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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후계 승계 결정적 차이...워런 버핏 vs 한국 재벌

버크셔 해서웨이 정기추총 워런 버핏- 에이블 그레그 바톤터치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 워런 버핏이 공식 은퇴 한 후  처음 열린 버크셔 해서웨이 주총 그레그 에이블이 주재하고 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전 고려대 교수  이미지 확대보기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 워런 버핏이 공식 은퇴 한 후 처음 열린 버크셔 해서웨이 주총 그레그 에이블이 주재하고 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전 고려대 교수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전 고려대 교수

‘자본주의의 성지순례’라 불리는 버커셔 해서웨이 정기 주주총회의 주인공은 더 이상 워런 버핏이 아니었다. 올해 1월 1일 자로 정식 취임한 제2대 CEO 그레그 에이블(Greg Abel)이 그 자리에 있었다. 그레그 에이블은 버핏이 60년간 일궈온 거대 제국의 지휘봉을 잡고 첫 주총을 성공적으로 주재했다. 포스트 버핏에 대한 시장의 불안을 일단 불식시켰다.

버커셔의 이번 승계 과정은 단순히 한 기업의 수장이 바뀐 사건이 아니다. 이는 혈연 중심의 폐쇄적 승계 모델에 갇힌 한국 재벌 기업들에 거대한 패러다임의 전환과 실천적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핏줄’이 아닌 ‘실력’의 승리>

한국의 재벌 승계는 ‘누가 적통인가’라는 생물학적 질문에서 시작된다. 창업주의 손자가, 혹은 증손자가 경영권을 물려받는 것이 당연시되는 풍토 속에서 경영 능력 검증은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상속세 부담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편법 승계, 일감 몰아주기는 한국 기업 거버넌스의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이 되어왔다.

이에 반해 버커셔의 선택은 철저히 ‘실력’과 ‘문화적 정체성’에 근거했다. 그레그 에이블은 버핏의 친인척이 아니다. 피 한방울도 썩이지 않았다. 그는 캐나다의 평범한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나 회계사로 커리어를 시작한 전문 경영인이다. 버핏이 그를 낙점한 이유는 단 하나, 그가 버커셔의 핵심 사업인 에너지를 완벽하게 장악했고, 자본 배분의 묘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버핏은 그를 가리켜 “나보다 더 나은 방식으로 사업을 관리해온 인물”이라 극찬했다. 핏줄이라는 우연이 아니라, 수십 년간 현장에서 증명된 실력이 승계의 유일한 기준이 된 것이다. 이는 전문 경영인이 오너보다 더 오너답게 기업을 이끌 수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사례다.

<죽음’을 기다리지 않는 승계: 상속 분쟁의 원천 차단>

한국 기업들의 승계는 대개 총수의 갑작스러운 별세나 건강 악화 이후 급박하게 이루어진다. 준비되지 않은 승계는 형제 간의 난, 경영권 분쟁, 유족 간의 법적 소송으로 이어지며 기업 가치를 훼손한다. 총수의 사후에야 비로소 시작되는 승계 작업은 ‘시한폭탄’과 같다. 워런 버핏은 달랐다. 그는 자신이 건재할 때 이미 후계 구도를 완성했다. 2018년 에이블을 부회장으로 임명하며 전면에 내세웠고, 2021년에는 그를 차기 CEO로 공식화했다. 이후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버핏은 에이블이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부여했다.2026년 주총에서 에이블이 보여준 여유와 전문성은 이러한 ‘살아있는 승계’의 결과물이다.

버핏은 살아생전에 경영권 이양을 마무리함으로써 사후에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불확실성과 가족 간의 분쟁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이는 ‘죽어야 권력이 넘어간다’는 전근대적인 권력관을 가진 한국의 총수들이 반드시 배워야 할 대목이다.3. 한국 재벌이 나아가야 할 길: 소유와 경영의 진정한 분리버커셔 해서웨이의 성공적인 승계는 한국 경제에 두 가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첫째, 기업의 목적이 ‘가문의 부 보전’인가, 아니면 ‘주주 가치의 극대화’인가 하는 점이다. 한국 재벌은 가업 승계라는 명분 아래 기업을 사유물로 취급하는 경향이 짙다. 반면 버커셔는 기업을 사회적 자산으로 보고, 가장 잘 경영할 수 있는 자에게 기회를 주었다.

둘째, 거버넌스의 투명성이다. 에이블의 승계 과정은 전 과정이 공표되었고 시장과 소통했다. 한국 기업들처럼 지주사 합병이나 복잡한 순환출자를 통해 주주들의 뒤통수를 치는 일은 없었다. 투명한 승계는 곧 시장의 신뢰로 이어졌고, 이는 버커셔의 주가가 버핏의 은퇴 선언에도 불구하고 견고하게 유지되는 비결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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