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아직은 낯설 수 있는 이 공유경제의 선두에는 숙박공유서비스 에어비앤비가 있다.
이 회사는 손님들에게 서비스하기 위해 소유하고 있는 객실이 단 한 개도 없다.
그럼에도 일각에선 세계 1위 호텔체인 힐튼보다도 기업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무엇이 공유경제 에어비앤비의 열풍을 만들까
◇ 에어비앤비의 호스트, 그들은 왜 숙소 제공자가 됐나
부산에 거주하는 40대 초반의 주부 A씨는 수년 전 신문을 보다가 에어비앤비가 한국에 진출했다는 것을 알고 남는 방이나 한 번 돌려보겠다는 생각에 처음 시작하게 됐다.
A씨는 “당시 큰 딸이 고1, 작은 딸이 중1로 한창 예민할 시기라 둘 다 반대를 했다”며 “1년 정도를 혼자 사이트에 들어가 다른 사람들이 호스팅하는 것과 게스트 후기를 읽어보기만 했다”고 했다. 이를 통해 그는 게스트가 필요로 하고 좋아하는 것들, 어떤 집들이 인기가 많은지 등 정보를 습득할 수 있었다.
이후 가족들의 찬성으로 에어비앤비 호스트를 시작해 슈퍼호스트가 된 A씨는 그동안 좋은 손님들을 만난 덕분에 지금까지 이 일을 계속 해올 수 있었다고 한다.
지난 2013년 한국에 처음 들어온 에어비앤비는 A씨를 포함해 1만개 이상의 숙소가 등록될 정도로 급성장해왔다.
에어비앤비에 따르면 전 세계 에어비앤비 사용자 중 100만여 명이 60세 이상의 시니어 연령층으로 이들 대부분은 삶의 활력소 증대와 사회적인 교류를 서비스의 장점으로 꼽고 있다.
숙박공유 플랫폼을 이용하는 시니어들 중 56%는 현재 은퇴한 상태이며 49%는 퇴직금이나 은퇴자금에 의존해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로 숙박공유를 통한 추가 수입을 집세에 보태거나 여가를 위한 자금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들은 연간 평균 60일 정도 방을 공유(제공)하며 6000달러 정도의 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 한국에 온 외국인 여행자들, 왜 에어비앤비를 이용하나
에어비앤비를 통해 한국에 방문한 외국인 여행자들은 한국인의 생활을 직접 경험해 보기 위해 숙박공유 서비스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어비앤비가 지난해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1년간 한국에서 에어비앤비를 이용한 게스트 17만83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을 방문한 게스트 10명 중 9명은 실제 현지인(한국인)의 생활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경제연구원(KERI)이 지난 7월 발간한 ‘중국관광객 유치 활성화를 위한 대응 과제’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4년간 한국을 재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이 비중이 14.8%에서 11.6%로 감소했다. 지난 4년간 한국을 다시 방문한 유커의 숫자는 20%가 감소했으며 한국에서 머문 시간은 절반 가까이 줄었다.
KERI는 해당 보고서에서 획일화된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저가의 패키지 상품으로는 질적 성장을 이룰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단체관광 중심의 저가 패키지 상품, 쇼핑·유흥오락 중심의 획일화된 관광 프로그램, 혼이 없는 관광 서비스, 수도권·제주에 편중된 방문 형태 등을 질적 성장을 저해하는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 에어비앤비 측 “올림픽 등 국가적 대형 이벤트에서 부족한 숙소 해결”
에어비앤비에 따르면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 대회 당시 에어비앤비가 수용한 방문객은 10만 명 이상이었다.
내년 리우 올림픽을 앞두고 숙박업소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브라질은 에어비앤비를 ‘대안 숙소’ 부문 공식 파트너로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 정부는 일시적으로 급증하는 관광객을 수용하기 위해 새로운 숙소를 짓는 대신 공유경제를 활용하는 방안을 택했다.
현재 리우 올림픽과 관련해 750여개국 7500여명의 게스트들이 이미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박을 예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비앤비 관계자는 숙박공유 서비스가 대형 이벤트를 앞두고 부족한 숙소를 마련하는 대안이 될 수 있고 이벤트가 끝난 후에는 늘어난 숙소에 대한 활용을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한다.
◇ 법규 부재와 사회적 부작용은 해결해야 될 숙제
공유경제 모델 에어비앤비는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규정할 수 있는 법규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세계 각국에서 사회적 마찰을 빚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무허가 단기 임대를 금지하는 현행법을 위반해 각종 소송과 시위가 발생했다.
특히 에어비앤비가 탄생한 샌프란시스코의 부동산 임대료는 최근 수년간 매년 20% 가까이 폭등했다. 이런 가운데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박업을 하기 위해 부동산 재개발에 나서는 건물주가 늘어나면서 저소득층 주민들이 주거지에서 쫓겨나는 일도 발생했다.
반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에어비앤비와의 합의에 성공한 케이스다.
암스테르담에서 에어비앤비 호스트들은 1년에 최대 2개월, 1회 4명까지 집을 렌트할 수 있으며 대신 호스트는 관광특별세를 포함한 세금을 납부해야만 한다.
국내에서는 에어비앤비의 숙박용으로 이용된 일부 오피스텔이 숙박업 신고를 하지 않아 공중위생관리법을 위반했다는 법원의 판결이 있었고 이 일로 두 명의 호스트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공중위생관리법에 따르면 숙박업을 하려는 자는 시설 및 설비를 갖추고 관할구청에 신고해야 한다.
이를 놓고 에어비앤비 서비스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일기도 했다.
에어비앤비 관계자는 “호텔이나 모텔, 게스트하우스 등 전문적으로 숙박업을 하려면 정부에 신고를 해야 하고 현행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며 “일부 전문적으로 했던 호스트에 대해 법원이 공중위생관리법 위반으로 판결을 내렸으나 에어비앤비의 비즈니스 자체가 불법이라는 판결을 받은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대부분의 에어비앤비 호스트들은 숙박업 종사자가 아닌 일반인들인데 한국에는 이들을 위한 법률이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며 “일반인들 가운데 호스트로 참여하길 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공유경제 모델에 대해 정부의 규제가 완화되거나 발전적으로 바뀔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회사는 적극적으로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수환 기자 k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