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원칙적으로 국내 형사법상 도촬을 처벌하는 규정은 없다. 예외적으로 도촬 행위가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하는 사람의 신체”를 대상으로 한 경우에 한하여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의 카메라등이용촬영죄로 처벌하고 있다.
본 죄의 핵심 구성요건요소인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하는 사람의 신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직관할 수는 있지만 그 자체로 규범적 구성요건요소이다 보니 해석의 여지가 많고 모호한 것이 사실이다. 성행위 장면이나 나체를 촬영했다면 의문의 여지없이 범죄가 될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공공장소나 길거리에서의 촬영은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려워진다.
그럼에도 지하철이나 길거리에서 도촬하다 적발되면 일단 현행범으로 체포되어 연행되는 일이 빈번하다. 신고인은 당연히 범죄라 생각하고 체포된 피의자도 공포에 질려 구인되지만, 막상 촬영된 사진을 보면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현행범체포 후 피의자는 유치장에 구금되고 48시간 이내에 수사기관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으면 피의자를 석방해야 한다. 따라서 혐의가 상당하면 영장청구를 피할 수 없고, 영장청구를 하면 대부분 구속수사로 이어지게 된다. 그러나 현행범 체포된 피의자 중에서 석방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촬영물 수위가 그다지 높지 않거나 카메라등이용촬영죄 성립 여부가 분명치 않기 때문이다.
그 결과 성폭력범죄처벌법 위반 카메라등이용촬영죄 혐의를 받는 의뢰인 중에서 무혐의 불송치결정이나 무혐의 불기소로 결론이 나오는 경우를 상당수 목격하게 된다. 이처럼 일반 대중의 인식과 법적 판단 사이에는 상당한 괴리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면, 이쯤에서 의문이 들게 된다. 범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신고를 당했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현행범 체포를 당하는 것은 과연 정당한 절차이며, 이 과정에서 기본권 침해의 소지는 없는 것일까?
A는 길거리 쇼핑몰 매장 앞에서 휴대전화 카메라 기능을 이용하여 원피스를 입은 여성 피해자의 뒷모습을 몰래 촬영하다 신고되어 현행범으로 체포되었다. 법원은 피해자가 착용한 옷이 검은색 원피스로 다소 몸에 붙기는 하나 특별히 노출이 있는 의상은 아니며, 줌 기능을 이용하여 특정 부위를 클로즈 업 한 것으로 볼 수도 없으며 공공장소에서 전신이 배경과 함께 촬영된 사진만으로는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하는 신체 촬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결국 무죄가 선고되었다.
반면, 법원은 현행범 체포 과정 자체는 적법하다고 보았다. 비록 촬영물이 범죄로 인정되지는 않았으나 피고인이 수사 협조를 명백히 거부하며 증거를 인멸하거나 삭제하려는 정황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현행범 체포의 긴급성과 필요성이 모두 충족되었고 현장에서의 휴대폰 압수도 정당한 절차로 평가되었다.
B는 지하철역에서 여성들의 신체를 촬영하다 적발되었다. 경찰이 그의 휴대폰을 열어보니 주변풍경과 일반적 복장을 한 여성이 촬영되어 구성요건해당성이 없음을 확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경찰은 휴대폰을 임의제출 받은 후, 체포 후 상당한 시간이 경과하여 잠금장치를 해제하고 휴대폰에 저장된 초기 동영상 외에 1년 전에 촬영된 또 다른 동영상을 발견하였다.
검사는 현행범 체포의 근거가 된 최초 범죄사실은 구성요건해당성이 없다고 판단하여 기소하지 않았고, 대신 휴대폰안의 과거 촬영 동영상에 대해 카메라등이용촬영죄로 기소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전의 불법촬영 사실은 현행범 체포 시점으로부터 상당 기간 이전에 전혀 다른 장소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현행성 및 시간적 접착성을 충족하지 못하는 바 이를 근거로 피고인을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는 없다고 보았다.
결과적으로 피고인 B는 위법한 체포 상태에서 휴대전화를 제출하였고, 따라서 휴대폰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부정되었다. 나아가 그 안에 저장된 동영상 및 이를 바탕으로 작성된 압수조서, 압수목록, 수사보고 등 모든 2차적 증거 역시 효력이 부정되었다. 결국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에 따라 모든 증거의 증거능력이 부정되었고, 피고인의 자백이 유일한 증거로 남았으나 이를 보강할 증거가 전무하여 최종적으로 무죄가 선고된 것이다.
이 사건에서 최초의 현장 사진은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하는 신체 촬영이 아니어서 해당 행위만으로 현행범 체포의 필요성이 충족될 수 없었다. 이처럼 현행범 체포가 적법하기 위해서는 행위 자체가 처벌 가능한 수준이어야 하고, 범죄가 지금 막 발생하거나 시간적으로 매우 근접해 있어야 하며, 범인이 명백하고 도망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는 등 체포의 필요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수사기관의 판단에 어느 정도 재량은 존재하나 경험칙에 반할 정도로 합리성이 없다면 위법한 체포로 평가될 수 있다.
결국 도촬과 현행범 체포 문제는 “도덕적 비난”과 “형사처벌 가능성”, “수사기관의 재량”과 “기본권 보호”가 충돌하는 영역이다. 사건이 거듭될수록, 법적 판단의 기준과 현장의 관행 사이의 괴리는 더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으며, 이는 앞으로도 계속 문제제기의 대상이 될 것이다.
형벌은 공권력에 의한 강력한 제재 수단이므로 최후수단성과 보충성의 원칙이 적용된다. 말 그대로 마지막 수단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도촬이 잘못된 행위임은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형사범죄를 구성하는지는 별개의 문제이고, 카메라등이용촬영죄가 성립되지 않아서 초상권 침해 등 민사사건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조건적으로 성폭력처벌법을 적용하고자 하며 형사처벌을 시도하려는 과잉수사와 민사의 형사화는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정준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jb@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