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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하이닉스 HBM 공급 부족에 MS·구글 '패닉'…조달 임원 해고·회의장 이탈

구글, 장기계약 실패 조달책임자 해임…MS 임원은 SK하이닉스 협상 중 격분 퇴장
빅테크 조달조직 실리콘밸리→한국 이동…"가격 불문, 물량 확보가 우선"
월 33만 장 생산능력도 수요 못 따라가…2028년 HBM 시장 148조 원 전망
인공지능(AI) 반도체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이 조달 임원을 해고하고 협상장을 박차고 나가는 전례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사진=X이미지 확대보기
인공지능(AI) 반도체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이 조달 임원을 해고하고 협상장을 박차고 나가는 전례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사진=X
인공지능(AI) 반도체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이 조달 임원을 해고하고 협상장을 박차고 나가는 전례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생산능력이 한계에 이르자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조달팀을 한국에 전진 배치하며 물량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미국 IT전문매체 Wccf테크와 글로벌 금융정보업체 퓨턴은 25(현지시각) MS와 구글이 HBM 조달 실패를 이유로 임원 징계와 해고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MS 임원 협상 중 퇴장·구글 조달책임자 해임


보도에 따르면 MS 조달담당 임원은 이달 초 SK하이닉스 본사를 방문해 신규 메모리 장기계약 협상을 진행했다. 하지만 SK하이닉스로부터 "MS가 요구하는 조건에서 메모리 제품 공급이 어렵다"는 답변을 듣자 분노에 차서 회의장을 뛰쳐나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 생산능력이 이미 한계에 달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HBM 생산량은 웨이퍼 투입 기준 월 17만 장 수준이며, SK하이닉스는 16만 장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두 회사의 내년 HBMD램 생산능력은 이미 완전 예약된 상태다. 삼성전자가 생산능력 확대로 SK하이닉스를 최근 처음 추월했지만, 이조차 폭증하는 수요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구글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구글은 자체 AI 가속기인 텐서처리장치(TPU)에 필요한 HBM의 약 60%를 삼성전자에서 공급받고 있다. 하지만 예상보다 높은 수요로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에 추가 공급을 요청했으나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구글은 이후 사전에 장기계약을 확보하지 못한 조달 임원을 개인적으로 책임 물어 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달 조직 실리콘밸리→한국 이동…'가격 불문' 주문 쇄도


이 같은 공급난에 빅테크 기업들은 조달 조직을 아예 한국으로 이동시키는 구조조정에 나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위치한 한국이 HBM 공급망의 핵심 거점이 됐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MS, 구글, 메타는 메모리 칩 조달 전략을 수립할 핵심 임원을 한국에 상주시켰다. 구글은 최근 D램과 낸드플래시를 포함한 데이터센터용 메모리 조달 전략 전문가를 모집하는 글로벌 메모리 상품관리자 채용 공고를 게시했다. 메타 역시 기술 로드맵 협업 전문성을 갖춘 메모리 실리콘 글로벌 조달 매니저를 채용하고 있다.
이들 직책은 전통적 조달 범위를 넘어 엔지니어링 배경과 기술 이해를 동시에 요구한다. 공급 확보와 기술 통합을 현지화해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전략이다.

공급 부족이 심각해지자 빅테크들은 '가격 불문' 주문에 나섰다. MS, 구글, 메타 등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어떤 HBM 물량이든 어떤 가격에도 허용한다"는 오픈엔드 방식의 메모리 주문을 하고 있다. 공급 확보가 가격보다 우선순위가 됐다는 의미다.

애플도 LPDDR5X230% 프리미엄 지불


공급 부족 현상은 HBM을 넘어 범용 메모리로까지 확산됐다. Wccf테크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자체 LPDDR5X 조달에 230%에 달하는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있다. 애플의 주요 메모리 솔루션 제공업체와 맺은 일부 장기계약도 내년 1월 만료를 앞두고 있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마이크론은 지난 18일 실적 발표에서 HBM 시장 규모가 2028년까지 연평균 40% 성장해 1000억 달러(148조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는 "1000억 달러 규모 도달 시점이 기존 전망보다 2년 앞당겨졌다"고 밝혔다.

HBM 생산 확대는 범용 D램 생산능력을 잠식한다. 마이크론에 따르면 HBM 생산을 늘리면 일반 DDR5 생산능력이 약 31 비율로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메모리 업체들이 공급 제약 구조에 직면한 이유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리포트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156965억 원으로 3개월 전보다 61% 증가했다. SK하이닉스 역시 같은 기간 영업이익 전망치가 147223억 원으로 22.7% 늘었다. 증권가에서는 두 회사의 내년 영업이익 합계가 20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한다.

대만 반도체 설계업체 이트론테크놀로지의 니키 루 회장은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새로운 산타클로스'라고 부르고 있다""제한된 물량을 배정받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BM 공급난이 2027년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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