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4만 장 규모 웨이퍼 확대 협의…기존 23조 원 계약 뛰어넘는 물량 현실화 기로
자율주행·휴머노이드 로봇·도조 슈퍼컴 동시 수요…삼성, '2나노 레퍼런스' 확보 승부수
연 수 조 원 적자 수렁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TSMC 캐파 공백이 열어준 역전의 창
자율주행·휴머노이드 로봇·도조 슈퍼컴 동시 수요…삼성, '2나노 레퍼런스' 확보 승부수
연 수 조 원 적자 수렁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TSMC 캐파 공백이 열어준 역전의 창
이미지 확대보기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이 또 한 번 분기점 앞에 섰다. 지난해 7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엑스(X·구 트위터)에 직접 "삼성전자의 거대한 텍사스 신규 팹이 테슬라 차세대 AI6 칩 생산에 전념하게 될 것"이라고 밝히며 165억 달러(약 24조 원) 규모의 초대형 계약을 공개한 데 이어, 최근에는 당초 합의된 물량을 대폭 웃도는 추가 발주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관측이 업계를 달구고 있다.
디스트리트는 9일(현지시각) 최근 테슬라 구매 담당 고위 임원진이 삼성전자를 방문해 AI6 웨이퍼 투입 규모 확대를 논의했다고 전했다. 기존 계약 당시 월 1만6000장으로 설정된 웨이퍼 투입량에 더해 2만 4000장 추가를 요청, 협의가 마무리될 경우 총 월 4만 장 수준으로 생산 규모가 두 배 이상 불어나는 구조다. 이 수치가 현실화한다면, 삼성전자 텍사스 테일러 팹의 초기 가동률 확보에 결정적 동력이 될 전망이다.
AI6, 단순 자율주행 칩이 아니다…테슬라 AI 생태계의 '신경망'
업계가 이번 추가 발주 논의를 예사롭지 않게 보는 이유는, AI6가 전기차 한 모델의 탑재 칩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AI6는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SD) 고도화는 물론,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자체 AI 슈퍼컴퓨터 '도조(Dojo)'의 차기 클러스터까지 테슬라 AI 생태계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 부품이다. 기존 주력인 AI4보다 두 세대 앞선 제품으로, 목표 성능은 5000~6000TOPS(초당 1조 회 연산)에 달해 전 세대 대비 두 배 이상 연산 능력이 예상된다.
테슬라는 지난 1월 실적 발표에서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역대 최대인 200억 달러(약 29조 원)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최근 수년간 80억~110억 달러(약 11조~16조 원) 수준이던 투자액의 두 배에 달한다. AI 인프라 수요가 자율주행과 로봇 영역 모두에서 동시에 폭증하는 국면에서 삼성전자는 이 흐름의 핵심 제조 파트너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유진투자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지난해 7월 보고서를 통해 테슬라 AI6 칩이 자율주행차·로봇·AI 슈퍼컴퓨터를 망라하는 머스크 미래 기술 전략의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가 이 칩의 제조를 안정적으로 소화한다면 현대 AI 산업의 핵심 조각가로 재평가받을 수 있다는 시각도 보고서에 담겼다.
TSMC 캐파 공백이 만든 역설…삼성에 열린 반전의 문
이번 협력이 성사된 배경에는 역설적으로 TSMC의 용량 한계가 자리한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AI5 칩 생산을 TSMC에 위탁한 테슬라는 차세대 AI6 수주도 TSMC에 타진했으나, TSMC 입장에서 테슬라가 핵심 고객군으로 분류되지 않아 생산 여력을 충분히 배정받지 못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삼성전자는 2나노 공정에서의 상대적으로 유연한 가격 전략과 칩 설계 단계부터 참여하는 '턴키(일괄 제공)' 방식의 협력 모델을 앞세워 이 공백을 파고들었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을 보면 삼성전자의 과제가 얼마나 높은지 드러난다. 2025년 하반기 기준 TSMC가 약 71%로 압도적 1위를 유지하는 반면, 삼성전자는 6.8%에 머물고 있다. 과거 10%대 중반까지 올랐던 점유율이 선단 공정 수율 부진과 주요 고객 이탈이 겹치면서 급락한 결과다.
한 업계 전문가는 테슬라는 자율주행 차뿐만 아니라 휴머노이드 로봇, 우주항공 등 AI 수요가 많은 상황이어서 테슬라가 자체 AI 반도체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삼성전자는 대규모 물량이 뒷받침되는 안정적인 고객을 확보하는 상부상조 상황이라고 말했다.
'레퍼런스 전쟁' 중인 삼성, 적자 감수하고도 잡아야 할 이유
다만 이번 수주가 단번에 흑자 전환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나노 공정 수율은 2025년 하반기 기준 약 50~60% 수준으로 추정되며, 지난해까지 수조 원대의 누적 적자를 낸 것으로 증권가는 추산하고 있다.
그럼에도 삼성이 이 수주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레퍼런스 효과' 때문이다. 2나노 최첨단 공정에서 테슬라급 글로벌 빅테크를 고객으로 확보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후 퀄컴·구글 등 추가 수주 협상에서 기술 신뢰도를 증명하는 가장 강력한 신호가 된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파운드리 공정은 가동률이 높아질수록 수율이 개선되는 구조여서, 물량 확보가 곧 기술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다.
실제로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강석채 부사장은 지난 1월 29일에 열린 2025년 4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테슬라 수주 이후 미국·중국 대형 고객사들과 활발히 과제를 논의 중"이라고 직접 밝혔다.
텍사스 테일러 팹의 운명…2027년이 진짜 시험대
AI6 양산 공급 시작 시점은 2027년 하반기로 전망된다. 삼성전자가 텍사스 테일러에 건설 중인 팹은 완공과 함께 테슬라 물량을 핵심 가동원으로 삼게 된다. 이 공장의 초기 가동률이 손익분기점(업계 추산 80% 이상)을 언제 넘어서느냐가 삼성 파운드리 적자 탈출의 최대 변수다.
양사의 협력 범위는 AI 반도체에 국한되지 않는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는 테슬라용 차량 5G 모뎀 개발을 완료하고 올 상반기 공급을 앞두고 있으며, 초도 물량은 텍사스 로보택시에 먼저 탑재된 뒤 일반 차량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단순 제조 협력을 넘어 테슬라의 전체 하드웨어 설계 로드맵에 삼성이 깊숙이 녹아드는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
이번 추가 발주 논의의 최종 타결 여부와 구체적 규모는 삼성전자의 공식 실적 공시와 테일러 팹 가동률 공개를 통해 확인될 것이다. 삼성 파운드리가 TSMC와의 격차를 좁히고 '비메모리 반도체 강자'로 재부상할 수 있을지, 2027년 첫 양산 라인이 돌아가는 순간이 그 답을 증명할 것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