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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이 머스크를 칭찬한 이유

이학만 상품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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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만 상품전략연구소장.
“화성에 미쳐 있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이 미국에 살고 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근 모스크바국립공대 강연에서 한 이 발언은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그가 지목한 인물은 다름 아닌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와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다. 군사·외교적으로 미국과 긴장 상태에 있는 푸틴이 미국의 대표적 기업인을 공개적으로 추켜세운 이유는 무엇일까.

일각에선 머스크를 트럼프의 ‘2인자’로 보는 시각에 주목한다. 푸틴의 발언은 머스크 개인에 대한 단순한 찬사라기보다 트럼프 진영과 그 지지 세력에 대한 우회적 지지 표현일 수 있다. 동시에 머스크의 기술력과 국제적 영향력을 인정하고, 러시아가 이를 전략적 자산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이 발언은 정치와 산업이 교차하는 상징적 메시지다.

‘화성형 인간’ 쎈 두 남자, 정치와 기술 장악


푸틴과 머스크는 서로 다른 환경에서 성장했지만, 불안정한 세계를 자기 방식으로 통제하려는 욕망이 닮았다. 푸틴은 KGB 출신으로, 냉전 이후 혼란에 빠진 러시아를 권위와 질서로 통제하며 국가 재건을 이끌었다. 머스크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인종 갈등과 정치 불안 속에 외로움을 상상력으로 견디며 자라났다.

이들은 기존 질서에 순응하기보다는 새로운 체계를 만들고자 했다. 푸틴은 국가 권력을 장악했고, 머스크는 기술과 산업의 방향을 바꿨다. 흔히 이들을 ‘지구형 인간’이 아닌 ‘화성형 인간’이라 부르는 이유다.

자산 규모로만 보더라도 이들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푸틴은 공식 재산이 크지 않지만, 서방 정보기관은 그가 700억~2000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한다. 머스크는 2025년 기준 약 2000억 달러의 자산을 가진 세계 최고 부호다. 이들은 단순한 부자를 넘어 정치와 산업을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힘의 상징’이다.

푸틴의 '머스크 찬사'가 던지는 전략적 메시지


푸틴은 머스크를 “탁월한 인물이자 재능 있는 사업가”라고 칭하며, 러시아 우주 개발의 선구자 세르게이 코롤료프에 비유했다. 이는 단순한 존경을 넘어 전략적 의도가 담긴 발언이다. 러시아는 최근 자국 우주 산업을 민간에 개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스페이스X를 중심으로 우주 기술을 민간 주도로 전환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도 변화의 기로에 서 있는 것이다.
실제로 스페이스X는 2024년 기준 글로벌 우주 운송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연 매출은 약 180억 달러에 이른다. 테슬라는 전기차 시장의 20% 이상을 점유하며 산업 판도를 바꿨다. 푸틴이 머스크를 높이 평가한 배경에는 이 같은 산업적 변화에 대한 위기감과 전략적 의지가 반영돼 있다.

더 주목할 부분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머스크의 ‘스타링크’ 위성망이 보여준 영향력이다. 스타링크는 우크라이나군의 통신망을 실시간으로 지원하며 전쟁 판도에 영향을 줬다. 비록 머스크가 군사용 제한을 뒀지만, 이 사건은 민간 기업이 국제 정세에 실질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전환점이었다.

머스크는 이제 단순한 기술 기업가가 아니다. 그는 기술 안보, 산업 주권, 전장 정보에까지 영향을 주는 ‘전략 자산’이다. 푸틴의 찬사는 미국을 향한 외교적 메시지이자, 러시아 내부의 기술 혁신을 촉진하려는 심리적 자극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두 인물의 리더십


푸틴이 머스크를 갑작스럽게 칭찬한 데는 트럼프의 2인자로서의 머스크의 위상과, 우주를 향한 야망을 공유하는 존재로서 화해의 몸짓을 보낸 측면이 크다.

첫째, 푸틴은 머스크를 “뛰어난 비즈니스 감각을 가진 혁신가”로 평가했다.

둘째, 머스크의 우주 기술 개발이 “인류 발전에 기여한다”고 강조했다.

셋째, 그의 리더십을 “세계가 주목하는 미래형 기업가 정신”이라 표현했다.

푸틴은 머스크를 칭찬함으로써 서방 인사들과의 우호적 관계 가능성을 열어두는 동시에, 자국 기술 발전 의지를 부각하며 러시아의 글로벌 위상 강화를 노리고 있다.

푸틴과 머스크는 위기 속에서 리더십을 증명한 인물들이다. 푸틴은 2000년대 초 러시아 경제가 붕괴 위기에 직면했을 때 에너지 산업 중심의 회복 전략으로 러시아를 자원 강국으로 탈바꿈시켰다. 머스크는 2008년 테슬라와 스페이스X가 동시에 파산 위기에 놓였을 때 전 재산을 투입해 위기를 돌파했다. 그들은 모두 결단의 순간을 기회로 바꿔, 새로운 시대의 질서를 이끄는 존재가 되었다.

푸틴의 머스크 칭찬은 단순한 외교 수사가 아니다. 그것은 변화하는 세계 질서 속에서 기술과 정치, 산업과 안보가 교차하는 새로운 게임의 서막을 알리는 상징적 장면이다.


임광복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ac@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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