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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건너뛴 자산가들… 희토류·우주에 '직접 베팅' 시작

패밀리오피스 직접투자 123% 급증… PEF '2 and 20' 수수료 구조 붕괴 자극
기관 중심에서 '가문 자본'으로 권력 이동… 비상장 시장 비공개 투자에 IPO 위축 우려
국내 자산가 단기 투기 편향 지적… 개인 투자자, 핵심 광물·우주 ETF 선취매 유효
전 세계 초고액 자산가들의 자금을 움직이는 가문 자산 관리사 '패밀리오피스'가 사모펀드(PEF)를 통하지 않고 민간 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방식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전 세계 초고액 자산가들의 자금을 움직이는 가문 자산 관리사 '패밀리오피스'가 사모펀드(PEF)를 통하지 않고 민간 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방식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전 세계 초고액 자산가들의 자금을 움직이는 가문 자산 관리사 '패밀리오피스'가 사모펀드(PEF)를 통하지 않고 민간 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방식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배런스(Barron’s)는 지난 23(현지시각) 자산가들이 높은 수수료를 피하고 경영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해 기술과 원자재 분야 직접투자를 크게 늘렸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통상 자산의 2.0%를 관리비로 내고 수익의 20.0%를 성과 보수로 떼어주는 사모펀드의 전통적인 '2 and 20' 고비용 구조에서 벗어나 단일 자산에 장기 투자하는 방식으로 자산운용 전략을 전환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기관 자금에 의존하던 벤처·성장 기업의 조달 환경을 흔드는 것을 넘어 자본시장의 지각변동을 촉발하고 있다. 금리 상승으로 레버리지 기반 사모펀드(PEF) 수익률이 둔화된 점도 직접투자 확산을 자극한 요인으로 꼽힌다.

자본시장 권력 이동… PEF·VC 중심에서 '패밀리오피스·RIA 연합'으로

에스앤피(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 통계를 보면, 지난해 패밀리오피스가 민간 기업에 직접 투자한 금액은 한 해 전보다 123.3% 급증해 130억 달러(196800억 원)에 달했다.

과거 사모펀드 출자 비중을 자산의 35.0% 수준에서 최근 50.0%까지 높여온 자산가들이 이제는 직접 심사하고 운용하는 독립 투자자로 진화한 결과다. 씨티웨스(Citi Wealth) 조사에서도 패밀리오피스의 70.0%가 직접투자에 참여하고 있으며, 이 중 40.0%는 최근 1년 사이 투자 규모를 더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한 투자 방식의 변화가 아닌 '자본시장 권력 구조의 이동'을 시사한다. 과거 대형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털(VC)이 독점하던 우량 투자 기회가 등록투자자문사(RIA)나 독립 부티크의 딜 주선력을 통해 패밀리오피스 연합으로 분산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우량 비상장 기업들이 제도권 시장에 진입하기 전 대형 가문 자본에 선점당하는 비상장 시장에서 소수 자산가들만의 비공개 투자'가 심화하는 양상이다.

우주항공·핵심 광물에 조 단위 집행… 기술 안보 자산 선점


패밀리오피스의 자금이 가장 집중된 분야는 기술 미디어 통신(TMT)과 원자재 시장이다. 기술 분야에서는 지난해 36건의 거래에 30억 달러(45400억 원) 이상이 유입됐으며, 민간 우주기업 스토크 스페이스 테크놀로지스에 집행된 86000만 달러(13020억 원) 투자가 대표적이다. 원자재 분야는 단 5건의 거래만으로 총 48억 달러(72600억 원)를 기록했다. 브라질 모레이라 살레스 가문이 글로벌 유리 포장재 기업 베랄리아(Verallia SA)45억 달러(68100억 원)에 통째로 인수한 거래가 시장을 주도했다.

특히 공급망 안보와 직결된 희토류 광산과 관련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광업 분야에 전문성이 없는 자산가들도 첨단 기술 발전에 희토류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인식해 전문 자문 기관이나 타 가문과의 연대를 통해 적극적으로 지분을 매입하는 분위기다.

한국형 '우회 공동 투자'의 한계… 세제 혜택 노린 단기 투기 편향


한국의 고액 자산가들 역시 수수료가 높은 사모펀드 대신 비상장 주식이나 벤처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경향이 미국 패밀리오피스와 유사하게 강화되는 추세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 자산가들의 직접 참여 자금 규모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인 운용 방식을 들여다보면 명확한 한계와 차이점이 드러난다. 전문 자문사(RIA) 중심의 공동 투자 생태계가 발달한 미국과 달리, 한국은 신기술사업금융회사(신기술사)나 개인투자조합이 주도하는 판에 지분만 태우는 '우회형 공동 투자'에 머물러 있어 '진짜 직접투자'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를 창출해 본 가문의 영속성을 바탕으로 초장기 인프라에 묻어두는 미국과 달리, 국내 자산가들은 주로 소득공제 등 세제 혜택이 주어지는 스타트업이나 벤처 중심의 단기 성과형 자산에 집중한다. 시야가 좁고 호흡이 짧은 셈이다. 이러한 구조는 국가 미래 성장을 위한 장기 산업 자금 공급 체계를 구축하지 못하고 단기 투기성 자금의 선순환에 그치는 취약성을 안고 있다.

반면 이러한 기동성 있는 모험자본의 유입은 초기 단계 기술 기업들의 극심한 자금 조각(데스밸리) 구간을 메워주는 핵심 마중물 역할을 한다. 단기 회수와 재투자가 빠르게 반복되는 과정에서 상장 전 단계의 혁신 스타트업 생태계에 유동성을 적시에 공급하고 가치 평가(밸류에이션) 시장을 활성화하는 민간 주도형 순기능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 포트폴리오 영향… IPO 위축과 상장 자산 가치 재평가


초고액 자산가들의 비상장 직접투자 확산은 상장 주식 시장을 이용하는 일반 개인 투자자의 계좌에도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

첫째, 우량 기업들의 '기업공개(IPO) 지연 및 공모 물량 감소' 가능성이다. 굳이 까다로운 상장 규제를 받지 않아도 패밀리오피스 등 인내심 있는 거대 자본으로부터 자금을 수조 원씩 조달할 수 있기 때문에, 상장 시장에 유입되는 신규 우량주 종목이 줄어들 수 있다. 이는 상장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둘째, '상장 자산의 밸류 프리미엄 확대'. 초고액 자산가들이 비상장 우주항공 기업이나 희토류 광산 지분을 선점함에 따라, 해당 분야의 가치가 상장 시장으로 전이된다. 개인 투자자들은 비상장 기술 기업에 직접 투자하기 어려운 만큼, 핵심 광물 상장지수펀드(ETF)나 상장된 우주항공 밸류체인 소형주를 선취매하는 전략이 유효하다. 자산가들의 직접투자가 늘어날수록 관련 상장 기업들의 자산 가치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동반 상승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체 실사 비용 부담… 투자자가 주시해야 할 3대 생존 신호


직접투자의 급증이 사모펀드의 완전한 퇴출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기업 가치를 평가하고 법률·재무 위험을 검토하는 '기업 실사(Due Diligence)' 비용이 패밀리오피스 운영비에 고스란히 반영되기 때문이다. 자산관리 전문가들은 펀드 수수료를 아끼려다 더 큰 조직 관리 비용을 지출할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는다.

국내 투자자들이 앞으로 자산 배분 전략을 수립할 때 주목해야 할 핵심 신호는 다음과 같다.

첫째, 미국 독립투자자문사(RIA) 대체투자 유입액 증가 여부다. 이는 '직접투자 확산 신호', 이 수치가 상승할수록 기관 중심 시장에서 민간 가문 자본으로의 권력 이동이 가속화하고 있음을 뜻한다.

둘째, 글로벌 핵심 광물 공급망의 민간 자본 진입 규제 변화다. 이는 '회수 리스크 신호'. 정부의 전략 광물 통제 강도는 자산가들이 직접 매입한 희토류 자산의 유동성과 엑시트 가능성을 결정한다.

셋째, 국내외 사모펀드 분기별 수익률 반등 여부다. 이는 '자금 복귀 신호'. PEF 청산 수익률이 직접투자 실사 비용 증가분을 상회하기 시작하면 자산가 간접 투자 복귀가 시작된다.

글로벌 자산가들이 펀드 매니저에게 주던 두 자릿수 수수료를 깎아 직접 자산 매입에 나서는 현상은 자본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생존 전략이다. 한국 시장에서도 자산가들이 간접 펀드에서 벗어나 유망 기술기업과 핵심 공급망 자산을 직접 소유하려는 움직임이 갈수록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자들은 이들 거대 자본이 만드는 궤적을 추적해 상장 시장 내 수혜주를 선점하는 혜안이 필요하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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