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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CPI 보다 PCE ?... 연준 FOMC 물가지수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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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박사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전 고려대 교수
연준이 금리를 올리거나 내릴 때 그 근거로 가장 중요하게 참고하는 지표가 바로 물가다. 물가가 목표보다 더 올랐다고 판단이 되면 금리인상의 소리가 높아진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물가(Price Level)란 시장에서 거래되는 수많은 개별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을 종합하여 평균한 '전반적인 가격 수준'이다. 개별 재화의 가격(Price)이 특정 물건 하나의 교환 가치를 나타낸다면, 물가는 경제 전체의 포괄적인 가격 동향을 측정하는 거시경제 지표이다. 가격은 상품마다 다 다르다. 그 평균을 정확하게 구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물가 지표를 잘못 구하면 그 지표를 기준으로 만든 통화 금융정책은 엉터리일 수 밖에 없다. 물가를 정확하게 측정해야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미국 연준은 상무부가 발표하는 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 즉 PCE를 기준 지표로 삼고 있다. 우리나라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소비자물가지수라고 하는 CPI를 기준으로 금리를 결정하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미국 연준이 CPI를 아주 외면한다는 것은 아니다. 참고는 하되 중요한 금융통화정책은 PCE 기준으로 정한다.

시장에서는 왜 대중적 인지도가 높고 발표 시점도 빠른 CPI를 두고 굳이 2~3주나 늦게 나오는 PCE를 ‘북극성’으로 삼는지 의문을 표하곤 한다. 경제학적 메커니즘과 데이터의 정합성을 깊이 파고들면, 연준의 이러한 선택은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거시경제의 실체를 정확히 포착하기 위한 필연적인 귀결임을 알 수 있다. 연준이 2000년 2월 통화정책 목표 기준으로 PCE를 공식 채택한 이래 4반세기가 넘도록 이 원칙을 고수하는 데에는 통계학적 편향을 교정하고 경제 전체의 총수요 압력을 측정하려는 치밀한 논리가 자리 잡고 있다.

첫째, 물가지수 산출 산식의 근본적 차이인 ‘대체 효과(Substitution Effect)’의 반영 여부다. 노동부가 발표하는 CPI는 고정된 가상의 장바구니를 기준으로 가격 변동을 측정하는 ‘라스파이레스(Laspeyres) 수정 산식’을 기반으로 한다. 반면 PCE는 소비자들의 실제 지출 품목 변화를 연쇄적으로 추적하는 ‘피셔-이상(Fisher-Ideal) 연쇄 가중 지수’ 방식을 취한다.
인간은 가격 변동에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기계가 아니다. 쇠고기 가격이 폭등하면 소비자는 지갑을 닫고 상대적으로 저렴해진 돼지고기나 닭고기로 소비를 전환한다. 항공료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오르면 기차를 타거나 자가용 여행으로 경로를 수정한다. CPI는 조사 주기 내내 고정된 가중치를 적용하기 때문에 이러한 소비자의 합리적 대체 행동을 즉각 반영하지 못하고 물가 상승 압력을 구조적으로 과대평가(Upward Bias)하는 치명적인 결함을 안고 있다. 반면 PCE는 매월 실제 거래 데이터를 집계하여 가중치를 동적으로 재조정함으로써 소비자가 체감하는 실질적인 후생 감소와 지출 행태를 훨씬 정밀하게 담아낸다. 연준이 통화정책을 집행할 때 실물경제의 ‘왜곡된 과열’이 아닌 ‘실제 지출’을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둘째, 지표가 포괄하는 경제적 지평의 너비와 ‘지불 주체’의 차이다. CPI는 기본적으로 도시 가계가 주머니에서 직접 꺼내 쓴 ‘본인 부담 지출만을 조사 대상으로 한정한다. 반면 PCE는 국민계정체계(NIPA)를 바탕으로 설계되어 개인이 직접 결제한 돈은 물론, 정부나 기업 등 제3자가 가계를 대신하여 지불한 소비까지 모두 포함한다.

이 차이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분야가 바로 현대 거시경제 지출의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는 의료비다. 미국 국민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을 때 개인이 직접 내는 자기부담금은 전체 의료비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고용주가 제공하는 직장 건강보험, 혹은 정부가 운영하는 메디케어(고령자 의료보험)와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지원)에서 충당된다. CPI는 개인이 직접 결제한 진료비와 약값만을 집계하기 때문에 의료 서비스 부문의 실질적인 물가 압력을 지극히 협소하게 포착한다. 이에 따라 CPI 내 의료비 가중치는 8% 안팎에 머문다. 반면 PCE는 기업과 정부가 대납한 총비용을 모두 합산하므로 의료비 비중이 20%를 상회한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70%를 차지하는 민간 소비의 총체적 흐름을 관찰해야 하는 중앙은행으로서는 경제 전체의 자원 배분과 총수요 압력을 총망라하는 PCE를 신뢰할 수밖에 없다.

셋째, 품목별 가중치의 불균형과 ‘주거비 착시’의 배제다. CPI의 가장 큰 맹점은 전체 지수에서 주거비(Shelter)가 차지하는 비중이 34~36%에 달하고, 근원 CPI에서는 무려 40%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특히 자가 보유자가 자신의 집을 임대할 경우 지불할 가상의 임대료를 추정하는 ‘자가주거비(OER·Owners' Equivalent Rent)’라는 설문 기반의 간접 지표가 CPI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왜곡을 낳는다.
주거비는 통상 1년 단위의 임대차 계약 특성상 시장의 실제 가격 변동이 지표에 반영되기까지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의 긴 시차가 발생한다. 이로 인해 경제 전반의 수요가 냉각되고 신규 임대료가 급락하는 국면에서도 과거의 높은 계약 갱신분이 누적 반영된 CPI 주거비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지표의 하방 경직성을 유발한다. 반면 PCE에서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15~16% 수준으로 현실적인 소비 균형에 훨씬 가깝다. 단 하나의 품목, 그것도 시차와 추정 오차가 큰 주거비 지표 하나에 전체 통화정책의 방향이 흔들리는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연준은 주거비 편중이 완화된 PCE를 나침반으로 삼는 것이다.

넷째, 데이터의 수정 가능성과 정책 신뢰도다. 노동부의 CPI는 발표 이후 매년 정기적인 계절조정 요인 수정 외에는 원지수 자체가 소급 수정되지 않는 불가역적 성격을 띤다. 금융시장의 즉각적인 거래 결제나 물가연동채권(TIPS)의 원금 산정, 사회보장연금의 지급액 조정 등에는 사후 수정이 없는 CPI가 계약의 안정성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

그러나 역사적 경기 사이클을 분석하고 경제 모형을 정교화해야 하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수립에는 정반대의 논리가 적용된다. PCE는 분기별 GDP 수정치, 추가로 확보되는 정부 행정 데이터, 경제 총조사 결과 등을 반영하여 과거의 수치를 지속적으로 소급 수정(Revision)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오차가 보정되고 더욱 정밀한 거시경제 데이터로 진화하는 셈이다. 당장의 시장 충격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중장기적 시계에서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판단해야 하는 중앙은행에 있어, 사후 검증을 통해 완성도를 높이는 PCE는 비교할 수 없이 단단한 정책적 정당성을 제공한다.

연준이 2%라는 물가안정 목표의 기준점으로 삼는 것은 소비자의 능동적 선택을 담아내고 경제 전반의 총지출을 포괄하며 특정 품목의 왜곡을 걷어낸 정밀한 나침반, 바로 PCE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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