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정부 초기마다 금융사가 긴장하는 이유는 ‘상생 역할론’ 때문이다. 주요 정책 추진 시 은행을 비롯해 보험사·카드사가 재원 마련의 축이 된 지 수 해가 지났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되면 끝날 줄 알았던 경기 둔화가 여전히 이어지면서 이번 정부는 배드뱅크 사업을 추진한다. 이는 부실 자산이나 채권을 할인 매입해 정리하는 기관인데, 설립과 운영에 8000억 원 규모가 소요될 것으로 시장은 추산했다. 금융사가 책임질 몫은 절반인 4000억 원, 이 중 2000억 원은 은행이, 나머지는 2금융권 등이 분담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출연이 커지는데 수익성 여건은 좋아지느냐 묻는다면 그렇지도 않다. 정부는 올해 세제개편을 통해 금융·보험사의 교육세를 수익액 1조 원 초과 구간에 대해 현 0.5%에서 1.0%로 인상하기로 했다. 당초 ‘연결성 부족’으로 교육세 폐지를 주장해왔던 금융사 입장에선 혹 떼려다 혹 붙인 꼴이다.
세제개편이 현실화된다면 금융사의 본업 외 주 수입원이던 투자수익에도 불확실성이 생긴다. 은행은 대출 규제로, 보험사는 본업 부진으로, 카드사는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에 따른 수익성 약화 등으로 하반기 실적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나마 정부가 내세운 코스피5000 달성을 바라보며 ‘국장’ 호조를 꿈꾸고 있었지만, 뜻밖의 엄격한 세율 기준을 담은 세제개편안에 시장 기대감은 줄줄이 하락했다. 일례로 씨티은행은 최근 글로벌 자산 배분 계획에서 아시아 신흥국 투자 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바꾼 바 있다.
내부적으로는 노란봉투법이 난관이다. 이르면 이달 국회 문턱을 넘을 것으로 보이는 이 법안은 간접·특수고용 노동자의 단체교섭권을 강조하고 사용자 책임을 더 묻는다. 이 때문에 비정규직 확대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고용 안정을 이유로 한 일부 노조 파업에도 대응이 제한된다.
수익성이 우선이냐, 상생이 우선이냐는 논의가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식으로 치부돼 유감이다. 상생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사업을 다 제치고 우선순위로 설정해야 하는 대상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금융사는 무조건 매 맞는 회사’라는 인식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답은 의외로 쉽게 보인다.
이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j@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