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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쇼크, 비용 도미노] 나프타 봉쇄·고유가 겹쳤다… 제조업 기반 흔들

원료 확보 불안 현실화… 석유화학 중심 원가 압박 확대
수출 경쟁력 흔들 우려… 공급망 취약 구조 재부각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 사진=연합뉴스

전쟁 장기화로 원료 수급 불안이 확산되자 정부가 산업의 쌀로 불리는 나프타 수출을 전면 제한하는 등 국내 산업계가 비상 체제로 전환했다. 정유제품의 내수 전환이 본격화 되면서 석유화학을 넘어 제조업 전반으로 충격이 영향을 미치는 양상이다. 국내 대기업들은 작년말과 올초 확정한 경영 전략을 전면적으로 수정하는 등 예기치 못한 상황에 당황하는 모습이다.

29일 산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7일 자정을 기해 나프타 수출 제한 고시를 시행하고 국내에서 생산된 나프타 물량을 전량 내수로 전환하는 조치에 들어갔다. 전쟁 장기화에 따른 원료 수급 불안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자 공급 안정 확보를 위한 대응에 나선 것이다. 이번 조치는 약 5개월간 한시적으로 시행되며 기존 수출 계약 물량도 원칙적으로 국내 공급으로 전환된다.

정부는 나프타를 보건의료와 핵심 산업, 생활필수품 생산에 우선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정유사와 석유화학사는 생산과 재고, 판매 현황 등을 정부에 보고해야 하며 필요 시 생산과 공급 조정 명령도 내려질 수 있다. 산업계 전반에 걸쳐 원료 배분 구조가 사실상 정책에 의해 재편되는 셈이다.

나프타는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 기초유분 생산의 핵심 원료로 플라스틱과 합성수지 등 대부분의 화학제품 생산에 사용되는 소재다. 반도체와 자동차, 가전 등 주요 제조업의 기초 공정에도 활용되는 만큼 수급 변화가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국내 나프타 수급 역시 해외 의존도가 높은 구조다. 전체 수요의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중동산 비중이 높아 지정학적 변수에 취약하다. 공급 차질이 발생할 경우 국내 생산과 직결되는 만큼 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이 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로 단기적인 원료 확보 불안은 일부 완화될 수 있지만 시장 기능 위축과 비용 부담 확대라는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이미 업황 부진이 이어진 석유화학 업계는 가격 전가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원가 압박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 정유업계는 휘발유와 경유, 나프타 등 정제된 석유제품을 동남아시아 등으로 수출해 왔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수출 물량이 차단되면서 아시아 시장의 공급 여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 지역에서는 대체 물량 확보 경쟁이 심화되며 시장 내 공급 경직이 나타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원유 공급 불안과 함께 정유제품 유통까지 제약되면서 국제 에너지 시장의 긴장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공급 불안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고유가 흐름이 장기화되는 ‘기저 형성’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단기 대응을 넘어 국내 에너지·원료 공급 구조 전반의 취약성을 드러낸 사례라고 평가한다. 원료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구조에서 외부 변수와 정책 개입이 동시에 작용할 경우 산업 전반에 미치는 충격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수입선 다변화와 공급망 안정화를 통해 중장기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유사한 상황이 반복될 경우 산업 전반의 생산과 투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유경·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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