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자유주의 경제학의 거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Friedrich Hayek)가 그의 저서 《노예의 길》에서 한 말이다. 정부가 아무리 선한 의도와 숭고한 목적을 가지고 시장에 개입하더라도, 경제적 법칙을 무시한 정책은 결국 파멸적인 결과를 초래한다는 준엄한 경고다.1789년 프랑스 혁명 정부의 최고 권력자 로베스피에르는 서민들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우유 가격을 강제로 동결했다. 의도는 숭고했으나 현실은 참혹했다. 이윤이 남지 않게 된 낙농가들이 젖소를 도축해 고기로 팔아치우면서 우유 공급은 완전히 끊겼다. 서민을 위한다는 정책이 오히려 서민의 숨통을 조인 '선의의 역설'이다.
요즈음 우리나라 자본시장을 집어삼키고 있는 금융괴물 이른바 "단일종목 2배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 가 이 역사적 교훈과 판박이다. 우리나라 자본시장법은 투자자 보호와 분산투자 원칙을 고수해 왔다. 코스피200이나 코스닥150처럼 최소 10개 이상의 종목으로 구성된 지수(Index) 기반의 레버리지 ETF만을 허용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개별 종목의 변동성에 레버리지가 결합할 경우 발생할 파괴력을 당국 역시 잘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금융당국은 2026년 5월 이런 원칙을 버리고 느닷없이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를 전격 승인했다. 이유는 환율을 안정시키겠다는 것, 아주 선한 동기였다. 국내 개인 투자자들은 수년 전부터 고수익을 쫓아 미국 시장으로 대거 이탈하고 있다. 이른바 서학개미 열풍이다. 서학개미들의 해외 주식 매수 대금이 천문학적 숫자로 불어나면서 거시경제적 문제가 발생했다. 첫째는 국내 자본시장의 공동화 현상이다. 국내 증시를 지탱해야 할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코스피는 활력을 잃고 만성적인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 늪에 빠졌다. 둘째는 외환 시장의 불안정성 심화다. 해외 주식을 매입하기 위해 달러 환전 수요가 폭증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고, 이는 국내 물가 불안을 자극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우리 금융당국은 해외로 나간 서학개미를 다시 불러 들이기 위해서는 국내 증시에도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 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서학개미들이 글로벌 증시의 단일종목 ETF에 투자하고 있는 만큼 국내에 이 상품을 승인하면 그들 중 상당수가 돌아올 것으로 보았던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 과정에서 국내 증시 활성화와 환율 안정, 그리고 '국내외 상품 간 비대칭 규제 해소'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빠져나가는 안방 유동성을 국내 증시로 환류시키고 서학개미를 동학개미로 유턴시키겠다는 취지 하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이라는 승부수를 던지게 된 것이다. 그 취지는 충분히 선의였다.
선한 의도로 포장된 이 제도는 도입 직후 대한민국 주식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연일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면서 거대한 '합법적 도박판'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증시의 기초 체력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이 상품이 자본시장을 망가뜨리는 메커니즘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레버리지 ETF의 구조적 가장 큰 문제는 매일 기초자산 하루 변동률의 '정확히 2배'를 맞춰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펀드 매니저와 유동성 공급자(LP)들은 매일 장 마감 직전 기계적으로 자산을 매매하는 '일일 리밸런싱(Rebalancing)'을 단행해야 한다.주가가 상승하면 ETF의 순자산 가치가 증가하므로, 2배 배율을 유지하기 위해 장 마감 무렵 기초 주식과 파생상품을 추가로 더 매수해야 한다. 반대로 주가가 하락하면 배율이 깨지므로 이를 맞추기 위해 주식을 추가로 더 매도해야 한다. 이는 시장의 기본 원리인 '쌀 때 사고 비쌀 때 파는' 상식과 정반대로 작용한다. 주가가 오를 때 더 사고, 내릴 때 더 파는 기계적 순응 매매가 강제되면서 변동성을 증폭시킨다. 호재가 있을 때는 비이성적인 오버슈팅(과도한 폭등)이 나오고, 악재가 터졌을 때는 투매가 투매를 부르는 하방 압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최근 코스피가 하루에 5~10%씩 요동치는 해괴한 변동성의 배후에는 바로 이 기계적 매매 폭탄이 자리 잡고 있다.
뉴욕증시에서는 엔비디아나 테슬라 단일 종목의 레버리지 ETF가 날뛰어도 S&P 500이나 나스닥 전체 시스템이 붕괴되지는 않는다. 전 세계에서 유입되는 자금의 깊이가 다르고, 시장을 받쳐주는 종목의 풀이 워낙 넓기 때문이다.한국 코스피 시장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 두 종목이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의 30~40%를 차지하는 기형적인 쏠림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두 반도체 공룡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투기 자금이 집중되면서, 두 종목의 주가 흔들림이 코스피 지수 전체를 사정없이 왜곡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파생상품과 변동성 매매라는 '꼬리'가 대한민국 거시경제 지표인 코스피라는 '몸통'을 흔드는 전형적인 웩더독(Wag the dog) 현상이 전면화된 것이다.
많은 개인 투자자들은 기초자산이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면 2배 레버리지 상품 역시 2배의 수익을 안겨줄 것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다. 그러나 이는 금융 공학의 기초를 모르는 위험한 착각이다.레버리지 ETF는 기간 수익률이 아닌 '일일 변동성'의 2배를 추종한다. 만약 기초자산의 주가가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며 제자리걸음을 걷는 횡보장을 보일 경우, 매일 진행되는 리밸런싱 과정에서 수수료와 거래 비용, 그리고 수학적 꺾임 현상으로 인해 순자산 가치가 갈려 나가는 '음의 복리 효과(Volatility Drag)'가 발생한다. 결과적으로 6개월 뒤 기초자산인 대형주 주가는 정확히 제자리로 돌아왔음에도 불구하고, 2배 레버리지 ETF를 보유한 투자자의 계좌는 마이너스 20%, 30%로 멍드는 비극이 속출한다. 장기 투자는커녕 들고 있을수록 손실이 누적되는, 태생부터 '단기 투기용 카지노 칩'에 불과한 상품이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허용은 막았어야 했다"는 사후약방문 식의 후회가 흘러나오고 있다. 정치권과 시장 일각에서는 시장 안정화를 위해 해당 상품들을 강제로 상장폐지해야 한다는 극약처방까지 거론되는 실정이다.문제는 이미 덫에 걸린 투자자들이다. 만약 금융당국이 정책 실패를 자인하고 전격적인 상장폐지를 단행한다면, 그동안 고점에서 물려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던 개인 투자자들은 어떻게 되는가. 원금이 회복되기를 눈물로 버티던 투자자들은 강제 청산을 당하며 손실이 영구적으로 확정된다. 진입 예탁금을 올리면 부자들에게만 특혜를 준다는 비난이 나올 수 있다. 당국이 선뜻 대안을 내지 못하고 딜레마에 빠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