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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향기] 나의 버킷리스트, 백두산 야생화 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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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버킷리스트, 백두산 야생화 탐사 / 백승훈 시인
무더위가 극성이다. 낮에는 잠시만 몸을 움직여도 금세 등줄기에 땀이 흐른다. 더위 때문에 숲길 산책이 쉽지 않다 보니 새벽이나 밤중에 천변 산책을 하며 아쉬움을 달래는 요즘이다. 낮에는 주로 집 안에서 책을 보거나 그림을 그린다. 독학으로 어반스케치를 배우는 중인데 제법 재미있다. 좀 서툴긴 해도 그림에 몰두하다 보면 시간이 어찌나 빨리 지나는지 지루할 틈도 없다. 작품을 완성하고 나면 나름의 성취감도 느낄 수 있어 뒤늦게 시작한 게 후회될 정도로 만족도도 꽤 높은 편이다. 나이 든 탓인가. 언제부터인가 가끔 통장 잔고를 확인하듯 내게 남은 시간을 헤아려보는 버릇이 생겼다. 버킷리스트(bucket list)를 작성하고 싶은 생각이 든 것도 그 무렵이었을 것이다.
버킷리스트를 우리말로 옮기면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의 목록’쯤이 될 것이다. 그 유래를 찾아보니 예전에 사형수를 교수형에 처할 때 양동이 위에 세워 놓고 목을 건 다음에 양동이를 발로 차는 것으로 사형을 집행했다고 한다. 사형 집행관이 사형을 집행하기 전에 의례적으로 간단한 마지막 소원이 있느냐고 묻고 만약 쉽게 들어줄 수 있는 것이면 소원을 들어주기도 했다고 한다. 여기서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이라는 뜻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직 버킷리스트를 작성하지는 않았다. 딱히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이 없어서가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이 자꾸 새롭게 생겨나고 수시로 바뀌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일도, 그림 그리는 일도, 산을 오르고 꽃을 보는 일도 너무 일상적이고 소소한 것이라 버킷리스트에 적어 넣을 수 없었다.

그랬던 내게 생전 처음 버킷리스트에 적을 수 있는 이벤트가 하나 생겼다. 그것은 다름 아닌 ‘백두산 야생화 탐사 여행’이다. 야생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죽기 전에 한 번은 꼭 가 보고 싶은 곳이 백두산이 아닐까 싶다. TV에서 애국가가 연주될 때마다 보았던 민족의 영산 백두산의 천지를 보는 것도 그렇지만 그곳에서만 볼 수 있는 야생화들을 맘껏 보는 일은 생각만 해도 가슴 설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백두산으로 야생화 탐사를 가기로 한 것은 숲 모임에서 오래전부터 추진해왔던 여행이었다. 특히나 이번 여행은 일반적인 관광 여행이 아닌 ‘백두산의 야생화’의 공동 저자이기도 한 이도근 선생이 안내하는 여행이라서 나처럼 꽃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다시 없을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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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버킷리스트, 백두산 야생화 탐사 / 백승훈 시인

백두산은 우리 한민족의 발상지이자 민족의 영산이다. 백두산은 민족의 정기 서린 곳이자 한반도의 모든 산은 백두에서 시작해 남으로 내달린다. 백두산의 고산화원으로 불리는 야생화 군락지에선 7월부터 9월 중순까지 큰원추리·금매화·하늘매발톱·개불알꽃 등 이름만큼이나 개성적이고 아름다운 1800여 종의 야생화가 잇달아 피고 진다고 한다. 백두산 천지를 배경으로 한 운무의 장관과 백두산 두메양귀비·바위솜나물·좀참꽃 등 이름조차 생소한 우리의 희귀 야생화를 직접 볼 수 있다는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걸 억누를 수가 없다. 저자 알랭 드 보통은 ‘여행의 기술’에서 “행복을 찾는 일이 우리의 삶을 지배한다면, 여행은 그 일의 역동성을 그 어떤 활동보다 풍부하게 드러내 준다”라고 썼다.

이 칼럼이 소개될 즈음이면 나는 백두산에 가 있을 것이다. 비록 4박 5일의 길지 않은 여정이지만 이번 백두산 여행은 내겐 버킷리스트의 목록 상단을 차지할 만큼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여행이 될 게 분명하다. 여행의 80%는 준비에 있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떠날 날이 다가올수록 마음만 분주하고 무엇 하나 제대로 챙겨지는 게 없다. 아무리 준비를 잘해도 막상 길 위에 서면 아쉬움이 남는 게 여행이다. 준비물을 꼼꼼히 챙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오감을 활짝 열어놓고 여행을 온전히 즐기려는 마음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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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훈 시인



백승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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