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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향기] 새해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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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소망, 백승훈 시인
병오년(丙午年) 새해가 밝았다. 선물 같은 새해를 맞아 우리는 저마다 소망을 가슴에 품는다. “새해 작은 꿈 하나 있다/ 새벽에 일어나 마당에 나서는 일이다/ 바람은 어디서 오는지/ 별들은 언제 잠들고 일어나는지/ 그 짙은 어둠은 어디로 다 사라졌는지/ 누가 훔쳐 갔는지/ 꽃씨들은 눈 속에 살아 있기는 한지/ 산그늘은 왜 마을을 들러 가는지/ 가난은 어째서 평화로운지/ 잠시 마당을 서성이는 일이다// 오늘 밤은 별이 참 많네,/ 들어와 책상에 앉는 일이다” –김용만의 시 ‘꿈’ 일부
신문에서 이 시를 발견하고 무릎을 쳤던 것은 마치 내 이야기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해가 바뀌면서 가족이나 친지, 지인들로부터 수많은 새해 인사를 받았다. 대부분은 ‘새해 복 많이 받고 모든 소망 다 이루시길 바란다’라는 의례적인 덕담들인데 올해는 유독 ‘건강’에 대한 내용이 부쩍 늘었다. 지난해에 병원 출입이 잦았던 탓도 있지만 이젠 건강에 신경을 쓸 정도로 나이가 들었다는 이야기 같아서 조금은 씁쓸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렇다고 아니라고 고개를 저을 만큼 뻔뻔하지도 못하니 현실을 인정하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나이 든 자의 새해 소망이란 크지 않다. 새벽에 일어나 마당에 나서는 일처럼 작은 꿈만으로도 족하다. 마당에 서서 바람은 어디서 불어오는지, 별들은 언제 잠들고 일어나는지… 등 소소한 일상의 변화를 느끼고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건강’은 모든 사람의 새해 소망 중 으뜸이 아닐까 싶다. 심신이 건강하지 않으면 소망하는 그 어떤 것도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시인의 말처럼 ‘마당을 서성이는 일’도 건강해야 가능한 일이다. 나는 지금까지 숲길을 걷고 산을 오르내리며 나의 체력과 건강 상태를 가늠하곤 한다. 이젠 산을 오르는 일은 그만둘 때가 되지 않았느냐고 말리는 사람도 없진 않지만 아직은 포기할 생각이 없다. 나의 새해 소망은 지금껏 그래 왔듯 틈나는 대로 숲길을 오가며 잎이 피고 꽃이 피는 것을 보고 느끼며 계절의 변화를 알아차리고, 더불어 내 삶의 빈틈을 채우고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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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소망, 백승훈 시인
서울의 북쪽, 도봉산 자락에 살기 시작하면서 산은 늘 나의 든든한 배경이 되어주었다. 집을 나서면 서쪽엔 북한산의 세 봉우리가 우뚝 솟아있고, 북쪽으로는 도봉산, 동쪽엔 수락산과 불암산의 봉우리들이 든든한 울타리처럼 나를 둘러싸고 있다. 누군가 '산은 오르는 것이 아니라 산의 품에 안기는 것'이라고 했다. 신록의 봄이나 단풍 고운 가을, 골짜기를 피어오르는 안개를 바라보며 나는 바람의 방향이 달라지고 계절이 오고 감을 예감하곤 했다. 모든 산이 차가운 수묵으로 젖어 있는 겨울 아침이면 밤사이 눈이 내려 백운대와 인수봉 같은 높은 봉우리들만이 초연하게 우뚝 솟은 채로 흰 눈을 쓰고 있는 모습을 보며 경외심과 더불어 허투루 살아온 나를 돌아보곤 했다.

공자는 나이 칠십을 가리켜 '從心所欲不踰矩'라 하여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을 해도 규범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했다. 세월을 두고 쌓여도 두께가 느껴지지 않는 햇빛처럼 사람은 자신의 나이가 쌓여 간다는 사실을 쉽게 망각하고 함부로 행동한다. 쉽게 말해 나잇값 못 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 역시 예외는 아니다. 나이테가 늘어날수록 멋진 수형을 자랑하는 나무와 달리 나는 여전히 사소한 일에도 화를 잘 내고 함부로 말해 놓고 후회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이제는 무엇을 새로 이루려는 욕심보다는 내 안의 허물을 덜어내는 데 마음을 써야 할 때가 된 듯하다. 모든 허물은 언행에서 비롯되는 것이니 새해부터는 말은 공손하게, 행동은 바르게 하려고 애를 쓸 생각이다. 늘 나의 든든한 배경이 되어주는 산을 바라보며 그런 생각의 끈을 놓지 않는 게 새해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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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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