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는 조만간 트럼프 대통령이 이러한 기자회견을 할 것이라고 거의 확신한다.
뭐 대단한 분석을 해서 나온 예측이 아니다. 몇몇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고 우리는 미국과 저렇게 협상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저런 뉴스를 기대하고 있다. 미국과 싸우지 않고 동맹 관계를더욱더 굳건하게 다졌다. 우리 정부 협상팀이 정말 고생했고 잘 했다. 그리고 이때 슬쩍 일본을 들먹인다. 일본은 미국과 협상의 난항을 겪다가 15% 관세에 합의했다. 저러다 미국이 마침내 일본과의 관계를 새롭게 정리하고 우리 대한민국이 일본보다 더 미국과 친한 동맹관계를 수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외교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이 정도 되면 우리가 정말 미국과의 협상을 훌륭하게 한 것으로 확신하고 우리 협상팀과의 특별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 협상팀의 놀라운 협상 전략 전술을 듣고 감탄하게 된다. 윌 외교협상팀은일약 스타가 된다. 그러면서, 일본의 협상력을 저평가하고 미국에 선뜻 합의해 주지 않고연일 언성을 높이고 협상결렬이란 파행으로 치닫는 특정 국가들에 대해 불편한 시선을 던진다.
과연 그렇게만 볼 수 있는 상황일까?
협상전략컨설팅이 직업인 필자는 이런 기사를 보면 '결국 미국은 원하는걸 다 가져갔구나. 협상력 부족으로 이번에도 협상다운 협상은 못하고 탈탈 털리고 오는구나'라고 판단한다.
왜 일본은, 유럽은, 호주는, 중국은, 멕시코는 우리처럼 미국 기분 상하지 않게, 적절하게 수용하고 타헙만 해주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되는 협상을 뭐가 성에 안 차서, 세계 최강대국 미국에게 기를 쓰고 덤비는 것일까? 왜 미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면서까지 그렇게 악착같이 협상을 하는 걸까? 또한, 미국에게 욕 듣고, 눈 밖에 나가는 걸 그들은 하나도 신경 쓰지 않는 걸까?
우리도 근대에 미국에 대든 적인 여러 번 있었다. 대표적인 분들로서 이승만 대통령, 박정희 대통령이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미국과 여러 외교, 국방, 통상 협상에서 서슬 퍼런 미국의 힘의 외교 앞에서 죽기살기로 대한민국의 국익을 조금이라도 더 챙기려고 안간힘으 쓴, 그래서 미국의 퇴출 압박에 협상 책임자 자리를 내놓았던 분들도 있었다. 우리는 그분들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그 분들은 언론의 찬사는커녕 출세 가도에서 밀려나간 경우가 더 많았기 때문이리라.
협상이란 게 언제나 좋은 말로 좋은 낯빛으로 일관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미국 같은 초강대국과의 협상은 애초에 국력에 압도돼 제대로 우리 주장을 펼치기도 어렵다. 더 나아가, 세계 최고의 전략적 협상 시스템과 협상관련 전문가 집단들이 제공하는 치밀한 정보 분석을 통해 우리보다 우리를 더 속속들이 파악하고 오는 데다 우리는 상상조차 못하는 수준의 과학적이고 치밀한 협상 전략전술의 수립과 집행은 솔직히 우리 정부 인사나 기업들이 애당초 감당할 수준이 못 된다.
우리 나라가 미국과 같은 고도의 협상 시스템을 당장 갖출 수도 없고 미국과 대등한 입장에서 협상을 할만한 국력을 당장 가질 수도 없다.
그러나 이 참에 한 가지만 고쳐 보자. ‘종은 게 좋은 것이다.’ ‘욕 들을 짓 하지 말고, 손해보더라도 착한 사람이 되는 게 맞다.’
훌륭한 삶의 지침이다.
그러나 터무니 없는 요구를 해 오는 상대와의 협상에서는 욕도 좀 듣고, 위협도 당하고, 그래도 끝까지 덤벼 드는 근성을 가졌으면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 TV 뉴스에서 우리 외교 협상팀이 고분고분하지 않고 끝까지 우리 주장을 펼치고, 문 닫고 비공개로 진행되는 협상 룸에서 상대의 약점을 물고 늘어지기도 하고, 협상 테이블을 내려치기도 하고, 얼굴을 붉히고 협상장을 박차고 나가기도 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협상 중간 중간 언론 인터뷰에서는 이런 모습과 메시지를 기대한다.
곤혹스런 표정으로 “너무 힘든 협상이다. 미국의 관세 인상 요구나 논리는 타당성이 공정성이 다소 결여됐다고 느껴졌다. 미국으로 오기 전 미국의 주요 언론에서도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미국 산업과 국민들의 경제생활이 이미 타격을 받고 있고 악화되고 있다는 미국 현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견해는 관세 협상 테이블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아 어리둥절했다. 게다가, 이미 우리 기업들이 미국에천문학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민국의 첨단산업 주요 생산 거점이 미국으로 급속히 이전해 '국내 생산거점 공동화'가 심각하게 우려되고 있을 정도이다. 그리고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내용을 기반으로 수립되고 집행되어 온 한국정부의 대미 통상 정책이 뿌리부터 흔들려, 지금 현재로선 당장 미국의 관세 인상 요구를 받아들이고 싶어도 받아들이고 시행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란 점을 말하고 싶다. 이번 협상에서 다루어진 미국의 요구사항을 귀국해서 정부와 기업 그리고 국회 및 다양한 국민 대표들과의 협의 및 조정부터 시행하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또한 관세의 특성상 주변 연관 국가들과의 조율도 불가피하다. 미국정부가 원하는 대로 지금 당장 공식적 합의 를해 드릴 수 없는 입장을 트럼프 정부가 이해해 주기를 바란다. 최대한 빨리 돌아 오겠다.”
미국이 혀를 내두를 정도의 놀라운 협상력을 펼치는 외교 협상가들이 우리 정부에 득실득실 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박상기 BNE 글로벌협상컨설팅 대표 겸 한국협상학회 부회장
박희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cklond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