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오찬서 ‘도덕적 구속력’ 원칙문서 서명…아모데이는 안전 우려, 감독위원회도 검토
이미지 확대보기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요 인공지능(AI) 기업 수장들과 만나 새로운 강제 규제를 도입하기보다 업계의 자율규제에 무게를 실었다.
30일(이하 현지시각)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주요 IT기업 경영자들과 오찬을 한 뒤 기업들이 AI 개발 과정에서 스스로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자발적 원칙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CNBC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기술기업 수장들과 ‘도덕적 구속력’이 있는 AI 관련 문서에 서명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마이크 존슨 미 하원의장은 이 합의를 업계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원칙 선언’이라고 설명했다.
법률이나 정부 규정처럼 강제 집행되는 규제는 아니지만 AI 개발 기업들이 내부적인 통제와 안전성 점검에 대한 책임을 맡는 방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트럼프 대통령이 회동에서 기술기업들의 ‘강력한 자율규제’를 지지하면서 보다 엄격한 정부 규제를 요구하는 목소리와 거리를 뒀다고 보도했다.
◇ 트럼프 “자율규제 매우 중요”…10인 감독기구도 검토
트럼프 대통령은 회동을 마친 뒤 “엄청난 수준의 자율규제가 이뤄지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 등 기존 정부기관을 통한 규제가 이미 존재한다면서도 “자율규제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약 10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를 만들어 AI 산업 전반을 지켜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CNBC는 전했다.
다만 이 위원회의 권한과 구성, 출범 시점 등 구체적인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AI 개발을 규제로 억제해서는 안 된다는 기존 입장도 재확인했다.
그는 미국이 AI 분야에서 상당한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며 이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NBC뉴스는 회동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AI의 극단적인 위험을 경고하며 정부 감독 확대를 요구하는 일부 업계 지도자들과 달리 중국과의 기술경쟁을 이유로 개발 속도를 늦추는 데 반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입장은 최근 안전 문제를 이유로 최첨단 AI 모델 개발 속도를 늦추자고 제안한 앤스로픽과 오픈AI 일부 경영진의 주장과 차이를 보였다.
◇ 아모데이 “안전하게 이겨야”…업계 내부 온도차
백악관 회동에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스페이스X 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플랫폼스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리사 수 AMD CEO 등이 참석했다.
앤스로픽에서는 다리오 아모데이 CEO가 참석했고 오픈AI에서는 샘 올트먼 CEO 대신 그레그 브록먼 사장이 자리했다.
아모데이 CEO는 회동 뒤 AI 안전과 관련한 구체적인 규칙은 여전히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AI 경쟁에서 앞서가는 것과 기술을 안전하게 개발하는 것이 동시에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CEO도 회동에 들어가기 전 업계가 이미 알고 있는 AI의 위험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AI 개발 자체를 늦춰서는 안 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와 별개로 기업 경영진 내부에서는 안전장치의 필요성을 둘러싼 논의가 계속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FT는 아모데이 CEO와 오픈AI 등 일부 AI 기업이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감독을 요구해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업계 스스로 통제 장치를 구축하는 쪽을 선호하고 있다고 전했다.
◇ 연방정부 AI 포털 ‘America.gov’도 출범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 AI 산업계 회동에 앞서 연방정부 서비스를 하나로 연결하는 ‘America.gov’도 공개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America.gov는 시민들이 여러 연방기관의 웹사이트를 일일이 찾아다니지 않고 하나의 창구에서 자연어로 질문해 정부 정보와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설계됐다.
현재는 정부 관련 질문에 답변하는 기능을 제공하고 향후 여권 갱신과 메디케어 가입 등 실제 행정절차도 사이트 안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기능을 확대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AI 대신 ‘슈퍼 인텔리전스(SI)’라는 표현을 공식적으로 사용하려는 방침도 거듭 밝혔다.
미국과 중국은 앞서 정상회담에서도 관련 신기술을 지칭할 때 AI 대신 SI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합의했으며 양국 간 관련 위험과 사고에 대한 대화채널도 만들기로 했다.
◇ 데이터센터 지역 반발도 논의
AI 산업의 급속한 확대에 따라 미국 각지에서 커지고 있는 데이터센터 건설 반발도 백악관 오찬 의제에 포함됐다.
대형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과 용수를 소비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전기요금 상승과 환경 부담을 둘러싼 반대 여론이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술기업들이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는 지역사회를 지원하고 주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동은 AI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당장 새로운 강제규제를 확대하기보다 기업의 자발적 안전조치와 기존 법 집행 체계를 중심으로 AI 개발을 이어가겠다는 정책 방향을 드러낸 자리로 평가된다.
다만 앤스로픽을 비롯한 일부 AI 개발사들이 보다 강한 안전장치를 요구하고 있어 자율규제만으로 빠르게 고도화하는 AI의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지를 둘러싼 논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