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현대차, 엔비디아 로봇 생태계 편입 속도
로봇 움직이는 고출력 소형 배터리 수요도 부상
로봇 움직이는 고출력 소형 배터리 수요도 부상
이미지 확대보기12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캐즘과 중국 배터리 업체 공세로 수익성 압박을 받는 국내 배터리 3사는 전기차 밖에서 새 수요처를 찾고 있다. 에너지저장장치(ESS), 백업 배터리 유닛(BBU), 전동공구에 이어 휴머노이드·물류·서비스 로봇용 배터리가 비전기차(non-EV) 포트폴리오의 한 축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황 CEO는 지난 5일 한국에 도착한 뒤 로봇을 한국의 차세대 주요 산업으로 지목했다. 이후 구광모 LG그룹 회장과의 회동 뒤에는 엔비디아가 LG그룹과 휴머노이드 로봇 및 차세대 데이터센터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에 대해서도 모빌리티, 제조, 로봇 분야 협력 확대 가능성을 언급했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전기식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2028년부터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에 투입하고, 연간 3만대 규모의 로봇 생산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로봇이 움직이려면 배터리가 필요하다
엔비디아가 피지컬 AI 생태계를 넓히면 로봇용 배터리 수요도 함께 커질 가능성이 있다. 피지컬 AI는 인공지능이 로봇, 자율주행차, 공장 설비처럼 실제 물리 세계에서 판단하고 움직이는 기술을 뜻한다. 로봇이 사람처럼 걷고 물건을 들며 공장 안에서 이동하려면 연산용 반도체뿐 아니라 이를 구동할 안정적인 전력원이 필요하다.
로봇 배터리는 전기차 배터리보다 크기는 작지만 요구 성능은 까다롭다. 순간 출력과 장시간 구동을 위한 에너지 밀도가 동시에 필요하다. 사람이 가까이 있는 실내·공장·물류센터에서 작동하는 만큼 화재와 열폭주에 대한 안전성 기준도 높다.
이 때문에 단순히 가격이 낮은 제품보다 가볍고 오래가면서 안정적인 전력을 낼 수 있는 제품이 중요하다. 고니켈 NCM, 원통형 셀, 전고체 배터리, 소형 셀 제조 경험을 가진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초기 시장에서 기술 차별화를 시도할 수 있는 이유다.
LG엔솔 원통형·삼성SDI 전고체·SK온 고니켈
LG에너지솔루션은 2024년 베어로보틱스와 원통형 배터리 독점 공급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서비스·물류 로봇용 배터리 공급에 나섰다. 최근에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배터리 공급사로도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보스턴다이내믹스는 기존 4족 보행 로봇 스팟에 배터리를 공급했던 LG에너지솔루션과 아틀라스용 배터리 공급 협력을 이어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가에서도 LG에너지솔루션의 로봇 배터리 전략을 원통형 배터리 중심으로 보고 있다. 삼성증권 조현렬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휴머노이드 시장을 공략하는 데 있어 핵심 키워드는 46시리즈와 테슬라”라고 분석했다. 그는 “다수의 휴머노이드 업체들이 원통형 배터리를 채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기존 2170 배터리 대비 에너지 밀도가 높은 46시리즈 채택 가능성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를 앞세워 피지컬 AI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삼성SDI는 인터배터리 2026에서 휴머노이드 로봇과 드론 등 피지컬 AI 응용처를 겨냥한 파우치형 전고체 배터리 샘플을 처음 공개했다. 회사는 전고체 배터리 양산 목표 시점을 2027년 하반기로 제시하고 있다.
SK온은 고니켈 NCM 배터리의 적용처를 전기차 밖으로 넓히고 있다. SK온은 인터배터리 2026에서 자사 배터리를 탑재한 현대위아의 자율주행 물류로봇 AMR을 선보였다. 산업 현장 물류 로봇까지 배터리 활용처를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초기 시장 선점이 관건
로봇 배터리는 당장 전기차나 ESS만큼 큰 시장은 아니지만, 휴머노이드 로봇이 본격 양산 단계에 들어설 경우 고부가 소형 배터리 수요가 빠르게 커질 수 있다. 아직 지배적인 표준이 굳어지지 않아 원통형, 파우치형, 전고체 등 다양한 폼팩터와 기술이 병행될 가능성도 크다.
다만 휴머노이드 로봇의 양산 시점이 지연될 수 있고, 실제 보급 속도도 불확실하다. 일본 무라타·파나소닉,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소형 셀 시장에서 추격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테슬라처럼 로봇을 직접 개발하는 업체가 배터리까지 자체 설계하거나 특정 공급망을 내재화할 가능성도 변수다.
업계 관계자는 “로봇 배터리는 아직 초기 시장이지만 전기차 배터리보다 요구 성능이 복합적이고 안전성 기준도 높다”며 “K배터리 업체들 입장에서는 전기차 의존도를 낮추고 고부가 소형 배터리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분야”라고 말했다.
로봇 배터리는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전기차 의존도를 낮추고 고부가 소형 배터리 시장에서 입지를 넓힐 수 있는 분야로 꼽힌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가격 경쟁이 심화된 상황에서 로봇이라는 새 응용처에서 기술력과 고객 기반을 먼저 확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다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h2@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