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은 아연 외에도 은이나 인듐 등 비철금속 제련 분야에서 시장점유율 1위인 기업이다.
최근에는 친환경 에너지와 소재 산업으로 사업 범위를 확장 중이다. 전기자동차와 배터리 등 첨단산업에 들어가는 공급망에서 중요한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신사업을 위해 자금이 부족한 기업에 투자하라고 만든 게 사모펀드다. 외환위기 이후 해외 사모펀드가 국내 기업을 마구잡이로 인수해 큰돈을 번 외국 사모펀드가 모델인 셈이다.
MBK파트너스가 영풍과 연합해 고려아연 지분을 공개 매수하겠다고 밝힌 후 사모펀드 역할 논쟁이 뜨겁다.
기업 경영권을 둘러싼 '쩐의 전쟁'이냐, 사회적 책임론이냐를 놓고 벌이는 여론전인 셈이다. 고려아연과 영풍은 오랜 동업 관계다.
영풍은 고려아연 지분 33.1%를 갖고 있다. 고려아연 지분 33.99% 중에는 국민연금(7.57%)과 자사주를 빼고 나면 유통 물량은 22.92% 정도다. 2조원을 들여 공개 매수에 성공하면 47.7%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다.
고려아연은 영풍과 MBK파트너스를 기업 사냥꾼으로 몰아가는 중이다.
현대차나 한화·LG화학 등과 협력체제를 구축한 기업이란 점도 유리한 요소다.
제련업은 정부와 지역사회와의 관계도 중요하다. 고려아연 생산 시설이 있는 울산지역 정치권도 거들고 있다. 단기 수익률을 높여 매각 수익을 노리는 사모펀드에 넘어가면 지역 고용이나 연구개발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논리다.
한마디로 경영권 분쟁이 사회적 책임론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MBK파트너스가 지분 매입은 영풍의 경영권을 강화하려는 것뿐이라고 물러섰지만 통하지 않을 기세다. MBK의 고려아연 주식 공개 매수 반대 목소리가 크기 때문이다.
기간 산업체와 사모펀드 간 경영권 분쟁을 해결할 열쇠는 고려아연 지분 20%를 보유한 소액주주들이 쥐고 있는 셈이다.
자본시장의 논리도 중요하다. 그러나 중요한 기간 산업체까지 '쩐의 전쟁'의 희생물로 만들어선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