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게티 아이온큐 디웨이드 퀀텀 IBM 뉴욕증시 양자컴 폭발의 이유
이미지 확대보기1935년 오스트리아의 천재 물리학자 에르빈 슈뢰딩거(Erwin Schrödinger)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깊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그 당시 물리학계는 닐스 보어와 베르너 하이젠베르크가 주도하는 양자역학의 ‘코펜하겐 해석(Copenhagen interpretation)’을 두고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코펜하겐 해석이란 미시 세계의 입자들은 관측되기 전까지 여러 상태가 동시에 겹쳐서 존재(중첩)하며, 인간이 ‘관측’하는 바로 그 순간에 하나의 상태로 결정된다는 것이었다. 고전 물리학의 결정론적 세계관에 익숙했던 슈뢰딩거와 아인슈타인에게 이는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궤변에 불과했다. 달을 쳐다보지 않는다고 해서 달이 존재하지 않거나 여러 군데에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단 말인가?
슈뢰딩거는 이 양자역학의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없는지를 증명하고 학계를 조롱하기 위해 미시 세계의 기묘한 현상을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거시 세계로 끌어올린 하나의 '사고 실험(Thought Experiment)'을 제안한다. 이것이 바로 과학사에서 그 유명한 동물 즉 '슈뢰딩거의 고양이'의 탄생 배경이다. 슈뢰딩거는 우선 빛과 소리가 완벽히 차단된 강철 상자 안에 살아있는 고양이 한 마리를 가두었다. 상자 안에는 1시간 내에 절반(50%)의 확률로 붕괴하는 방사성 원자 1개, 그리고 원자가 붕괴하면 이를 감지해 치명적인 청산가스가 뿜어져 나오는 기계 장치를 셋팅했다.
1시간 뒤, 상자 속 고양이는 살아있을까, 아니면 죽어있을까?우리의 상식적인 관점에서는 상자를 열어보든 열어보지 않든 고양이는 '이미 살아있거나 죽어있거나 둘 중 하나'의 상태다. 단지 우리가 모를 뿐이다. 하지만 양자역학의 코펜하겐 해석을 이 상자에 적용하면 기괴한 결론이 나온다. 원자가 붕괴한 상태와 붕괴하지 않은 상태가 중첩되어 있으므로, 그에 연결된 고양이 역시 우리가 상자를 열어 관측하기 전까지는 '살아있는 상태와 죽어있는 상태가 반반씩 겹쳐진 중첩(Superposition)' 상태로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슈뢰딩거는 실험을 끝내면서 "보라, 상자를 열기 전까지 고양이가 반은 살아있고 반은 죽어있다는 게 말이 되는가?"라며 양자역학의 불완전성을 통렬히 꼬집었다.그러나 반전이 일어났다. 과학의 역사는 흥미로운 아이러니를 남겼다. 슈뢰딩거가 양자역학의 모순을 공격하기 위해 고안한 이 실험은 오히려 양자역학의 가장 중요한 원리인 '중첩'과 '관측에 의한 파동함수의 붕괴'를 세상에서 가장 직관적이고 완벽하게 설명하는 상징이 되어버렸다.
실험 결과가 우리에게 알려준 과학적 진실은 분명했다. 우리의 직관과는 어긋나지만 우주를 구성하는 미립자들의 세계에서는 실제로 '하나의 입자가 동시에 여러 상태로 존재할 수 있으며, 관측이라는 행위 자체가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슈뢰딩거의 고양이 실험 이후 약 90년이 흐른 지금, 슈뢰딩거가 머릿속에서 상상했던 이 기괴한 고양이는 현대 과학기술의 결정체인 '양자컴퓨터(Quantum Computer)'로 환생하여 글로벌 경제와 패권 전쟁의 최전선을 뒤흔들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부터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슈퍼컴퓨터에 이르기까지, 모든 고전적 컴퓨터는 '비트(Bit)'라는 단위를 사용한다. 전기가 흐르거나(1), 흐르지 않거나(0) 오직 두 가지 상태만을 가진다. 아무리 연산 속도가 빨라져도 거대한 미로를 풀 때 가능한 모든 길을 한 번에 하나씩만 가볼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이에 반해 양자컴퓨터의 정보 처리 단위인 '큐비트(Qubit)'는 슈뢰딩거의 고양이처럼 0과 1의 상태를 '동시에' 갖는다. 2개의 비트는 한 번에 하나의 값만 처리하지만, 2개의 큐비트는 4개의 값을 동시에 처리한다. 큐비트가 30개로 늘어나면 약 10억 개의 상태를 한 번에 계산할 수 있다. 미로의 모든 경로에 동시에 사람을 투입해 단숨에 출구를 찾아내는 식이다.
슈퍼컴퓨터로 1만 년이 걸릴 난제를 양자컴퓨터는 단 몇 분, 혹은 몇 초 만에 해결할 수 있는 파괴력을 지닌다. 미국 상무부가 반도체법(CHIPS Act) 재원을 활용해 IBM, 글로벌파운드리스 등 9개 양자컴퓨팅 기업에 총 20억 달러(약 3조 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순한 보조금 지급이라면 이토록 시장이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경악할 대목은 따로 있다. 미국 정부가 수혜 기업 중 디웨이브 퀀텀(D-Wave Quantum) 등 일부 스타트업들에 대해 지원금 전액을 '정부의 소수 지분 투자' 형태로 집행한다는 사실이다.
자유 시장 경제와 자본주의의 심장인 미국에서, 그것도 상용화 여부를 장담하기 힘든 기술적 불확실성이 극도로 높은 초기 산업에 국민의 혈세를 투입해 국가가 직접 기업의 지분을 거머쥐는 행위는 상상하기 힘든 파격이다. 일각에서 "세금으로 위험천만한 도박을 한다"는 비판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미국 상무부는 투자를 여러 기업에 분산하는 방식으로 리스크를 관리하며 뚝심 있게 밀어붙이고 있다. 여기에는 양자컴퓨팅으로 갈팍기술과 안보의 패권을 확장해 나가겠다는 트럼프의 웅대한 구상이 담겨있다.
오늘날 전 세계의 금융 거래, 군사 통신, 국가 기밀 네트워크의 핵심은 RSA 암호화 체계다. 이는 '거대한 숫자의 소인수분해는 풀기 어렵다'는 수학적 한계에 의존한다. 하지만 양자컴퓨터에 특화된 '쇼어 알고리즘(Shor's Algorithm)'을 적용하면 뚫을 수 없는 방패라 여겨졌던 이 암호 체계가 불과 몇 시간 안에 무너진다. 만약 중국 등 첨단 기술 패권을 다투는 경쟁국이 미국보다 먼저 양자컴퓨터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미국의 모든 군사 기밀과 금융망은 속수무책으로 해킹당하게 된다. 미 정부가 지분을 투자해서라도 기업들을 확실한 통제 아래 두고 밀착 지원하려는 결정적 이유다.
양자컴퓨팅은 인공지능(AI) 머신러닝의 학습 속도를 기하급수적으로 끌어올린다. 또한, 자연계의 분자 단위 상호작용을 완벽하게 시뮬레이션할 수 있어, 십수 년과 수백조 원이 드는 신약 개발을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낼 수 있다. 2차전지 효율을 극한으로 끌어올릴 신소재 발견, 금융 모델링의 혁신 등 양자 우위를 점하는 국가가 4차 산업혁명 이후의 모든 부가가치를 독식하게 되는 승자독식 구조가 펼쳐진다.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분 투자 소식이 전해진 직후, 글로벌 증시에서 IBM과 글로벌파운드리스, 그리고 중소 양자컴퓨팅 업체들의 주가는 폭등했다. 리게티와 디웨이브도 폭발하고 있다. 글로벌 증시가 거시적 지표상 고점 논란에 휩싸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정부의 직접 개입을 '상용화 시점이 임박했다는 강력한 신호'로 읽은 것이다.우리는 뼈아픈 과거를 돌아봐야 한다. 현재 눈앞의 호황이나 일시적인 기술 우위에 취해 다가올 거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놓친 국가와 기업은 예외 없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지금 우리가 기존 반도체, 메모리 칩 시장의 점유율에만 안주하는 것은 치명적인 '반도체 착시 현상'이 될 수 있다.이제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든 상자가 서서히 열리고 있다. 관측이 끝나는 순간, 살아남아 미래의 패권을 쥐는 고양이를 마주할 것인가, 아니면 도태된 뼈대만 남은 패배를 마주할 것인가. 미국은 이미 20억 달러의 막대한 자금과 정부 지분 투자라는 이례적 강수를 두며 상자를 직접 열어젖히기 시작했다. 트럼프의 거대한 꿈이 쏘아올린 이 기술 전쟁에서, 머뭇거릴 시간은 남아있지 않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연구소장 (전 고려대 교수)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