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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인류세 식단, 지구 건강 밥상 그리고 사추덕

김석신 가톨릭대 명예교수

기사입력 : 2023-01-04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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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신 가톨릭대 명예교수
최근 동네에 정육점이 새로 문을 열었다. 젊은 정육점 주인이 늘 서서 고기를 다듬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지나다니는 길목이라 그 모습이 친숙해질 무렵 아내와 함께 정육점에 들어가 고기를 조금 샀다. 아주 성실하고 최선을 다해 고객을 대하는 태도가 마음에 들어, 기왕에 고기를 살 바에는 이 정육점에서 사기로 마음먹었다. 우리야 고기를 그다지 먹지 않는 편이라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젊은 정육점 주인이 성공하면 좋지 않겠는가.

그런데 정육점에서 파는 것이 바로 고기 아닌가? 소고기, 돼지고기와 같은 소위 적색육이 주 품목이다. “인류세 식단(Food in the Anthropocene), 지구 건강 밥상(The Planetary Health Diet)”에서 적게 먹자고 외치는 바로 그 핵심 품목이다. “인류세 식단, 지구 건강 밥상”은 지속 가능한 생존을 위해, 인류의 건강과 지구의 건강을 함께 지키자는 윈-윈(Win-Win) 취지로 개발된 건강기준식단(Healthy Reference Diet)이다. 이 식단의 핵심 목표는 전 세계의 평균적 수준에서 육류를 지금의 절반 이하로 먹는 것이다.
만약 사람들이 고기를 절반만 먹는다면 정육점의 수입은 반으로 줄 것이다. 정육점만 수입이 줄겠는가? 소나 돼지를 키우는 목장의 수입도, 가축 시장 관련인들의 수입도, 고기를 재료로 영업하는 음식점의 수입도, 관련 음식을 배달하는 사람들의 수입도 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도 고기를 지금처럼 많이 먹을 것인가? 그러면 가축 사육으로 인해 지구 환경은 점점 더 나빠지고 지구 온난화도 더 빨라질 것이며 사람의 건강도 자연히 더 나빠질 것이다. 반대로 고기를 줄인다면 콩단백이나 대체육 혹은 곤충 식량 등의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돈 벌 기회가 더 많아질 것이다. 어찌할 것인가? 딜레마 중의 딜레마다. 자식이 우산 장수와 소금 장수인 부모의 심경처럼 착잡하다.

그런데 채식주의자가 아닌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과연 고기 섭취를 줄일 수 있을까? 옛날 서양의 금주령 때 모두가 금주했었던가? 정부가 전 국민 금연을 선언해도 모두가 금연하겠는가? 유엔이 전 세계인 금육을 선언한다고 해도 모두가 금육을 실천하겠는가? 그렇다면 이런 이유로 “인류세 식단, 지구 건강 밥상”을 실천하지 말자는 말인가? 아니 그렇지 않다. 인류와 지구의 건강, 지속 가능한 생존을 위해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해결 방안은 무엇인가? 이 강력한 질문에 너무나 허약한 답변이겠지만, 각자가 고기를 적게 먹는 것, 육류 섭취를 “절제”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절제는 고기를 너무 적게 먹는 것도, 너무 많이 먹는 것도 아니다. 적절히 먹되 가능하면 적은 양을 먹자는 것이다. 절제는 사추덕(四樞德)에 속하지만, 문제는 사추덕의 순서다.
플라톤은 지혜, 용기, 절제가 균형을 이룰 때 정의가 성립하는 것으로 보았으나, 토마스 아퀴나스는 지혜, 정의, 용기, 절제의 순서로 사추덕의 위계질서를 정리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정의가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중요하기 때문에 사추덕의 순서를 ①정의 ②지혜 ③용기 ④절제의 순으로 정리했다.

그러나 이제부터 지속 가능한 생존을 위해 “인류세 식단, 지구 건강 밥상”을 실천하려면, 꼴찌를 첫째로 사추덕의 순서를 바꿔야 한다. 즉 오늘 이후의 사추덕은 ①절제 ②정의 ③지혜 ④용기다. 이제 첫째가 된 “절제”의 실천이야말로 온 인류를 살게 하는 유일한 길이다.


김석신 가톨릭대 명예교수
사진없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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