신규채용 또는 기존 인력 기술사 자격취득 필요)
- SW기술자신고자(약16만명) 중 기술사자격 보유자 546명(0.4%, 17년 10월기준)
o 기술사에게 독점권한 부여 시 대다수 기술자 생존권 위협 및 처벌에 따른 범죄자 양산
o 개별법(엔지니어링진흥법·건설기술진흥법 등)과 상충(기술사 우대 조항은 있으나, 독점 권한은 없음)되어, 타법 개정 효과 초래
◆ICT업계 “4차산업혁명시대에 말도 안되는 법, 로비했냐?”...거센 반발
IT 및 SW업계는 “이 법안 통과시 IT는 물론 전체 엔지니어링업계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며 크게 우려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코딩 능력 등 SW설계능력에 기반을 두는 인공지능(AI),빅데이터, 클라우드컴퓨팅 등 4차산업혁명의 핵심 산업 육성을 내세운 가운데 집권 여당 의원이 도대체 왜 이 말도 안되는 입법안을 발의했느냐는 점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입법취지에는 “각종 사업법령에서 기술사를 대체하는 소위 특급기술자 인정기준을 마련하여 시행하는 등 비전문 기술자격자가 양산되고 있어 국가 전문자격제도의 실효성이 저하되고, 기술사의 직무를 누구나 수행 가능하도록 하고 있어 「기술사법」의 목적 및 기술사 직무의 기본취지인 공공의 안전 확보에 어려움이 따르고 있는 실정"이라고 쓰고 있다.
이상민 의원실은 ICT업계로부터 “기술사회에 특혜를 주는 법이다. 기술사회의 로비를 받은 것이냐?”는 말까지 듣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앞으로 이 업계에서 이상민 의원 힘들 것이다”라는 말까지 나왔다.
특히 그동안 SW코딩 관련 법제화 등을 포함한 4차산업혁명에 앞장서 왔다고 안팎으로 인정받아온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까지 이 법안 발의에 가세한 데 대해 IT업계는 “송의원에 대해 정말 크게 실망했다. 기가 막히네요”라는 의견까지 내놓고 있다. 업계에서는 “우리나라가 평생교육을 위한 NCS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는데 이와 부합되는 법안인지도 의문”이라는 지적도 했다. 또한 “이 법은 통과시 기술사를 두는 대기업 빼고는 버티기 힘든 악법”이라는 질타도 이어졌다.
SW개발 및 SI사업을 수행하는 A사의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SW나 게임들 가운데 기술사가 설계를 한것이 과연 몇개인지 궁금하다. 지금 한국 SW 현실이 기술사가 설계를 하지 않아서 세계적인 SW가 되지 못한 것인지 규제관련 법규가 제4차산업으로 진행하는 산업전체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면밀하게 알아 봐야 할 것”이라며 발의 의원들에 대해 질타했다.
또다른 중소 컴퓨팅 업체 B사 대표는 “이법안이 통과되면 미국으로 회사를 옮겨야 할 판”이라고까지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법안은 특정 단체의 특혜를 더하는 것에 불과하다. 기술사는 경력이 있고 시험을 통과했다는 것 뿐이다. 법안 취지가 안전을 위한 목적의 발의라면 안전관련 사후 사고시 무한책임을 지게 하는 등 강력한 징벌적 책임을 물으면 맞다고 본다.어떻게 특정 단체에 이익을 주고 SW업계를 파멸시키는 쪽으로 법안이 진행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SW개발업체 A사 대표는 “이는 현재 특급SW 기술자 등 (기술사가 아닌 SW)관련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불법적인 사람들로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라고 꼬집고 “어떻게 4차산업혁명 시대에 이런 말도 안되는 법안이 발의될 수있는지 기가막히다”고 말했다. 특히 “‘기술사가 아닌 사람이 설계도서 등을 작성하거나 제작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함(안 제21조제5호 신설)’으로서 산업계 전반을 범법자로 만들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또 “기술사의 직무를 ‘계획,연구,설계,분석,조사,시험,시공,감리,평가,진단,시험운전,사업관리,기술판단,기술중재 또는 이에 관한 기술자문과 기술지도’의 전반으로 넓혀서 기술사 법이 마치 변호사 법처럼 돼 버렸다. 이는 특정 분야에 대한 특혜법을 만든 셈이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번에 개정된 법률안이 일반법에 우선하는 특별법으로 발의된 것도 문제점이다. 법위에 군림하는 법으로 발의됐다”고 지적했다.
SW협회는 “법안에는 SW기술자가 어떤 것을 안해서 문제가 되는지, 4차산업 생태계에서 기술사가 SW를 맡으면 더 잘되는지 등에 대한 얘기는 전혀 없다. 즉 문제점이 전혀 제시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IT업계의 한 관계자는 또 “정보통신, 측량 등 기술사의 종류가 84종이나 된다. 어느 기술사 자격증 하나만 갖고 있으면 만능이다. 이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기술사회 지부의 한 관계자는 이번 법안 발의와 관련, "프로젝트 수행시 강력한 카르텔을 구성한 건축사들과 기술사와 부딪치는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는 이상민 의원실 관계자가 법안 발의 배경과 관련, "건축 및 선박 등의 안전문제와 관련해 이 법안이 발의됐다"고 설명한 대목과 부분적으로 맞아 떨어진다. 이 관계자는 "기술사회 본부가 이 법안 발의에 대해 회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고 지지하는 노력을 지부 별로 해 달라는 의견을 받았다”고 말했다.
---------------[반론 보도문]--------------------
본지는 2018년 12월 5일자 [“기술사만 SW 설계 가능”?···융복합 시대 칸막기 법안 후폭풍]이란 제목으로 이상민 의원 발의 기술사법 개정안이 기술사에게 SW설계독점권을 부여하는 특혜 법안이며, 해당 법안의 통과를 위해 기술사회가 로비를 한 것처럼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사단법인 한국정보통신기술사협회는 “기술사법 개정안은 기술사에게 모든 분야의 SW설계 독점권을 부여하는 내용이 아니며, 해당 개정안 마련 및 발의에 불법로비를 벌인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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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구 기자 jk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