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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반도체 열전 (68) 코어위브... AI 거품붕괴 진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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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박사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전 고려대 교수

김대호 기획시리즈 반도체 열전 (68) 코어위브

회사채 금리 15%의 경고… 네오클라우드 1인자, 빚더미 위에 서다


글로벌 금융시장에 한차례 반도 체발 대란이 일었다. 진원지는 엔비디아도, TSMC도 아닌 코어위브(CoreWeave)라는 낯선 이름의 회사였다. 코어위브 주가는 하루 만에 15.5% 떨어진 65.8달러로 마감했고, 장중 한때 낙폭이 17%에 달해 지난 2월 이후 가장 큰 하락을 기록했다. 시장을 정작 얼어붙게 만든 것은 주가가 아니라 채권이었다. ytn

회사채 금리 15% 폭등 사태의 전말


방아쇠는 물가였다. 9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3.7% 올라 시장 예상치 3.6%를 웃돌면서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졌다. 고금리가 길어지면 가장 먼저 숨이 막히는 곳은 빚으로 몸집을 키운 기업이다. 코어위브가 바로 그 표적이 됐다. 코어위브가 발행한 2032년 만기 회사채 가격은 액면가 1달러당 80센트 아래로 떨어졌다. 금융시장은 통상 채권 가격이 액면가의 80%를 밑돌면 상환 능력에 경고등이 켜진 것으로 받아들인다.

채권값이 떨어지자 만기 보유 시 기대수익률은 15% 안팎으로 치솟았다. 투자자들이 이 회사에 돈을 빌려주는 대가로 정크본드 중에서도 최상단의 위험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뜻이다. 벤처투자자 차마스 팔리하피티야가 엑스(X)에 이 수치를 올리자 일론 머스크는 “Yikes(맙소사)”라는 짧은 댓글을 달았다. sbssbs

부도 위험의 가격도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5년 만기 신용부도스왑(CDS) 스프레드는 장중 약 1,200bp까지 올랐는데, 이는 향후 5년 내 부도 확률을 60% 이상으로 반영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부채 규모는 팩트셋 기준 350억 달러, LSEG 기준 약 500억 달러에 이르며, 크레딧사이트는 코어위브가 향후 3년 반 동안 약 800억 달러의 현금을 소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20일에는 2031년 만기 채권 수익률이 15.58%까지 올라 8월 중순의 약 11.3%보다 크게 높아졌다.

15%라는 숫자를 곧바로 코어위브의 실제 이자 부담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 메리츠 증권은 이 수치가 이미 발행된 채권의 유통 금리일 뿐 회사가 지금 그 금리를 내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다만 앞으로 실제로 이 금리에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면 AI 인프라 사업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차환이 필요한 순간 이 숫자는 현실이 된다. 시장이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그 시점이다.

네오클라우드 1인자의 명암

코어위브는 이른바 '네오클라우드'의 대표 주자다.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반도체를 대량으로 확보해 AI 기업에 연산 능력을 빌려주는 것이 이 회사의 사업이다.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구글 같은 하이퍼스케일러가 미처 다 감당하지 못한 GPU 수요를 흡수하며 급성장했다. 실적만 보면 흠잡을 데가 없다. 2분기 매출은 26억 달러로 전년보다 112% 늘었고, 수주잔고는 1,042억 달러에 달했다. 가동 중인 데이터센터는 51곳, 활성 전력은 1.5GW다. sbsquartr

문제는 성장의 연료가 빚이라는 데 있다. GPU를 빌려 사고, 데이터센터를 빌려 짓고, 장기 임대 계약으로 이를 회수하는 구조다. 금리가 낮고 AI 열기가 뜨거울 때는 이보다 빠른 성장 공식이 없었다. 그러나 금리가 오르는 순간 레버리지는 칼날이 되어 돌아온다. 피델리티의 쥬리엔 티머는 2000년대 초 정크 등급 통신 회사채 지수와 오늘의 코어위브 수익률을 비교하며 우려를 표했다. 닷컴 버블 당시에도 첫 경고는 주식이 아니라 광케이블을 과잉 건설한 통신사의 채권에서 나왔다. beincrypto

이더리움 채굴장에서 출발한 회사


코어위브의 출신 성분은 이색적이다. 이 회사의 뿌리는 반도체도 클라우드도 아닌 가상화폐다. 2017년 무렵 이더리움을 채굴하려고 GPU를 사 모은 것이 시작이었다. 2018년 가상화폐 가격이 폭락하자 창업자들은 헐값에 쏟아지는 GPU를 사들였고, 이를 채굴 대신 렌더링과 머신러닝 연산에 빌려주는 사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2022년 이더리움이 지분증명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GPU 채굴 시대는 끝났다. 이미 사업을 바꾼 코어위브에게는 오히려 기회였다. 그리고 그해 말 챗GPT가 등장했다. 채굴장의 GPU가 AI 시대 최고의 자산으로 탈바꿈한 순간이었다.

원자재 트레이더 3인방의 승부수

창업자 마이클 인트레이터, 브라이언 벤투로, 브래닌 맥비는 엔지니어가 아니라 월가의 에너지·원자재 트레이더 출신이다. 천연가스 헤지펀드를 운영하던 이들은 GPU를 하나의 '상품(commodity)'으로 보았다. 싸게 사서 수요가 몰릴 때 비싸게 빌려준다는, 트레이더다운 발상이었다. 장기 계약으로 현금흐름을 묶고 그 계약을 담보로 다시 차입하는 금융 구조 역시 원자재 시장의 문법을 닮았다.

최근에는 이들의 행보가 시장의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공동창업자 3명은 지난해 3월 상장 이후 모두 33억 달러어치의 주식을 팔았고, 그중 24억 달러는 올해에 집중됐다. 회사 측은 이들이 여전히 지분 약 20%를 보유하고 있으며 매각은 통상적인 포트폴리오 다각화라고 해명했다.

반도체 사이클의 바로미터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코어위브를 공개적으로 옹호했다. 캐시 우드의 아크인베스트는 주가 급락 와중에 이틀 연속 코어위브 주식을 사들였다. 국내에서도 우량 하이퍼스케일러가 막대한 이익을 내고 있어 코어위브의 신용 위험이 빅테크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어위브 사태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AI 반도체 수요가 진짜라는 사실과, 그 수요를 떠받치는 금융 구조가 건전하다는 사실은 별개의 문제다. 엔비디아 GPU와 그 안에 들어가는 HBM의 최종 수요처 가운데 상당 부분은 코어위브 같은 차입형 사업자다. 이들의 자금줄이 막히면 한국 메모리 업계도 무풍지대일 수 없다. 이더리움 채굴장에서 출발해 AI 클라우드의 정상에 오른 코어위브는 이제 반도체 사이클의 체온계가 됐다. 15%라는 숫자가 일시적인 발열로 끝날지, 더 큰 병의 전조일지는 결국 금리가 결정할 것이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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