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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대 박사의 인문학] 폭풍은 아침을 넘기지 못한다

'산문으로 읽는 21세기 도덕경' 제23장
정경대 한국의명학회 회장
정경대 한국의명학회 회장
폭풍은 무섭게 파도를 일으켜 배를 순식간에 집어삼키고 쓰나미로 육지의 건물을 무너뜨린다. 마을을 쓸어가고 큰 나무를 뿌리째 뽑고 자동차도 뒤집고 지붕도 날려 보낸다. 그러나 폭풍은 그때뿐 아침을 못 넘기고 해가 뜨면 언제 그랬냐는 듯 쥐 죽은 듯이 고요해진다. 미쳐 날뛰다가 제풀에 지쳐 쓰러지는 짐승 같다고나 할까? 폭우도 그렇다. 그치지 않으면 천하가 물바다가 되니 일체 생명이 다 죽고 지구는 멸망하고 말 것이다.
하지만 천지의 도는 그리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넘치면 덜어주고 부족하면 채워주고 거세면 부드럽게 안정시켜 준다. 그러므로 천하가 항상 안전하게 보존되는 것이다. 인생살이도 폭풍·폭우와 다를 바가 없다. 화급한 일을 당하면 사람들은 제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혼이 나가고 넋이 빠져서 세상이 다 무너지는 듯 허둥댄다. 그러다가 폭풍·폭우가 그친 뒤의 고요처럼 언제 그랬냐는 듯 일상으로 돌아간다.

성질이 급한 사람도 폭풍·폭우에 비유된다. 한 번 성질을 내면 벼락같이 성을 내고, 울분을 삭이지 못하면 세상을 뒤집어 놓을 듯 광분한다. 그러나 그 시간이 지나면 소나기 지나간 뒤에 검은 구름이 걷히고 태양이 밝게 빛나듯 일그러진 얼굴이 화평해진다. 폭풍·폭우가 오래 지속되면 세상이 멸망하듯 폭발하는 성을 제어하지 못하고 지속하면 생명이 단축된다. 때에 따라서는 심장이 마비돼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세상일이라는 것이 평화롭게만 전개되지 않는다. 불시에 큰 바람이 불고 큰비가 내려서 세상을 뒤집어놓듯 온갖 재앙이 밀어닥쳐 가정이 풍비박산이 나기도 한다. 그러나 금방 죽을 것 같은 악운도 오래지 않아서 사라지고 새로운 희망의 태양이 떠오른다. 모진 추위에 낙엽이 지고 꽃잎이 떨어진 자리에 새싹이 돋아나고 다시 꽃이 피듯 어느새 운명은 새로운 전기를 맞는다.
이러한 삶의 파노라마를 전개하는 자는 누구인가? 우리는 이것을 운명이라 하지만 실은 자연을 끊임없이 변화시키는 천지의 도가 그리하는 것이다. 다만 자연을 대표하는 인간의 변화는 카르마[업(業)]의 작용이라 할 것이다. 하지만 카르마의 작용 역시 천지의 도에 종속돼 있다.

따라서 인생의 끝자락에서 돌이켜 보자. 얼마나 누리고 살았는가가 아니라 얼마만큼 도와 가깝게 살았는가가 인생의 잣대가 될 것이다. 그래서 노자는 이렇게 말했다. 폭풍은 아침을 넘기지 못하고 폭우는 일찍 그친다. 이렇게 하는 자 누구인가? 천지가 오래지 못하도록 하는데 하물며 사람이라 하겠는가! 그러므로 도를 좇아 일하는 자 도와 같이 되고, 덕을 베푸는 자 덕과 같이 되고, 도를 잃은 자 도를 잃은 행동을 한다. 도와 함께하는 자 도로써 즐거움을 얻고, 덕과 함께하는 자 덕으로 즐거움을 얻는다.

그러나 도를 잃고 부도덕해지면 부도덕한 즐거움에 빠진다. 농부가 일손을 놓고 노름꾼이 되면 노름의 즐거움에 빠지고, 일하는 것이 싫어서 춤추고 놀기를 좋아하면 허랑방탕한 즐거움에 빠져서 가정을 내팽개치고 자기 자신까지 망가뜨리는 불의한 자가 된다. 사람은 대개 도를 행하기 어려워서 도의 즐거움을 알지 못한다. 설사 즐거움을 안다 해도 중생의 티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은 세속의 즐거움에 쉬 빠져든다. 도와 가까워지려는 굳게 세운 의지는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감각되는 오관의 유혹에 여지없이 꺾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옛날부터 성인은 스스로 명상을 즐기고 온 누리 인류에게 명상 수행하기를 권했다. 특히 붓다와 노자가 그랬다. 부드럽고 고요하게 숨을 깊이 들이쉬어 천지의 도를 받아들이고, 고요를 지키면서 숨을 천천히 가느다랗게 내쉬어 몸속의 탁한 기를 뿜어내는 수련으로 대각을 얻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항상 도의 즐거움을 누리면서 천하 중생이 그와 같이 되기를 염원하고 가르치는 인류의 스승이 되었으니 이 책자 '산문으로 읽는 21세기 도덕경'이 그 사실을 자세히 알려준다.
정경대 박사의  '산문으로 읽는 21세기 도덕경'.이미지 확대보기
정경대 박사의 '산문으로 읽는 21세기 도덕경'.



정경대 한국의명학회 회장(종교·역사·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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