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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향기] 봄의 길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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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훈 시인
입춘이 지났을 뿐인데 한낮엔 어깨 위로 내려앉는 햇살이 제법 포근하다. 아직 뺨을 스치는 바람결에 한기가 남아있지만 시릴 정도는 아니어서 오히려 상쾌한 기분마저 든다. 겨우내 웅크렸던 어깨를 펴고 산책을 하거나 운동하기에 좋은 요즘이다. 두꺼운 겨울 외투를 벗어 놓고 가벼운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종종 산책을 즐긴다. 가끔은 자전거를 타고 바람을 가르며 속도를 즐기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주변의 나무와 풀과 천변의 새나 물고기들을 관찰하며 천천히 걷는 산책을 더 즐기는 편이다. 기온이 오른 때문인지 며칠 사이에 천변 산책로에도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산책을 하며 내가 유심히 살피는 것은 나무들이다. 혹한의 겨울을 견딘 나무들이 보란 듯이 자랑처럼 펼칠 연둣빛 세상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나를 설레게 한다. 그중에도 단연 나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목련이다. 목련은 지구상에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꽃식물 중 하나로 이른 봄 잎이 나기 전에 먼저 꽃을 피우는 대표적인 선화후엽(先花後葉)의 식물이다. 목련꽃의 특징 중 하나는 꽃받침과 꽃잎이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꽃이 진 후 여름과 가을에 걸쳐 다음 봄을 위해 겨울눈을 만드는데 꽃받침이 따로 없는 꽃눈은 낙엽성 포엽에 의해 보호된다. 목련꽃 포엽은 비단결 같은 털이 빼곡히 들어차서 꽃눈을 혹한의 추위로부터 완벽하게 보호해주는 방한복 역할을 한다. 볕 좋은 날 오후, 은회색의 털로 덮인 목련의 겨울눈을 보고 있으면 금세라도 꽃망울이 벙글 것 같은 착각이 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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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풀섶 사이로 로제트(rosette) 식물들도 눈에 띈다. 잎을 땅바닥에 바짝 붙이고 혹한의 겨울을 이겨낸 의지의 식물들이다. 로제트란 장미꽃 모양을 뜻하지만 짧은 줄기에서 잎이 돌려나듯 수평으로 나와 땅바닥에 딱 달라붙은 모습이 방석과 비슷해 방석 식물이라고도 한다. 겨울을 나는 식물들이 로제트 형태를 띠는 것은 일종의 생존 전략이다. 잎을 넓게 펼치면 고르게 햇빛을 받을 수 있어 광합성을 하는 데 유리할 뿐 아니라 땅에 바짝 붙으면 바람을 피할 수 있어 수분 증발을 막고, 지열을 얻을 수 있어 건조하고 추운 겨울을 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칭개, 냉이, 개망초, 뽀리뱅이, 씀바귀, 질경이, 엉겅퀴, 꽃마리 등이 대표적인 로제트 식물이다. 이들을 보면 확실히 초록은 힘이 세다.

그런가 하면 물가에는 오리들이 옹기종기 모여 깃을 고르며 햇볕을 쬐기도 하고 물속에서 자맥질하며 먹이를 찾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눈에 띈다. 재수가 좋은 날엔 왜가리나 백로가 날아와 가늘고 긴 다리로 성큼성큼 물 위를 걷다가 물고기를 낚아채는 사냥 장면을 목도하기도 한다. 천변에 서서 반짝이는 윤슬을 실눈을 뜨고 바라보거나 물고기들이 떼 지어 몰려다니는 모습을 넋 놓고 바라보다 보면 세상의 근심쯤은 잠시 잊어도 좋을 것 같은 마음의 여유가 생겨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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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날마다 더없는 행복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동시에 일상의 고통으로부터 걸어 나간다. 내 인생 최고의 사상은 내가 걷는 동안 발견한 것이며, 산책길에 함께할 수 없을 만큼 부담스러운 사상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19세기 덴마크의 철학자이자 시인, 신학자였던 쇠렌 키르케고르의 산책 예찬론이다. 그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우리는 산책하는 동안 새로운 기쁨과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 봄은 변심한 애인처럼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다가 제풀에 지쳐 기대를 접으려 할 때 고양이 걸음으로 다가와서 우리가 잠시 한눈팔다 보면 어느새 화르륵 꽃망울을 터뜨린다. 기다려도, 기다리지 않아도 봄은 오겠지만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새와 물고기를 찬찬히 관찰하며 날마다 산책을 한다면 누구보다도 먼저 봄을 맞이하는 행운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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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
사진없는 기자

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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