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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케빈 워시 "돈 폭탄"...세계의 돈 대통령 권력 교체

제17대 연준 FOMC 의장 케빈워시 공식 취임
세계의 돈 대통령 제17대 연준 FOMC 의장  케빈워시  공식 취임 사진= 로이터 김대호(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전 고려대 교수)이미지 확대보기
세계의 돈 대통령 제17대 연준 FOMC 의장 케빈워시 공식 취임 사진= 로이터 김대호(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전 고려대 교수)

케빈 워시 돈 폭탄, 연준 FOMC 대대적 개편

김대호(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전 고려대 교수)

세계의 돈 대통령으로 불리는 미국 연준의 수장이 교체됐다. 금리인하를 둘러싸고 트럼프와 충돌해왔던 제롬 파월이 가고 케빈워시가 새로 왔다. 케빈 워시의 취임은 단순한 한 사람의 연준 의장 교체를 넘어서는 미국 경제 역사상 일대 사건일 수 있다. 세계 경제의 심장인 연준의 통화 정책 패러다임이 송두리째 뒤바뀌는 대대적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개편의 서막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의 독립성이라는 오랜 불문율을 깨고 그를 직접 백악관으로 불러들여 선서식을 진행한 이례적인 장면은 앞으로 연준이 백악관의 정치적 시간표와 어떤 주파수를 맞출 것인지를 상징적으로, 그리고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케빈 워시는 1913년 출범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110여 년 역사상 가장 파격적이고 도발적인 시대를 열 것으로 보인다.

전례 없는 이단아의 등장과 거대한 자본의 배후

통상적으로 연준을 이끌어온 수장들은 거시경제학을 깊이 연구한 경제학 박사 출신의 학자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그러나 케빈 워시는 이러한 역대 연준 의장들의 전형적인 궤적에서 크게 벗어나 있는 '이단아'다. 그는 스탠퍼드대에서 공공정책학을 전공하고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한 뒤, 모건스탠리에 입사해 인수합병(M&A)과 실물 금융을 다루었던 철저한 월가(Wall Street)의 실전주의자다.

우리가 그의 통화 정책을 전망함에 있어 제도보다 그의 개인적 배경을 먼저 뜯어보아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그를 둘러싼 막강한 인맥과 거대한 자본의 배경이 향후 연준의 방향성을 결정지을 핵심 DNA이기 때문이다. 워시는 세계 3위 규모의 거대한 화장품 제국인 에스티 로더(Estée Lauder) 가문의 상속녀, 제인 로더의 남편이다. 연준 역사상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초거대 재벌가 사위' 출신 의장인 셈이다.

또한, 그의 금융적 뼈대는 조지 소로스와 함께 퀀텀펀드를 이끌며 영국 영란은행을 무너뜨렸던 전설적인 투자가 스탠리 드루켄밀러(Stanley Druckenmiller)에 의해 형성되었다. 드루켄밀러의 문하에서 실물 시장의 냉혹한 자본 논리를 배운 워시가 연준의 키를 잡았다는 것은, 탁상공론적인 경제학 이론보다는 시장의 수익률과 유동성 흐름을 최우선으로 삼는 정책이 펼쳐질 것임을 시사한다. 아서 번즈, 앨런 그린스펀, 벤 버냉키, 재닛 옐런으로 이어져 온 막강한 유대계 금융 사단의 계보를 그가 잇고 있다는 점 역시, 그가 월가와 얼마나 긴밀하게 호흡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다.

'닥치고 금리 인하(Cut Rates at All Costs)'의 시대

케빈 워시 체제의 연준이 보여줄 첫 번째 핵심 기조는 주저 없는, 그리고 맹목적인 '금리 인하'다. 전통적인 거시경제학의 원론에 따르면, 중앙은행은 물가가 오르면 금리를 인상하여 시중의 과잉 수요를 억제하고, 실업률이 상승하며 침체가 오면 금리를 인하하여 경기를 부양한다. 그러나 워시의 연준은 이러한 테일러 준칙(Taylor Rule)이나 교과서적 룰에 얽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청문회에서 워시 스스로는 연준의 철저한 정치적 독립성을 역설했지만, 금융 시장의 플레이어 중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이는 드물다. 트럼프 대통령의 궁극적인 속내는 명확하다. 지속적이고 과감한 금리 인하를 통해 주식과 가상자산 시장을 부양하고, 막대한 유동성으로 경기 호황을 연출하는 것이다. 워시는 자신이 왜 그 자리에 앉게 되었는지 누구보다 정확히 꿰뚫고 있다. 현재 연준 이사회 내부에서 매파와 비둘기파가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에서, 의장이라는 강력한 캐스팅 보트를 쥔 워시는 어떤 명분을 만들어서라도 금리 인하의 방아쇠를 당길 것이다.

CPI 물가 지표의 재단, 위험한 명분 만들기

가장 우려스럽고 논란이 되는 대목은 금리 인하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꺼내 든 '물가 지표의 대대적 개편' 카드다. 금리를 내리고 싶어도 소비자물가지수(CPI)나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높게 나오면 중앙은행은 금리를 내릴 수 없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워시 의장은 지표를 측정하는 '자(Ruler)' 자체를 뜯어고치려 하고 있다.

그는 상원 청문회에서 국제 유가 급등이나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일회성 충격(Temporary Shocks)이 물가 지표에 과도하게 반영되는 현행 방식의 문제점을 강하게 지적했다. 통계적 표준 분포의 극단에 있는 수치들을 가위로 잘라내듯 도려내겠다는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물가 지수의 객관성과 과학성을 높이겠다는 매끄러운 명분을 내세우지만, 경제학자의 시각에서 이는 근원 물가를 의도적으로 낮게 포장하여 금리 인하를 정당화하려는 고도의 '통계 마사지'에 불과하다. 자의 눈금을 바꾸어 길이를 짧게 측정하려는 이 위험한 시도는, 향후 시장에 인플레이션에 대한 엄청난 착시 현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유동성 폭발과 아서 번즈 망령의 부활

이 모든 궤적의 종착지는 결국 시장을 집어삼킬 거대한 '유동성 돈 폭탄'이다. 현재 월가와 학계에서는 벌써부터 1970년대의 악몽을 떠올리고 있다. 당시 닉슨 행정부의 강력한 정치적 압력에 굴복해 금리를 과도하게 내리고 돈을 마구잡이로 풀었다가 미국 경제를 끔찍한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의 늪으로 몰아넣었던 최악의 연준 의장, 아서 번즈(Arthur Burns)의 망령이 케빈 워시를 통해 부활하고 있다는 경고다.

그의 별명인 '버디 워시(Birdie Wash)'가 암시하듯, 그는 연준의 기존 관행을 철저히 세탁해 버릴 기세다. 대차대조표 축소(QT)와 같은 양적 긴축 정책을 조기에 종료하거나 뒤집어엎고, 기준금리의 기능을 본인의 철학대로 '정상화'하겠다는 그의 선언은 곧 시장에 달러 유동성을 헬리콥터에서 뿌리듯 대거 공급하겠다는 강력한 신호탄이다. 국채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며 시장 실세 금리가 튀어 오르는 괴리 현상 속에서도, 그는 억지로 금리를 억누르며 돈을 푸는 방향으로 폭주할 가능성이 크다.

케빈 워시의 등장은 글로벌 금융 시장에 뉴욕 증시의 2차 폭발을 촉발할 거대한 '돈 폭탄'의 서막이다. 인플레이션의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 않은 상태에서 강행되는 인위적인 닥치고 금리 인하와 자의적인 물가 지표 개편은 단기적으로는 주식, 부동산, 비트코인 등 위험 자산 시장을 폭발적으로 밀어 올릴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반도체 착시 현상과 초격차 역사의 교훈에서 배웠듯, 표면적인 수치와 단기적인 호황에 눈이 멀어 본질을 놓쳐서는 안 된다. 실물 경제의 탄탄한 펀더멘털과 생산성 향상이 뒷받침되지 않은 채 오직 인위적인 유동성으로만 쌓아 올린 장세는, 결국 '버핏 지수'가 경고하는 임계점을 돌파하며 역사상 가장 끔찍한 거품 붕괴와 후폭풍을 잉태할 수 있다.

한국 경제는 이 거대한 글로벌 돈 폭풍의 최전선에 노출되어 있다. 최근까지 쿠팡의 사외이사로 재직하며 한국 시장의 생리와 약점을 누구보다 잘 아는 워시 의장의 존재는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이자 치명적인 위협이다. 원·달러 환율의 극심한 요동과 외국인 자금의 급격한 쏠림 현상이 빈발할 것이다. 쏟아지는 유동성 파티의 화려한 조명에 그저 취해 있을 때는 아니다. 연준의 게임 룰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우리 정책 당국과 투자자들은 기존의 안일한 교과서적 대응을 폐기하고, 그 이면에 도사린 인플레이션의 역습을 경계하며 보다 입체적이고 과학적인 방어 기제를 시급히 재구축해야 한다. 케빈 워시의 돈 폭탄이 축복의 단비가 될지, 경제를 파괴하는 대홍수가 될지는 오직 우리의 냉철한 통찰과 대비에 달려 있다. 김대호 박사 관련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DEwod41eUt8&t=553s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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