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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테일러 공장 옆 3조 7700억 데이터센터 승인…"칩 생산-데이터 처리 현지 완결"

삼성 파운드리 양산 지연 속 데이터 수요는 폭주… 텍사스 테일러, AI 인프라 전초기지로 급부상
만장일치 승인에도 주민들 "우리 목소리 들려지지 않는다"… 물·전력 갈등 폭발 직전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완공을 눈앞에 두고 가동 시점을 저울질하는 사이, 바로 옆 땅에는 25억 달러짜리 AI 데이터센터 캠퍼스가 들어서기로 확정됐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완공을 눈앞에 두고 가동 시점을 저울질하는 사이, 바로 옆 땅에는 25억 달러짜리 AI 데이터센터 캠퍼스가 들어서기로 확정됐다. 이미지=제미나이3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완공을 눈앞에 두고 가동 시점을 저울질하는 사이, 바로 옆 땅에는 25억 달러(37700억 원)짜리 AI 데이터센터 캠퍼스가 들어서기로 확정됐다. 칩을 만들 곳 옆에 그 칩이 돌릴 서버를 짓는 셈이다. 반도체 생산과 데이터 처리가 한 지점에서 맞닿는 '현지 완결형 AI 공급망'이 텍사스 테일러에서 처음으로 실체를 드러냈다.
지난 27(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시의회는 달라스 소재 부동산 개발사 KDC가 제안한 220에이커(89만㎡) 규모의 데이터센터 단지 조성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오스틴 아메리칸-스테이츠먼(Austin American-Statesman)이 보도한 이번 결정은 부지를 시로 편입하고 용도를 산업 시설로 변경하는 내용을 포함한다.

삼성 1200에이커 옆 6개 동… 'Project Comal'의 정체


KDC'프로젝트 코말(Project Comal)'로 명명한 이번 사업은 카운티 로드 401번지 1051번지 일대에 대규모 데이터센터 캠퍼스를 구축하는 계획이다. 시 문서에 따르면 최소 6개 동의 산업용 대형 건물과 함께 전력 기반 시설, 유수지, 전용 진입로, 상업 공간이 포함된다. 부지는 삼성전자가 건설 중인 약 1200에이커 규모 반도체 제조 캠퍼스와 직접 맞닿아 있다.

삼성 테일러 팹(fab)2022년 상반기 착공 이후 올해 2월 기준 건설 진행률 99.6%를 기록하며 사실상 완공 단계에 이르렀다. 그러나 고객사 확보에 난항을 겪으면서 본격 양산 시점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테슬라와의 차세대 2나노 칩 공급 계약으로 수요 확보의 실마리를 찾고는 있지만, TSMC의 대미 투자 확대와 트럼프 행정부의 반도체 지원법 폐지 추진 등 변수가 겹쳐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삼성 테일러 팹이 가동에 들어갈 경우 인근 대형 데이터센터의 존재는 안정적인 수요처이자 테스트베드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첨단 파운드리와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가 물리적으로 인접하면 칩 공급 물류비용을 줄이고 시스템 최적화 협력도 가속화할 수 있다는 논리다.

KDC는 입주 기업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시의회 직전 회의에서 "대형 유명 브랜드가 입주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구글 등 빅테크 기업의 참여 가능성이 점쳐진다.

10년간 세수 14590만 달러… 학교 예산도 1060억 원 확보


경제적 파급 효과는 상당하다. 시 당국의 분석에 따르면 이번 프로젝트는 향후 10년간 세금과 공공요금 수익으로 테일러시 재정에 최소 14590만 달러(2200억 원)를 기여할 전망이다. 테일러 독립교육구(ISD)에는 같은 기간 7070만 달러(1060억 원) 이상의 교육 예산이 배분된다.
고용 효과도 제시됐다. 36개월의 건설 기간 동안 약 3000개의 일자리가 생기고, 운영 단계에서는 360여 명이 상시 근무한다. 이 중 직접 고용 175, 간접 고용 186명이며 평균 연봉은 54146달러(8170만 원) 수준이다. 운영 인력이 적은 것은 데이터센터 산업 특유의 고도 자동화 구조에서 비롯된 전형적 특성이다.

테일러 상공회의소 레이첼 웨스터만 회원관리·운영 이사는 시의회에서 "지역 경제를 더 강력하게 만들고 가족들에게 더 밝은 미래를 제공하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민들 "목소리 들려지지 않는다"… 물 3000만 갤런 둘러싼 진짜 싸움


장밋빛 수치 뒤에는 지역 주민들의 강한 반발이 자리한다. 공청회장을 가득 메운 주민들의 핵심 불만은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용수·전력 소비가 공공요금 인상과 지역 자원 고갈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실제로 텍사스 내 산마르코스와 칼리지스테이션에서는 주민 반발로 유사 사업이 무산된 전례가 있다.

KDC가 내놓은 대안은 '폐쇄 루프형 수냉 시스템(Closed-loop water cooling system)'이다. 외부 배출 없이 처음 채운 냉각수를 계속 순환시키는 방식으로, 건물당 최초 충전량을 500만 갤런으로 제한해 총 사용량이 3000만 갤런을 넘지 않도록 설계했다. 물을 재충전하려면 반드시 시 매니저의 별도 승인을 거쳐야 한다.

미국 환경보호청(EPA) 기준으로 3000만 갤런은 미국 가정 약 16600세대가 하루에 소비하는 양과 맞먹는다. 테일러 주민 캐리 디아나는 "마치 어린아이 달래듯 '괜찮다'고만 할 뿐, 우리 목소리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의회는 이번 승인에 앞서 전문가 자문을 거쳐 대기질·화재 위험·교통 영향 등에 관한 추가 규정을 신설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2022년 대비 2026년까지 두 배 이상으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업타임 인스티튜트(Uptime Institute)는 올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데이터센터는 에너지와 물 소비 증가로 정부와 지역 사회의 강도 높은 감시를 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오스틴~샌안토니오 70개 데이터센터… 'AI 반도체 벨트' 완성되나


이번 승인으로 오스틴에서 샌안토니오에 이르는 I-35 회랑은 'AI·반도체 벨트'로서의 입지를 더욱 굳혔다. 오스틴 아메리칸-스테이츠먼 집계 기준 이 구간에는 이미 완공됐거나 계획 중인 데이터센터만 70곳을 넘어선다. 삼성의 최첨단 파운드리와 대형 데이터센터 캠퍼스가 인접하는 구조는 칩 제조부터 AI 연산까지 이어지는 공급망의 '현지 수직 통합' 가능성을 열어둔다.

다만 낙관적 전망과 함께 구조적 도전도 뚜렷하다. 삼성 테일러 팹의 가동 시점 불확실성, TSMC의 급격한 대미 투자 확대에 따른 고객 쟁탈 심화, 그리고 AI 데이터센터 건설 붐에도 불구하고 2025년 미국 내 데이터센터 착공 물량이 2020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는 사실은 이 지역의 성장이 결코 자동적이지 않음을 시사한다. 전력망 포화와 주민 수용성 문제가 '인프라 없는 투자'라는 역설을 낳고 있기 때문이다.

테일러시의 이번 실험이 경제 성장과 환경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지는 결국 삼성 팹 가동과 데이터센터 운영이 현실화하는 시점에 판명될 것이다. 세계 반도체·AI 인프라의 최전선이 된 텍사스 한복판에서, 한국 대기업이 지은 공장과 미국 빅테크가 채울 서버실이 이웃으로 공존하는 이 구조가 한국 파운드리 산업의 돌파구가 될지 아니면 또 하나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될지, 그 해답은 아직 진행 중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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