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마비에 유가 27% 폭등… 3월 물가 3%대 재진입 ‘빨간불’
항공·해운 연료비 조 단위 증발 위기… 정부, 208일분 비축유 방출 ‘배수진’
2026년 3월 중동 전쟁 장기화 시 GDP 성장률 0.4%p 하락하는 ‘복합 위기’ 직면
항공·해운 연료비 조 단위 증발 위기… 정부, 208일분 비축유 방출 ‘배수진’
2026년 3월 중동 전쟁 장기화 시 GDP 성장률 0.4%p 하락하는 ‘복합 위기’ 직면
이미지 확대보기영국 BBC는 지난 6일(현지시각) 보도를 통해 “이번 사태는 단순한 에너지 비용 상승을 넘어 전 세계 식료품, 산업용 화학제품, 신용 시장까지 뒤흔드는 거대한 인플레이션 파고를 몰고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호르무즈 봉쇄가 초래한 ‘공급망 발작’… 유가 150달러 경고에 시장 요동
중동의 혈맥으로 불리는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국제 석유 시장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반영하기 시작했다.
사드 알 카비(Saad al-Kaabi) 카타르 에너지 장관이 “걸프 지역의 에너지 수출이 며칠 내로 전면 중단될 수 있으며 유가 150달러(약 22만 원) 시대가 올 것”이라고 언급한 지난 5일(현지시각) 이후 국제유가는 분쟁 이전 대비 무려 27% 급등했다.
7일(현지시각) 기준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4월물은 배럴당 90.90달러(약 13만4900원)에 거래를 마쳤으며, 영국 브렌트유 역시 92.69달러(약 13만7600원)를 기록하며 100달러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특히 쿠웨이트와 이라크 등 주요 산유국들이 수출 경로 차단에 따른 저장 시설 부족으로 하루 수백만 배럴 규모의 감산에 돌입하면서 공급 부족 우려는 더욱 심화하는 양상이다.
기름값 쇼크에 멈춰선 항공·해운… 정부 208일분 비축유 방출 ‘배수진’
유가 급등의 직격탄은 국내 항공과 해운업계를 먼저 덮쳤다.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상승할 때마다 대한항공은 약 3000만 달러(약 445억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구조로, 현재의 폭등세가 유지될 경우 조 단위의 연료비 증발이 불가피하다.
주요 항공사들은 이달 국내선 유류할증료를 전월 대비 50%가량 인상하며 수익성 방어에 나섰다. 해운업계 또한 벙커유 가격 상승과 호르무즈 해역의 보험료 폭등으로 물류비용 부담이 임계치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5일 자원안보 위기경보 ‘관심’ 단계를 발령하고 208일분의 국가 비축유 방출 준비에 착수했다.
재정경제부는 관계기관 합동 점검회의에서 “중동 의존도가 높은 나프타 등 핵심 소재의 수급 상황을 일일 단위로 점검하고 있다”며 “공급망안정기금을 긴급 투입해 기업들의 원유 도입선 다변화를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폭풍 전야’ 2월 물가 착시… 에너지·금리 폭등이 부른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국내 실물 경제 지표는 ‘폭풍 전야’의 긴장감에 휩싸였다. 통계데이터처가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로 안정적인 듯 보이나, 이는 유가 급등분이 반영되기 전의 ‘착시 효과’일 뿐이다.
실제로 사태 직전 배럴당 63달러(약 9만3000원) 수준으로 예측됐던 북해산 브렌트유는 현재 94달러(약 13만9500원)까지 49% 폭등했으며, 영국 현물 가스 가격은 서미(Therm)당 74펜스에서 135펜스로 82%나 치솟으며 에너지 발 인플레이션을 견인하고 있다.
딜로이트(Deloitte) 글로벌 경제 리뷰는 유가가 100달러에 이를 경우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4%포인트 하락하고 인플레이션은 1.2%포인트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충격이 발생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국 역시 원유의 7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유가 상승분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이달 말부터는 물가 상승률이 다시 3%대를 돌파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멀어진 금리 인하… 국채 금리 상승에 韓 가계 대출 금리 다시 ‘꿈틀’
금융 시장의 기대도 무너지고 있다. 당초 이번 달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점쳐졌던 영국은행(BoE)은 인플레이션 재발 우려에 ‘관망’으로 선회했다. 영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주초 4.4%에서 4.7%까지 급등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반영한 결과다. 이는 한국은행의 통화 정책 방향에도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실제 시장 금리의 지표가 되는 은행권 주택 담보 대출 금리는 이미 하방 경직성을 띠기 시작했다. 시중은행들은 채권 금리 상승과 중동 리스크에 따른 자금 조달 비용 증가를 이유로 대출 가산금리 인하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거나 동결하는 분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 분쟁을 ‘수개월간의 장기전’으로 규정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함에 따라, 중동발 인플레이션 파고는 한국 경제의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는 가장 강력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진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