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만 상품전략연구소장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오는 15일(현지 시각) 그린란드를 찾는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그린란드 합병' 위협을 시작한 이후 외국 정상의 첫 방문이다. 유럽 영토를 차지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유럽 차원의 반발이라고 덴마크 정부는 설명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영토 확장 시도는 단순한 외교적 발언이 아니다. 그는 그린란드 매입부터 파나마 운하 회복, 심지어 캐나다 병합까지 주장하며 국제사회를 놀라게 했다. 이러한 행보는 미국의 패권 강화를 위한 전략적 의도가 깔려 있다. 하지만 동맹국과의 마찰과 국제적 긴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트럼프의 영토 전쟁이 앞으로 어떤 파장을 가져올까.
트럼프, 그린란드 100% 차지하겠다는 의미
트럼프 행정부가 그린란드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하려는 계획을 재추진하면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는 "국가 안보와 국제 안보를 위해 그린란드가 필요하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미국은 과거에도 1946년 해리 S. 트루먼 대통령 시절 덴마크에 금 1억 달러를 제시하며 그린란드 매입을 시도한 바 있다.
미국과 그린란드는 오랜 전략적 이해관계를 공유해왔다. 1946년 미국은 덴마크에 1억 달러를 제안하며 그린란드 매입을 시도했으나 거절당했다. 이후 냉전 시기에는 미군이 그린란드에 공군기지를 건설하며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했다. 2000년대 이후에도 미국은 그린란드의 희토류 자원과 군사적 가치에 주목하며 협력을 모색해왔다. 최근에는 러시아와 중국이 북극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자 미국이 전략적 요충지로서 그린란드를 다시 주목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는 단순한 경제적 이익이 아니라 안보 차원에서도 그린란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린란드 주민들은 미국의 편입 시도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85% 이상의 주민이 미국의 영토 편입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덴마크 정부도 강하게 반발하며 "그린란드는 덴마크 왕국의 일부이며, 어떤 거래도 있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또한 NATO 동맹국들도 미국의 일방적인 행동이 국제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덴마크는 EU와 협력해 그린란드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개입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파나마 운하를 둘러싼 미·중 갈등
파나마 운하도 트럼프의 영토 전쟁에서 중요한 이슈 중 하나다. 홍콩의 CK허치슨홀딩스가 일부 운영권을 보유한 파나마 운하는 미·중 갈등의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트럼프 행정부와 가까운 월가의 금융사 블랙록이 이 회사를 인수하려 하자 중국 당국이 반독점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트럼프는 재집권 후 "파나마 운하를 중국으로부터 되찾겠다"고 주장하면서 블랙록의 인수를 적극 지지해왔다. 이에 중국은 강경한 태도를 보이며 최종 계약 체결을 보류하는 등 맞대응에 나섰다. 파나마 운하는 미국이 1914년 완공한 후 상당 기간 직접 운영했지만 1977년 지미 카터 대통령이 소유권을 파나마에 넘겼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파나마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미·중 갈등이 운하를 둘러싼 경제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일대일로’ 정책의 일환으로 남미 국가들과 광범위한 경제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브라질·칠레·페루 등과 무역 및 인프라 프로젝트를 확대하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특히 아르헨티나와는 철도·항만 개발 협력을 강화하면서 미국의 전통적 영향권을 잠식하고 있다. 중국의 이러한 행보는 중남미에서 반미 정서를 자극하며 정치적 불안정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은 남미에서 중국의 경제적·군사적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을 강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도 이를 견제하기 위해 중남미 국가들과 경제·군사 협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한 미국 내에서는 중국의 중남미 진출이 결국 미국의 전략적 이익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캐나다 병합, 트럼프의 최종 목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만들겠다는 주장을 반복하며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캐나다 총리와 통화한 후 "정치, 경제, 안보 문제를 논의해 양국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히며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갈 뜻을 내비쳤다.
영국은 북미 경제 블록이 재편될 가능성에 주목하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캐나다 내에서는 미국과의 관세 문제로 인해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으며, 주요 언론들은 트럼프의 주장에 대해 ‘실현 가능성이 낮은 정치적 구호’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의 캐나다 병합 구상은 현실성이 없다"고 보도했고, 가디언은 "트럼프의 외교 전략은 동맹을 불안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또한 캐나다 내 기업들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될 경우 경제적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트럼프의 속셈은 단순한 영토 확장이 아니라 북미 지역에서 미국의 주도권을 더욱 강화하려는 데 있다. 또한 미국 내 보수층을 결집하고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특히 미국 내 극우 성향의 일부 정치 세력은 캐나다와의 통합을 미국의 '자연스러운 팽창'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러나 캐나다 국민들은 이에 강한 반감을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캐나다인의 90%가 미국과의 합병을 반대한다고 답했다. 미국 내에서도 60%가 캐나다 편입에 관심이 없다고 응답했다. 트럼프의 영토 확장 구상은 국제사회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향후 북미 관계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트럼프 영토 전쟁, 북한 내 관광개발 발언 신중해야
트럼프 대통령의 영토 확장 시도는 단순한 강대국의 속셈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미국 패권 강화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캐나다를 둘러싼 그의 시도는 국제사회의 반발을 증폭하고 있다. 미국 내 여론도 낮고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도 낮다. 그러나 트럼프의 도발적인 외교 전략은 국제 질서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지구촌 경찰 국가로서 힘을 과시하고, 옛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소유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강한 미국과 부자 미국을 꿈꾸고 있다.
트럼프의 영토 확장 발언은 단순한 외교 전략이 아니다. 미국의 경제적·군사적 영향력을 극대화해 새로운 지구촌 재편을 구상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첫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영토 점령처럼 강대국이 국익을 위해 직접 개입하는 전례를 만들고자 한다. 둘째, 북한과 가자지구 관광 개발, 파나마·캐나다·그린란드 문제를 경제적·군사적 이익을 위해 활용하고 있다. 글로벌 패권 경쟁에서 미국의 주도권을 강화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활용하고 있다. 향후 글로벌 정세가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집권 동안에 영원한 우방과 영원한 친구는 없어 보인다. 한국도 자주 국방과 자주 경제망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임광복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a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