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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산업부에 체코 원전 협상 중재 요청…“한수원 재협상 나서야”

“수천억원 손실 감수한 수정안 제출에도 협상 종료”…공사비·위험 분담 이견
체코 두코바니 원전 부지 전경이미지 확대보기
체코 두코바니 원전 부지 전경
대우건설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의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시공계약 협상 결렬과 관련해 산업통상부에 직접 중재를 요청했다. 한수원이 공사 물량 증가와 추가 공사에 따른 비용 부담을 시공사에 전가하는 계약 조건을 제시하면서 충분한 검토 기간도 주지 않고 협상을 일방적으로 종료했다는 이유에서다.
대우건설은 2일 입장문을 통해 "체코 신규 원전 건설사업의 조속한 정상화를 위해 산업통상부가 한수원과 대우건설의 협상 과정을 직접 점검하고, 시공 컨소시엄의 최종 제시안을 검토해 재협상을 중재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대우건설은 지난달 30일 한수원으로부터 시공계약 협상 종료를 통보받았다. 한수원은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이 지난달 29일 제출한 수정 제안서에 공사 물량 증가분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으며, 2024년 입찰제안서 제출 이후 추가된 공사 역무의 비용 처리 방식에서도 이견이 크다는 이유로 협상 종료를 결정했다.

이에 대해 대우건설은 설계를 직접 담당하지 않는 시공사가 대폭 증가한 공사 물량을 공사비 조정 없이 수용하고, 입찰 이후 새롭게 추가된 공사까지 기존 계약금액에 포함하도록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체코 신규 원전은 한국형 APR1000 노형이 처음 적용되는 사업인 데다 유럽 시장의 인허가 및 시공 환경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공사비와 공사 범위, 위험 분담에 대한 합리적인 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수천억원 손실 감수했는데 30분 만에 결렬 발표”


대우건설은 협상 과정에서 상당한 양보안을 제시했음에도 한수원이 이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우건설에 따르면 컨소시엄은 지난달 29일 오전 공사비 총액을 기존 제안보다 낮추고 물량 증가분도 일부 수용하는 수정안을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수천억원에 달하는 손실까지 감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수정안 제출 약 30분 만에 언론 보도를 통해 한수원의 협상 결렬 선언을 접했다고 주장했다.

대우건설은 "민간기업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의 계약 조건이 협상 막바지인 지난달 7일 제시됐다"며 "충분한 검토 시간을 요청했음에도 일방적인 협상 종료 절차가 진행된 데 대해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반면 한수원은 양측이 실무협상과 이견조정위원회, 경영진 협상 등을 거쳤지만 주요 계약 조건에 대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한수원은 공사비 증액안을 제시했으나 컨소시엄 측과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며 신규 시공사 선정을 추진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 2018년 팀코리아의 시공 협력사로 선정된 이후 약 8년 동안 체코 원전 수주와 사업 준비에 참여해 왔다는 점도 강조했다.

특히 지난해 6월 한수원과 체코 발주처 간 본계약이 체결된 이후 같은 해 7월 한수원으로부터 사전작업착수지시서를 받아 현지 시공 준비와 인허가 관련 업무를 수행해 왔다.

아직 정식 시공계약이 체결되지 않았지만 한수원의 요청에 따라 체코 현지와 경주, 서울 등에 수십명의 인력과 물적 자원을 투입했으며, 이 과정에서 수백억원의 비용을 정산받지 못한 채 선투입했다는 설명이다.

대우건설은 이처럼 장기간 사업에 참여한 시공 컨소시엄과의 협상을 일방적으로 종료하고 기존 협력관계를 해지할 경우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신규 시공사 확보 불확실”…정부 중재 필요성 강조


대우건설은 신규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재입찰이 오히려 체코 원전사업의 일정 지연과 사업비 증가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한수원은 내년 신규 시공사 선정을 위한 경쟁입찰을 추진할 계획이지만, 기존 컨소시엄에 제시했던 공사비와 위험 분담 조건을 다른 건설사가 수용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대우건설은 동일한 계약 조건으로 재입찰을 진행할 경우 신규 시공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며, 유찰이나 계약 지연이 발생하면 한국 원전의 핵심 경쟁력인 적기 준공과 예산 준수에 대한 신뢰까지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통상부는 이날 체코 원전 시공계약 협상 종료에 대응해 장관·차관 주도의 비상관리체제를 가동하기로 했다. 정부는 한수원과 팀코리아 참여 기업들의 사업 진행 상황을 매주 점검하고, 신규 시공사 선정과 주요 공정 일정 관리 등을 직접 챙길 방침이다.

대우건설은 정부의 비상관리체제 가동과 별개로 기존 컨소시엄과의 재협상 가능성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우건설은 "한수원이 추진하는 재입찰 과정과 별개로 산업통상부가 직접 나서 기존 시공계약 재협상을 중재한다면 국가적으로 부담해야 할 위험을 줄이고 체코 발주처의 우려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체코 신규 원전 건설사업의 성공과 대한민국 원자력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산업통상부와 한수원이 재협상 절차를 진행해 주기를 다시 한번 요청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한수원의 신규 시공사 선정 방침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대우건설이 산업통상부의 직접 중재를 공식 요청하면서 체코 원전 시공계약을 둘러싼 갈등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향후 정부가 사업 일정 관리에 집중할지, 기존 협상 과정과 계약 조건을 재검토하는 중재에 나설지가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재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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