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더로 조직에서 일을 지속하면 자신의 성공 경험에 근거해 “내가 해봐서 아는데~”로 시작해서 “~해야 한다” 혹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보통 지위와 연륜이 쌓이면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함정에 빠지기 일쑤다. 물론 올바른 신념으로 업무적 의사결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많지만 때로는 그 신념이 더는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 과거의 성공 경험은 새로운 학습과 경험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콘크리트처럼 굳어져 시간이 지날수록 견고해진다. 요즘 흔히 말하는 꼰대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리더들은 자신의 신념을 관리하고 점검하기 위해 무엇을 하는 것이 좋을까?
먼저 생각을 낮춰야 한다. “내가 하는 말은 옳으면서 옳지 않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데에서 출발해야 한다. 말장난 같지만 되짚어보면 깊은 뜻이 있다. 내가 하는 말이 옳다는 면에서 보면 경험·지식·정보 중 가장 좋은 얘기를 말해주는 것이기에 분명 선한 의도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옳지 않다. 나는 세상의 모든 경험을 해보지 않았고, 모든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다른 경험을 한 누군가에게 내 말은 옳지 않을 수 있다. 스스로 옳다고 주장하면 독선이 되고, 옳지 않다고만 생각하면 주눅이 든다. 결국 균형이 필요하다.
균형을 잡으려면 귀를 열어야 한다. 귀를 열어 경청한다는 것은 내 생각을 낮추고 돌아보겠다는 새로운 신념이 생기는 것이다. 경청은 마지막에 말하는 법을 연습하는 일이기도 하다. 마지막에 판단하고, 마지막에 말할 줄 안다면 리더의 잘못된 신념으로 인한 조직 내 실수를 80%는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관대함을 갖춰야 한다. 우리는 자신의 실수에 관대하다. 왜냐하면 실수한 이유를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출근 시간을 잘 지키지 못하는 구성원을 생각해보면, 하필 눈앞에서 버스를 놓쳤거나 그날따라 가족 중 누가 아팠을 것이다. 그러나 리더는 ‘저 사람은 시간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사람인가 보다’ 단정해 버린다. 어쩌면 리더는 결과만 가지고 얘기할 수밖에 없다. 다만, 리더인 나는 결과만 볼 수 있지만 구성원과 구성원의 상황은 매번 다르다. 따라서 매번 달라지는 구성원의 의도를 모두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 그러니 리더가 할 일은 열린 태도로 봐야 한다. 타인의 실수에 관대해지는 거다. 실수하려고 일하는 사람은 없다. 상대를 관대하게 보는 건 결과만으로 그 사람을 해석하지 않는 데에서 시작한다. 어느 누구도 자신의 일이나 팀의 일이 잘못되길 바라면서 일하는 사람은 없다. 결과를 망치면 잘못된 결과만 보이기 때문에 리더는 결과 너머의 것을 보아야 한다. 실수는 말 그대로 손에서 놓쳐버린 것이지 일부러 놓은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은 내가 마음을 열어준 만큼 반응하게 되어 있다. 저 사람이 나에게 마음을 연 정도에 반응한다. 그래서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길 바란다. 혹은 한번 마음속으로라도 되뇌어 보길 바란다. 구성원의 실수에 대해 관대함을 유지하게 해주는 마법과 같은 주문이기 때문이다. 실수가 문제지 실수한 사람에게 감정을 싣지 말아야 한다. 그러면 평정심이 무너지고 내내 실수한 사람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리더인 나의 실수에 무턱대고 관대해서는 안 된다. 내 실수의 원인을 제일 잘 아는 나는 냉정하게 실수를 평가하고 개선해야 한다. 나의 실수는 냉정하게 바라보고, 남의 실수는 관대하게 바라볼 리더의 신념이 필요하다.
이병철 플랜비디자인 책임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