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혁신' K-뷰티 공세…전통 강자 입지 위협
M&A·하이브리드 전략으로 돌파구…차세대 기술 선점 경쟁
M&A·하이브리드 전략으로 돌파구…차세대 기술 선점 경쟁

K-뷰티의 경쟁력은 단순히 우수한 제품력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새롭고 전통을 아우르는 독특한 피부 관리 철학이 그 바탕에 있다. 여러 단계로 이뤄진 한국의 미용 관리법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고, 국내 브랜드들은 이를 성공으로 이끌었다. 달팽이 점액, 인삼, 발효 추출물 등 전통과 과학을 결합해 차별화한 성분을 쓴 제품은 소비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안기며 충성도 높은 고객층을 확보했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높은 소비자 충성도를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반면, 방대한 브랜드를 거느린 로레알은 딜레마에 빠졌다. 오랜 역사와 명성은 분명한 강점이지만, 자칫 '오래된' 또는 '혁신에 뒤처진' 모습으로 보일 수 있다는 약점도 안고 있다. 세계 뷰티 업계 연구개발(R&D) 투자 1위에 이르는 역량을 갖췄는데도, 소비자들은 '혁신'을 느끼지 못하고 있어 이를 설득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 '속도'와 '소통'…K-뷰티 성공 방정식
K-뷰티가 불과 몇 달 만에 신제품을 선보이는 반면, 거대 기업인 로레알은 복잡한 승인과 개발 절차 때문에 시장 변화에 바로 대응하기 어렵다.
디지털 마케팅 전략에서도 격차는 뚜렷하다. K-뷰티 브랜드들은 틱톡,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입소문' 효과를 키워 젊은 소비자들과 직접 소통하며 끊임없이 화제를 만든다. 사용자 후기와 체험 공유 문화는 세계 시장에서 빠르게 신뢰를 쌓는 기반을 마련했다.
기능이 뛰어난 제품인데도 합리적 가격대를 유지하며, 소비자들이 아마존 등 주요 온라인 창구와 해외 직접 구매를 통해 전 세계에서 손쉽게 살 수 있다. 이는 여전히 백화점 등 오프라인 유통에 무게를 두는 로레알에 위협이 되고 있다.
◇ 적과의 동침…M&A·차세대 기술로 반격
이에 '하이브리드 전략'이 돌파구로 떠오르고 있다. '적을 이길 수 없다면 동지로 만들라'는 말처럼, 성공한 아시아 미용 신생기업을 인수합병(M&A)하거나 합작 법인을 세워 '로레알 그룹 안에 K-뷰티 DNA'를 흡수하는 방식이다. 또한, 유행에 빠르게 대응하고자 소규모 실험 브랜드를 새로 만들어 민첩성을 확보하는 방안도 나오고 있다.
동시에 로레알이 전통으로 강점을 보여온 머리 관리나 화장품 부문에 집중하는 것도 효과적인 전략이다. 피부 관리에 치우친 K-뷰티와 달리, 이 분야에서는 로레알이 가진 독보적인 기술력과 명성을 바탕으로 시장 지배력을 다지며 차별화를 꾀할 수 있다. 나아가 인공지능(AI) 피부 진단, 맞춤형 화장품, 친환경 포장을 아우르는 지속가능 경영 등 차세대 경쟁 영역을 먼저 차지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앞으로 세계 뷰티 시장은 로레알의 전략 선택에 따라 재편될 전망이다. 단기적으로 K-뷰티는 피부 관리 시장을 중심으로 점유율을 계속 넓힐 것으로 보이며, 중기적으로는 로레알이 인수합병 등을 통해 하이브리드 전략을 본격화하며 맞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장기적으로는 '서구의 전통 강자'와 '아시아의 혁신 브랜드' 사이 경쟁 구도가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결국 로레알이 우위를 되찾으려면 혁신을 효과 높게 알리는 이야기 구성 강화, K-뷰티 방식의 적극적 흡수와 활용, 디지털 중심의 마케팅 재설계라는 과제를 풀어야 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