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시장 전문가들 "한국·유럽 자동차 수입이 대안 될 수도" 전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들어오는 모든 제품에 대해 전면적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미국 자동차 산업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미국 자동차 산업은 북미 전역에 걸쳐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어 이 같은 폭탄급 관세 조치가 앞으로 유지될 경우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생산이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관세정책으로 미국 내 자동차 생산 비용이 해외에서 수입하는 완성차보다 더 비싸질 가능성이 크다"고 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국내 생산 비용이 수입품을 들여오는 것보다 비싸지는 역전 현상을 일컫는 경제학 용어인 이른바 ‘관세 역진 효과’가 현실화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역보호 효과’ ‘비용 역전 현상’ ‘비교 우위 상실’로도 불리는 관세 역진 효과는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이 수입하는 것보다 더 비싸지는 상황, 특정 산업이나 기업이 해외 생산 대비 비용 경쟁력을 잃어버리는 현상, 고율의 관세 부과로 국내 생산이 오히려 비싸지고 해외 수입품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지는 현상을 뜻하는 말이다.
◇ 자동차 부품, 美 국경 6~8회 넘나들며 조립…관세 부담 급증
현대사회의 자동차 산업은 부품이 여러 차례 국경을 넘으며 생산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자동차 한 대를 조립하는 과정에서 특정 부품이 미국 국경을 최소 6~8차례 왕복하는 경우도 흔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관세는 각 부품이 국경을 넘을 때마다 적용되며 기존의 관세환급 제도를 허용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자동차 부품 하나하나에 반복적으로 25%의 관세가 부과될 전망이다.
이 같은 조치는 멕시코에서 최종 조립되는 GM 산하 쉐보레 이쿼녹스나 포드 매버릭 같은 완성차뿐만 아니라 미국 내에서 조립되는 거의 모든 차량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내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직면하게 될 관세 부담이 유럽·일본·한국에서 수입하는 완성차에 대한 관세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밝혔다.
◇ 미국 자동차 산업, 관세 유지 시 "1주일 내 가동 중단" 가능성
자동차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관세 조치가 유지될 경우 미국 내 자동차 공장이 단 1주일 만에 가동을 멈출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현대적인 자동차 제조 방식은 공급망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 멕시코나 캐나다에서 들어오는 부품이 제때 공급되지 않으면 전체 생산 라인이 멈출 수밖에 없는 구조라서다.
악시오스는 "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부품 가격을 정확하게 산정하고 국경을 넘을 때마다 관세를 계산하는 절차를 마련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미국 내 통관 시스템이 이 같은 변화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다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단기간에 이러한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 협정 사실상 무력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치는 그가 지난 2020년 주도해 체결한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효과를 낳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USMCA는 북미 3국 간 자유로운 무역을 보장하고 자동차 부문에서도 특정 기준을 충족하는 부품에 대해 무관세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었지만 이번 관세 조치로 효력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통상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보호무역 정책이 오히려 미국 자동차 산업을 위기에 빠뜨릴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미 행정부는 "관세 정책이 미국 내 생산을 촉진할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 전문가들 "한국·유럽 자동차 수입이 대안 될 수도"
미국 자동차 업계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한국·일본·유럽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 행정부의 고율 관세 부과로 인해 미국 내 생산 비용이 급등하면 오히려 해외에서 수입하는 완성차가 상대적으로 저렴해지면서 수입차 시장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산업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정책을 철회하지 않는 한 미국 소비자들은 한국과 유럽에서 수입한 자동차를 더욱 선호하게 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시장 경쟁력에서 더욱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고 전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